이익 핵심 국민은행, 상반기 순이자이익 5.1兆 사상 최고
원화대출 성장 핵심축 주담대는 닫고 대기업은 물음표
고객 선택권 제한하고 상품 조건은 경쟁사 대비 열위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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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느낌인데, 금융감독원 눈치를 보느라 그런 게 아닐까" (한 경쟁은행 임원급 관계자)
"주주들은 행복하겠지만, 고객 입장에선 선택권이 줄며 좋지만은 않은 상황"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
"마진은 방어하고 리테일(소매) 부문 위험은 관리하려는 전략" (한 증권사 연구원)
국내 '리딩뱅크'(1위 은행)인 KB국민은행의 상반기 실적에서 나타난 방향성을 두고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공격적 주주환원 정책에 따른 주가 상승으로 주주들은 환호하고 있지만, 보수적인 영업정책이 고객 이탈을 부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시행한 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 취급 정지를 두고선 과도한 움직임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자이익에 대한 의존이 심해지며, 경쟁사 대비 고객에게 유리한 금리를 제시하지 않으려는 모습도 포착된다.
KB금융지주는 올 2분기 1조732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호실적의 중심엔 핵심 계열사인 국민은행이 있었다. 2분기 국민은행 순이익은 1조1116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9270억원) 대비 20% 성장했다. 주식연계증권(LES) 충당금으로 '어닝쇼크'를 기록했던 1분기의 부진을 만회할만한 수준의 깜짝 실적이었다.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원화대출이 성장하며 은행 순이자이익 성장세가 계속됐고, 연체율과 부실채권(NPL) 비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며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KB금융 주가는 은행의 호실적에 40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소각 결정까지 더해지며 실적 발표 이후 이틀간 8% 가까이 상승했다.
주가가 급등하며 주주들이 환호하는 사이, 일각에서는 이런 호실적이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을 표시하는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고 있다. 국민은행의 핵심 영업기반은 넓은 리테일(소매금융) 고객층인데, 최근 국민은행의 성장 전략은 이와 다소 거리를 두고 있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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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동력 주담대는 걸어 잠갔는데...기업대출 확대 가능할까
국민은행이 호실적을 올린 건 꾸준한 원화대출금 성장 덕분이었다. 그 중에서도 주택담보대출과 대기업 대출이 핵심이었다. 올 상반기 원화대출금이 3.0% 늘었는데 주택담보대출은 무려 11.4%, 대기업 대출은 8.3% 성장했다. 이에 힘입어 국민은행의 올 상반기 순이자이익은 무려 5조1328억원을 기록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 3000억원 이상 늘었다.
최근 국민은행은 이 중 주택담보대출 창구를 사실상 걸어잠그는 조치를 취했다. 29일자로 전국 영업점에서 취급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2%포인트 올리고, 영업점서 타 은행 대환대출을 제한하며, 기존 주택 보유자가 추가 주택을 구입할 시 대출을 아예 불허키로 한 것이다.
불과 지난 5월까지만 해도 신규취급액 기준 경쟁은행 대비 최고 20bp(0.2%포인트) 가까이 낮은 금리를 제시했던 것과는 정 반대되는 행보다. 국민은행은 주요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올 상반기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두 자릿 수로 증가한 은행이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6%, 하나은행은 4.8%, 우리은행은 1.2% 늘렸다.
금융당국의 눈치를 본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올 상반기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들썩이기 시작했고, 은행이 자금공급을 해줬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오며 금융당국의 스탠스가 바뀐 게 사실"이라며 "공격적 금리 책정으로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어난 국민은행 입장에선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은행은 이미 다른 주체들에 대한 대출을 관리하고 있다. 중소기업 및 개인사업자(SOHO) 대출 증가율은 2분기 각각 0.5%, 0.8%에 그쳤다. 가계 일반자금 대출 역시 분기별 성장률을 2%대를 기록하고 있다. 상반기 실적발표 자리에선 연간 대출성장률을 명목 GDP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발표를 내놓기도 했다.
다른 대출을 줄이며 원화대출금 성장세를 이어가려면 결국 대기업 대출을 늘리는 게 핵심이라는 지적이다. 문제는 대기업 대출 시장 역시 이미 포화상태에 달했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공격적으로 대기업 대출을 늘리며 경쟁에 붙을 붙인 하나은행은 최근 대출금리를 보수적으로 책정하며 속도 조절에 나섰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올 상반기 4대 은행이 늘린 대기업 대출만 22조원에 달하는데, 앞으로도 이런 양적 성장이 지속되진 않을 것"이라며 "올 상반기 신한은행이 대기업 대출을 7조6000억원(성장률 29.6%) 늘리는 동안 국민은행은 3조2000억원(성장률 8.3%) 늘렸는데, 이를 고려하면 기업대출 시장에서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보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진 방어에 희생된 고객? 선택권은 줄어들고 예금 금리는 낮아
이런 전략 전환 가운데 피해를 보는 건 결국 고객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주택담보대출 취급 제한 과정에서 하반기 대출 계획이 있던 고객은 다른 은행의 상품을 알아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상품 선택권이 제한받는 것 뿐만이 아니다. 국민은행이 주요 상품군에 보수적인 수익률을 제시하며, 국민은행 고객들은 경쟁 은행 대비 좋은 조건의 상품을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란 지적도 나온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29일 기준 국민은행의 12개월 정기예금 상품 금리(단리 기준, 우대금리 포함 최고금리)는 3.35%로 4대 은행 중 가장 낮았다. 특히 우대금리를 적용하지 않은 기본금리(2.50%)는 은행연합회 전체 사원 은행(19곳)으로 시야를 넓혀도 최하위권이었다.
퇴직연금 상품의 경우 격차는 더 컸다. 국민은행은 퇴직연금 정기예금(12개월, DC/IRP)엔 일반 예금상품보다도 낮은 3.04%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역시 4대 은행 중 가장 낮은 수치이며, 일반 정기예금 상품과의 금리 격차도 큰 편이었다.
마진율은 타 은행 대비 높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5월말 현재 만기 10년 이상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 기준 잔액 평균금리는 국민은행이 4.39%로 4대 은행 중 가장 높았다. 예대금리차 역시 207bp(2.07%포인트)로 가장 높았다.
상반기 말 기준 국민은행의 저원가성예금(요구불예금 및 MMDA 등) 규모는 153조원에 달한다. 주요 은행 중 가장 높은 수치다. 국민은행은 이를 기반으로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1.8%대 순이자마진(NIM)을 유지하고 있다. 2분기 NIM 축소폭도 3bp로 하나은행(9bp)ㆍ우리은행(8bp)ㆍ신한은행(4bp) 대비 가장 적었다.
한 증권사 금융 담당 연구원은 "국민은행의 경우 이자이익 의존도가 커지다보니 마진을 어떻게 방어하느냐가 실적에 더 큰 영향을 주게 됐다"며 "NIM이 높다는 건 주주들에겐 좋은 이슈이지만, '이자 장사' 비판 프레임에 더욱 크게 노출되는 건 부담스러운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은행의 저원가성예금 비중이 높은 건 대규모 리테일 고객 기반 덕분이라는 게 대체적인 은행권의 해석이다. 리테일 고객들 덕분에 경쟁사보다 높은 NIM를 향유하면서, 고객들에게 제시하는 상품의 조건은 차별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금융권에선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점차 약해지고 있는만큼, 향후 고객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리딩뱅크란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도입해 금융소비자들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선사해주거나, 한국 금융산업을 선도해 이끄는 은행을 말하는 것인데 언제부턴지 돈을 가장 많이 버는 은행을 지칭하는 것으로 뜻이 바뀌었다"며 "집값에 정부에 예민해하자 주택담보대출 창구를 닫는 것을 본 시장에선 '규제를 리딩하는 뱅크냐'는 비아냥도 나온다"고 말했다.
올해 초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이 발표한 신년사에는 '고객'이라는 단어가 18번 반복된다. 양 회장은 신년사에서 '고객을 섬기는 철학', '고객에게 최고의 가치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을 KB의 비전으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