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평가가치 2조에서 1조 이하로 폭락
신한라이프 등 신한운용 펀드 LP 손실 불가피
중순위 투자한 국내 기관 2200억원 잃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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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대표 마천루인 월드와이드플라자가 심각한 공실률로 채무불이행(EOD) 사태에 직면했다. 현지 선순위 투자자들마저 회수에 난항을 겪으면서,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참여한 2000억원 이상의 중순위(메자닌) 대출금은 전액 손실 위기에 처했다. 우량 임차인을 내세워 국내 기관들을 모집했던 신한자산운용도 투자금 회수가 불투명해지자 부실채권(NPL)으로 분류한 상황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미국 뉴욕 소재의 상업용 부동산 월드와이드플라자(Worldwide Plaza·WWP)는 오는 9월 EOD 발생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주요 임차인들이 이달 말 계약 연장 없이 퇴거를 결정하면서, 임대율이 90%대에서 40%대까지 급락한 영향이다.
2017년 대출을 진행할 당시 월드와이드플라자의 임대율은 92%에 달했다. 주요 임차인으로는 금융사 노무라홀딩스와 법무법인 크레바스(Cravath, Swaine & Moore) 등이 있었다. 노무라홀딩스는 2022년 임대 면적을 축소하면서 두개 층을 반환했고, 오피스의 30% 이상을 임대 중인 크레바스는 이달 말 본사를 이전할 계획이다.
대주단이 빌딩을 인수한 금액은 약 17억4000만달러(한화 약 2조원)다. 골드만삭스는 상업용부동산 저당증권(CMBS)을 통해 9억4000만달러(1조800억원) 선순위 대출에 참여했다. 시니어 메자닌 대출은 1억9000만달러(2200억원), 주니어 메자닌이 7000만달러(800억원), 에쿼티가 5억4000만달러(6200억원)다.
이중 신한자산운용은 약 2200억원 규모의 중순위 대출을 주선했다. 신한지주 계열사 신한라이프가 앵커 투자자(LP)로 나섰고, 국내 보험사 4~5곳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빌딩 가치는 인수 당시 2조원에서 지난해 6월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오는 9월 주요 임차인이 퇴거하면 6000억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OD가 발생해 공매 절차를 진행한다고 해도, 선순위 1조원도 건질 수 없는 상황이다. 중순위인 신한자산운용 펀드는 전액 손실 가능성이 높다.
최근 공실률 확대로 임대료 수입과 담보인정비율(LTV)이 떨어지면서, 대주단은 대출 원리금도 받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선순위 CMBS의 S&P 신용등급은 2017년 최상위 등급이었던 'AAA'에서 2023년 'BBB-'로 6단계나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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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용부동산은 손실이 불가피한 후순위 투자자들이 추가 자금을 투입해 EOD를 막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월드와이드플라자의 후순위 대주는 NYRF(지분 50%)와 SLG(24%) 등으로, 미국에 상장된 리츠(REITs) 회사들이 주를 이룬다. 리츠는 수익의 대부분을 주주에게 배당으로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유보할 수 있는 현금이 제한적이라, 추가 출자를 진행하기 어렵다.
신한자산운용 측은 "9월 이후 EOD 발생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고, 이를 조정하기 위해 현지 자문사 렉스마크(Rexmark)를 선임해 대출 조건 변경 등의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임대차 확보를 통한 원금 회수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 내부에서도 상당 부분 손실을 인식한 것으로 파악된다. 펀드 만기가 3년 남아있지만, 이미 신한자산운용은 이자가 지급되지 않는 부실채권(NPL)으로 취급 중이다. 자산 관리 조직도 AM(자산관리)팀에서 투자팀으로 재이관한 것으로 전해진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월드와이드플라자는 이미 현지에서 '가장 어려운 상황의 빌딩'(most distressed building)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댈 곳인 노무라마저 계약을 연장하려 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뉴욕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