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美 서비스업 지표 호조 보이며 증시 일제히 반등
22일 '잭슨홀' 앞두고 연준 '긴급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주목
"박스권 지속 와중 잭슨홀ㆍ엔비디아 실적발표가 변곡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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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장중 10% 이상 급락하며 4년 5개월만에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매 호가 정지)가 발동했던 코스피는, 다음날인 6일 장 초반 5% 가까이 급등하며 4년 2개월만에 매수 사이드카를 발동시켰다. 극단적 냉온탕 장세 속 증시의 혼란이 극에 달했다는 평가다.
미국 기술주 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지수는 일정부분 되돌림에 성공했지만, 향후 방향성에 대한 시각은 갈리는 모양새다. 급락장을 맛 본 글로벌 투자자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급히 'SOS' 신호를 보내고 있다. 오는 22일로 예정된 연준 행사 '잭슨홀 심포지엄'이 주목받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이미 '긴급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지난 2일 금요일부터 이어진 급락장의 배경으로는 크게 세 가지가 언급된다. 미국 경제의 리세션(경기침체)에 대한 불안감,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의 실적 발표에서 시작된 반도체 및 인공지능(AI) 업황에 대한 부담감, 일본의 기준금리 인상등 통화정책 변화에 따른 '엔 캐리 트레이드'(Yen-carry trade) 청산에 대한 우려 등이다.
리세션 공포에 불을 지른 건 지난 2일 발표된 미국 7월 고용지표였다. 실업률이 4.3%로 6월 4.1%에서 크게 높아졌고,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은 예측치를 크게 밑돈 것이다.
특히 실업률의 경우 경기침체 지표 중 하나인 '삼의 법칙'을 상기시키며 시장에 공포감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다. 삼의 법칙 상 실업률 3개월 이동평균치가 이전 12개월 중 최저치보다 0.5%포인트 이상 높으면 경기침체로 판단하는데, 현재 이 수치는 0.53%를 기록하고 있다.
그간 미국은 물론, 국내 증시의 상승세를 견인했던 반도체 특수도 찬물을 맞았다. 현지시간 4일 발표된 인텔의 2분기 실적이 '방아쇠'가 됐다. 주당순이익이 2센트로 시장 예상(10센트)를 크게 밑돌았고, 3분기에는 이익이 손실로 전환될 거라는 가이던스(예상치)를 제시했다. 인텔은 이어 비용 절감을 위해 1만5000명을 해고하고, 배당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반도체 '블랙웰' 시리즈가 3개월 이상 생산이 지연될 거란 보도가 겹치며 AI 투자 및 반도체의 지속 성장에 의문이 제기됐다. 반도체업 비중이 25%에 달하는 국내 증시에 영향이 없을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됐다는 평가다.
최근 엔화 가치가 한 달 새 10% 이상 상승하며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대한 공포가 제기된 점도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엔 캐리 트레이드에 동원된 자금 규모는 현재 20조달러(2경74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중 일부만 일본으로 돌아가더라도 미국 증시와 시중금리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 같은 우려들은 일정부분 '과도한 걱정'이라는 게 현 시점에서의 대략적인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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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리세션 공포는 6일 발표된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 서비스업 구매관리자(PMI)지수의 호조로 일정부분 상쇄됐다는 평가다. 7월 ISM 서비스업 지수는 51.4로 시장 기대치에 부합했다. 함께 발표된 ISM 비제조업 고용지수는 51.1로 예상치(46.4)를 크게 상회했다.
한 증권사 시황 담당 연구원은 "미국은 제조업 비중이 12%에 불과해 서비스업 업황이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며 "비제조업 고용이 개선되고 있다는 사실이 7월 고용지표에서 비롯된 경기침체 우려를 덜어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물 경기 상황을 가장 빠르게 반영하는 국제 원유 선물 가격이 지난 5일에도 박스권 내에서 견조하게 움직였다는 점 역시 경기침체 우려가 과도했다는 증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반도체 및 AI의 경우 경기가 하강하고 있음에도 불구, 선행 주당순이익(EPS) 지표는 견조하게 유지된데다 밸류에이션이 비쌌기 때문에 주가에 우호적인 환경이 아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침체 우려는 트리거(방아쇠)일뿐, 그간 지나치게 많이 주가가 오른 것에 대한 반발이 있을 타이밍이었다는 것이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AI 투자지출이 미국 경제의 호황을 이어갈 것이라는 낙관론이 과도했다고 판단한다"라며 "AI 경쟁을 계속하겠다면 소프트웨어 회사의 주가가, 투자를 줄이겠다면 반도체 회사의 주가가 조정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엔 캐리 트레이딩의 경우 실제 청산이 일어나고 있는지 명확한 수치가 드러나진 않는다. 일본 10년 국채 금리가 이틀 새 25bp(0.25%포인트) 내리며 언와인딩 우려가 완화된데다, 여전히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가 매우 크기 때문에 청산이 급하게 일어나진 않을 거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5일 장중 달러당 141엔까지 떨어지며 강세를 유지했던 엔화는 6일 달러당 145엔까지 오르며 약세로 돌아섰다.
이번 급락은 '리더십 부재'에 대한 우려도 일정부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미국이 대통령 선거 모드에 들어가며 정치적 리더십에 공백이 생겼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역시 '통화정책 대응이 늦을 수 있다'는 눈초리를 받았다. 경기침체 우려가 대두한 상황에서 7월엔 기준금리 동결을 고수했고 다음 회의는 9월에나 있는 까닭이다.
이 때문에 시장의 시선은 오는 22일로 예정된 '잭슨홀 컨퍼런스'로 향하고 있다. 증시가 침체 공포로 '발작'을 일으킨 상황에서 잭슨홀을 앞두고 '긴급 회의'가 소집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는 것이다.
이미 미국 국채 선물 시장은 5일 기준 연준이 이달 중 긴급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을 60% 가까이 반영하고 있다.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확률은 100%, 빅 스텝(50bp) 인하에 나설 확률도 22% 수준으로 점쳐진다. 남은 FOMC마다 75bp씩 인하해 연말까지 총 150bp 이상 인하에 나서야 경기침체를 방지할 수 있을 거란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채권시장이나 단기자금시장의 조달 상황이 망가진 것도 아니고, 대형은행 부도 등 금융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린 것도 아닌데 연준이 나서 급하게 금리를 내리기엔 명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오스탄 굴스비 미국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 역시 5일(현지시간) "고용지표가 한달 나빠졌다고 해서 중앙은행이 과잉반응해서는 안된다"며 "연준이 9월 회의 전까지 추가 지표를 기다릴 수 있다"고 발언했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미국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8%로 서프라이즈를 기록했고 3분기에도 2.5% 성장을 예고하고 있으며, 미국 S&P500지수는 고점 대비 현재 8% 하락하며 '조정장'에조차 진입하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연준이 코로나19때처럼 긴급 회의까지 열어가며 기준금리를 크게 낮출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향후 증시 방향은 어떻게 될까. 당분간 박스권 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가깝게는 잭슨홀과, 오는 28일로 예정된 엔비디아 실적 발표가 국내 증시의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한 증권사 트레이더는 "5일엔 AI에 대한 부담과 엔 캐리 청산 공포로 인한 매도세가 일정 규모를 넘어서며 프로그램 및 패시브 자금 매도를 불러왔고, 이것이 투매로 이어지며 시장이 과잉반응 한 것으로 본다"며 "앞으로 박스권 내에서 주가가 움직이는 가운데 잭슨홀 전후 연준 인사들의 발언, 엔비디아 실적 발표 등 외부 변수에 따라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