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차원 전략과 맞물린 현대글로비스의 M&A
기관 투자자 만나 국내외 9조원 투자 계획 발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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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글로비스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투자를 통해 첫 전략적투자자(SI)로서 이름을 올린다. 지난해 보스턴다이내믹스 소수지분 및 국내 스타트업 알테올을 인수한 이후, 본격적으로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서는 모양새다. 현대글로비스의 행보가 단순한 사업 확장을 넘어, 현대차그룹 차원의 장기적인 사업 재편 전략과 맞물려 있다는 전망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전에 SI로 참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에어인천의 투자자로 나설 계획이다. 에어인천을 지배하고 있는 소시어스 제5호 PEF(지분 80.3%)에 약 1000억원을 출자하는 방식이 유력 거론된다.
현대글로비스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초기부터 출자를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 화물사업부를 인수하려면 항공 라이선스가 필요하다고 정부가 결론을 내린 이후, 현대글로비스는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측과 수차례 만남을 가졌다. 시장에서는 현대글로비스가 투자 지분을 활용해 에어인천을 인수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지난해 해운기업 HMM 인수전에서도 현대글로비스는 포스코그룹과 함께 유력한 인수후보로 꼽혔다. 막판에 불참하기로 가닥을 잡았지만, 내부에선 인수 후 해운업 비중 확대에 따른 실익을 비교해보는 등 진지한 검토를 진행한 바 있다.
최근 현대글로비스는 회사 차원의 M&A를 적극 검토하는 분위기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6월 국내 물류 자동화 소프트웨어(SW) 전문기업 '알티올'을 약 200억원에 인수하며 물류 솔루션 사업에 무게를 더했다. 당시 기조실 인력이 아닌 계열사 내부에 첫 M&A 조직을 신설, 인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2022년경 현대글로비스가 내부 인력으로만 신생 M&A팀을 조직한 이듬해 알티올을 인수한 것이 첫 성과였다"라며 "이후에도 수백억원대 수준의 국내 스타트업들을 리스트업하고, 물류와 해운 위주 기업들을 인수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지난 6월 현대글로비스는 창사 첫 '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어 2030년까지 9조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겠다고 기관투자자들에게 설명했다. 전략 투자를 통해 매출 40조원, 영업이익률 7% 수준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회사의 M&A 확대 가능성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21.4%)→현대차(33.9%)→기아(17.3%)→현대모비스 등 순환출자 형태의 지배 구조다. 정의선 회장이 그룹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와 기아를 지배하기 위해선, 정몽구 명예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7.24%)을 물려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현금만 2조원이 넘는데, 시장에선 정 회장이 지분 20% 이상 보유한 현대글로비스의 주식을 활용할 것으로 내다본다. 현대글로비스의 주식가치 증가와 배당 확대가 그룹 차원의 지배구조 재편 밑작업으로 해석되는 배경이다.
증권가 관계자는 "현대글로비스의 물류 관련 기업 인수는 현대차그룹 입장에서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 대비하면서도, 동시에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준비할 수 있는 행보"라며 "그룹 차원에서도 글로비스의 주가 부양 노력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