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7조 늘 동안 신용대출 1000억 늘어
당국, 중·저신용자 대출 비율 산정 변경 검토
규제 강화시 주담대 축소 불가피…수익성 직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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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카카오뱅크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중심 자산 확대를 통해 올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존재 의의인 중저금리 대출은 규모도, 비중도 크게 늘지 않았다.
손 쉬운 '이자 장사'에 안주하려는 모습이 보이자 금융당국은 규제 강화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규제가 현실화할 경우 수익성은 물론, 건전성이 크게 나빠질 거란 우려가 제기된다. 4분기에 내놓을 주주환원책 역시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호실적이 자충수가 된 상황이란 지적이 나온다.
7일 카카오뱅크는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반기 기준 최대인 231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25.9% 증가한 수치다. 이자수익이 1조1811억원으로 전년 동기(9461억원) 대비 2350억원(24.8%) 늘었다. 플랫폼 및 수수료 수익 등은 이전 분기와 큰 차이 없이 비중이 미미했다.
사상 최대 실적의 핵심 기반은 주담대였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1년새 여신 잔액을 대략 9조원 가량 늘렸는데, 이중 7조원이 주담대다.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 5조5000억원 수준이었던 주담대 규모가 올 상반기 말엔 12조4000억원으로 늘었다. 전월세대출과 개인사업자 대출도 각각 1조원 늘었다.
카카오뱅크의 주담대가 크게 증가한 것은 주담대 대환대출(갈아타기) 덕이 컸다는 평가다. 플랫폼의 편의성과 시중은행 대비 낮은 금리로 사실상 주담대를 '흡수'했다. 자산 규모가 1년간 9조원, 26% 성장하자 영업이익 역시 전년대비 28% 늘어난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영업점이 없어 순이자마진(NIM) 역시 2.2%대로 시중은행보다 크게 높다.
상반기 말 기준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은 32.5%로 나타났다. 인터넷은행 3사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중저신용대출 잔액은 1년간 8000억원가량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체 자산 증가분의 9% 수준이다. 심지어 올해부터는 개인사업자 신용대출도 중저신용대출 규모에 포함됐기 때문에, 실제 올해 중 중저신용자 개인 대출은 드러난 수치보다도 적게 늘었을 거란 추정이 나온다.
디지털 혁신에 기반해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사각지대를 해소한다는 인터넷뱅크의 설립 취지와는 완전히 어긋나는 모양새란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는 지난해에도 연말을 앞두고 중저신용 상품의 금리를 고신용자 대상 상품보다 낮추는 등 특판 상품을 판매해 가까스로 규제 비중(30%)을 맞췄다"며 "보수적 금리 책정으로 신용대출 자산 성장을 억누르고 있는 건, 중저신용 대출을 늘리지 않겠다는 포석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도 참다 못해 칼을 빼든 모양새다. 금융당국은 현재 인뱅의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율 산정 방식에 대한 수정을 추진하고 있다. 중신용대출 비중 산정시 주담대를 포함하는 방안부터, 아예 총 여신 대비 비중으로 산정하는 방안까지 폭 넓은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현재는 중·저신용자 대출액을 가계 및 개인사업자 신용대출만으로 나눠 비율을 산정한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2분기 기준 중·저신용자 대출 잔액이 4조7000억원, 비중은 32.5%를 기록했다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이는 분모에 가계 및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평잔을 적용하는 현재 기준으로 계산한 결과다.
현재 당국이 새롭게 추진하는 방식인 주담대를 포함해 계산하면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약 17.5% 수준까지 낮아지게 된다. 전월세 대출을 포함한 총여신을 기준으로 하면 11.9%까지 낮아진다.
당국이 제시하는 목표치인 '평잔 30% 이상'에 크게 못 미치는 셈이다. 산정 방식이 바뀌게 되면 새로운 감독 기준을 제시할 수도 있겠지만, 주담대 확장에 제동이 걸리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담대를 줄이고, 중·저신용자 신용대출을 확대하게 되면 연체율 등 건전성 관리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현재 건전성 관리에 애를 먹고 있다. 실제로 최대 실적에도 불구, 카카오뱅크의 건전성 지표는 연일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2분기 연체율은 0.48%로, 지난 분기 대비 1bp(1bp=0.01%포인트) 늘었다. 고정이하여신(NPL) 비율 역시 0.47%로, 지난해 3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으로 상승하고 있다. 회사는 리스크 관리에 힘쓰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당국이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를 압박하면 건전성 관리가 힘들어질 수 있다.
해당 규제가 도입되면 카카오뱅크는 수익성이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시장에서 기대하고 있는 주주환원책 역시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카카오뱅크는 이번 실적 발표 자리에서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수립해 4분기 중 공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 규모가 커져야 공격적인 주주환원이 가능하다. 규제 변경으로 당장 수익성이 낮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맞추기에 급급해지면 주주환원 여력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카카오뱅크의 성장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카카오뱅크는 이번 분기, 처음으로 직전 분기 대비 월간활성사용자수(MAU)가 줄었다. 그 수치가 크진 않지만, 시장은 MAU가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상징성에 주목했다. 실제로 이날 컨콜에서는 관련 내용에 대한 질의가 나오기도 했다.
회사 측은 "일부 계절적 요인이 있었다"며, "유저 액티비티는 정체해 있는 상황이 아니라 노력을 통해 지금보다 더 큰 수준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만 시장에선 카카오뱅크의 성장성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크다. KB증권과 NH투자증권은 지난달 카카오뱅크 목표주가를 3만원대에서 2만원대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가계부채에 대한 금융당국의 우려로 카카오뱅크의 대출 성장 하락과 예대율 하락이 전망된다"라며 "그동안 카카오뱅크가 여·수신을 통해 확보한 고객군을 바탕으로 대출 일변도를 넘어 성장의 부가가치를 증명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