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증시 변동성 우려에 증권사 먹거리 걱정 대두
WM·브로커리지 어쩌나…반대매매에 고객 이탈 가능성도
"상반기 올린 실적과 하반기 리스크 관리가 실적 가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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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 도입을 5개월여 앞둔 와중 미국발(發) 경기침체 공포로 증시가 급격히 폭락하면서 증권사들로 하여금 '수익성 방어'가 하반기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상반기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브로커리지(위탁매매)와 자산관리(WM) 부문 약진 덕에 호실적을 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하반기 중에는 증시 변동성이 잇따를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전망하며 이에 대응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지난 5일 코스피 지수와 코스닥 지수가 미국 경기 침체 공포에 장중 8% 넘게 폭락하면서 두 시장의 거래를 일시 중단시키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6일 일부 반등이 있긴 했지만, 증시에 대한 낙관론은 이미 상당부분 자취를 감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아시아 증시가 '블랙먼데이'를 보낸 데 이어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들 또한 3% 안팎의 폭락세를 기록했다. 개장 직후부터 급락세로 장을 시작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국내외 증시가 일제히 하락하는 와중, 증시에 선반영될 수밖에 없는 이슈인 '금투세' 관련 폐지 논의는 현재진행형이다. 시행은 5개월여 앞두고 있다. 지난 7월말 정부가 금투세를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금번 주가 폭락 사태를 두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금투세 폐지를 초당적으로 논의해야한다는 입장을 내놓는 등 압박에 나서는 중이다.
지금으로선 향후 주식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란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연말까지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우호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상반기 WM부문과 브로커리지 실적이 크게 개선되면서 수익성을 확대한 증권사들에겐 우려될 만한 지점이다.
실제로 한국투자증권은 증시 거래대금 증가의 수혜를 톡톡히 누리며 지난해 상반기 대비 64.9% 늘어난 순익을 올렸다. 브로커리지와 WM부문 실적 호조 덕이다.
물론 2분기 기준 국내주식 거래대금 감소하면서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이 직전분기 대비 1.1% 감소하긴 했으나 전년동기 대비해선 10% 이상 늘었다. 고객 예탁금 규모 또한 지난해말 기준 5조원에서 올해 2분기 5조7500억원으로 늘어난 상태다. 개인고객 금융상품 잔고가 반년 새 53조4000억원에서 62조6000억원으로 10조원 가까이 늘어나는 등 WM부문 또한 약진했다.
상반기 기준 NH투자증권의 브로커리지 수탁수수료 또한 276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2681억원)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3%가량 수수료 수익이 늘어난 모습이다. KB증권 또한 트레이딩·브로커리지 관련 영업이익이 증가하면서 상반기 순익은 전년 동기 대비 50% 넘게 증가한 3795억원을 기록했다.
각 증권사별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여파에 따라 기업금융(IB) 부문의 수익성은 상이하게 나타났지만 증시 호조에 따른 수수료수익 증가는 모든 증권사들의 수익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모습이다.
그러나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하반기 중엔 이러한 수혜를 기대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물론 5일 블랙먼데이를 보낸 뒤 6일에는 국내 증시가 반등하는 모습이 나타나곤 있다. 그러나 하반기 중 이같은 증시 충격이 몇차례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전제 하에 리스크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우려되는 지점으로는 신용공여 잔고가 꾸준히 증가한 점이 거론된다. 지난해부터 증시에 자금이 몰리면서 증권사들은 주식 투자를 하는 개인투자자에게 보유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려줘 왔다.
지난해 기준 증권사들이 신용공여를 통해 번 이자수익은 2조9216억원으로 나타났다. 올해 또한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및 인공지능(AI) 열풍 덕에 코스피 지수 상승이 예상됐던 데 따라, 증권사의 신용공여 잔고 확대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로 신용공여 잔고는 점점 늘어났다. 지난 6월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0조원을 넘겼다. 이는 지난해 9월말 이후 처음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증권사들의 전체 신용공여 이자수익은 727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0% 넘게 늘어난 값이다.
그러나 담보인 주식의 가치가 담보비율 아래로 떨어질 경우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반대매매' 물량 출하가 불가피하다.
반대매매 계좌가 급증하면 장기적으로 고객 이탈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반대매매 물량이 출하될 경우 증시가 추가적으로 급락할 수 있는 우려가 크다. 이 경우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심리가 더욱 위축되며 투자자 예탁금이 크게 줄어드는 등 악순환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리테일 사업 비중이 높은 증권사일수록 고객 유지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에 대응할 필요성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신한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상반기동안 WM부문 강화를 위해 조직개편에 나서는 등 움직임이 분주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들마다 다르겠지만 자기자본(PI) 포트폴리오가 숏포지션을 가지고 있었다면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WM부문 고객들 중, 신용공여를 일으킨 주식의 가치가 담보비율에 못미치는 경우 손실이 커질 수는 있다"라고 말했다.
이 와중 홍콩H지수 주식연계증권(ELS) 사태 이후 올해 상반기 ELS 발행 금액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는 지적이다. ELS 기초자산인 주가지수 하락 여파를 직접 맞닥뜨리진 않게 돼서다. 다만 증시 하락에 따라 ELS 조기상환율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관련 실적은 다소 부진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하반기 중에는 수익성 방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증권사들 또한 이를 인지하곤 리스크 점검에 나서는 분위기다. 그나마 IB부문의 수익성을 끌어올려 순익 증가세를 견인할 순 있다. 그러나 증시 뿐만 아니라 금리 또한 변동성이 커진 상황이어서 딜(Deal) 주관을 완주하는 것 또한 녹록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많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요 증권사들은 상반기 곳간에 채워둔 순익을 하반기 동안 지켜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라며 "이에 따라 증권사 내부적으로 리스크 관리가 주요 안건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중 공격적으로 영업에 나선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고민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