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개정으로 이자비용 증가할 듯
9월 중 증권신고서 제출 전망…"연내 상장 의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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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공개(IPO)를 앞둔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상반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상장 흥행을 위해선 하반기 실적이 더욱 중요할 것이란 평이 나온다. 특히 지난달부터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개정에 따른 업비트 실적 향방이 '마지막 관문'이라는 지적이다.
13일 케이뱅크가 공개한 2분기 경영실적에 따르면 순이익은 347억원으로 작년 2분기(147억원)의 2.4배로 집계됐다. 분기 최대 기록이었던 1분기(507억원)에는 미치지 못했다. 다만 상반기 누적 순이익(854억원)은 2017년 은행 출범 이래 반기 기준 최대를 기록했다.
2분기 말 기준 수신(예금)과 여신(대출) 잔액은 각 21조8500억원, 15조67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각 25.8%, 23.7% 증가했다. 여·수신 성장을 바탕으로 케이뱅크의 상반기 이자이익(2642억원)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6% 늘었고, 비이자이익(327억원)도 2.1배로 불었다. 1분기 말과 비교하면 여신은 6.2% 증가했지만, 수신은 9% 뒷걸음쳤다. 수신 감소는 가상자산거래소 예치금 급감과 관련이 있다는 설명이다.
케이뱅크가 이르면 올해 연말 혹은 내년 초 상장을 목표로 삼고 있는 가운데 상반기 양호한 실적을 기록하면서 일단 한 고비는 넘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케이뱅크는 앞서 2월 NH투자증권, KB증권,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를 상장주관사로 선정하며 본격 상장 작업에 착수한 바 있다. 이후 6월 말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고 IPO를 추진 중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증시가 불안정하기는 하지만, 지금 투자시장에 금리인하를 기대하고 있는 대기자금이 많아서 케이뱅크도 타이밍만 잘 잡으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 시장의 전망대로 연말에 상장을 시도한다면, 지난달부터 시작된 '하반기 숫자'가 더욱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에서는 케이뱅크가 추석 연휴 전후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경우 증권신고서에 3분기 실적이 일부 반영될 가능성이 언급된다.
시장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개정에 따른 영향이다. 지난달 19일부터 이용자에게 예치금 이용료 지급 의무화 내용이 포함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됐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개정되며 가상자산 거래소와 제휴한 은행 입장에서는 이자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이전까지는 예치금에 0.1%의 금리를 제공했지만, 앞으로는 2.1%을 제공키로 한 까닭이다. 업비트의 경쟁사인 빗썸(NH농협은행 제휴)이 2.2%를 제공키로 한 것이 배경으로 추정된다.
이를 고려하면 3분기부터는 케이뱅크가 상반기와 같은 '역대급' 실적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업비트의 예치금이 올해 1분기 기준 6조3000억원 규모라 이자비용만 1200억원 규모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상반기 순이익이 854억원이니 단순 환산으로 연 1700억원 정도인데, 꾸준한 호실적을 내지 않으면 연 순이익이 이자비용과 맞먹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실적이 좋기는 했지만, 업비트 제휴를 통한 코인 투자자금이 몰린 것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가상자산예치금이 많은 것이 오히려 (하반기 실적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며 "하반기에 예치금 이용료가 오르면 이자비용이 오를 텐데, 이를 어떤 방식으로 만회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실적 외 환경도 녹록지만은 않다는 평가다. 상장 이후 실적이 급락하면서 주가가 하락하는 사례들이 적지 않아 거래소에서도 현미경 심사를 이어가는 분위기가 전해진다.
케이뱅크의 유력한 국내 피어그룹(비교기업)으로 거론되는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여전히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현재 카카오뱅크의 순자산주가비율(PBR)은 1.66배 수준이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상반기 231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호실적을 보였지만,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의 구속으로 인한 대주주 사법리스크에 따른 지배구조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투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대주주의 사법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기 전까지는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케이뱅크 측은 "연내 상장을 목표를 두고 있으며, 상반기에 역대급 실적이 나온 점은 긍정적"이라며 "하반기에 업비트 예치금 이용료에 따라서 다소 운용수익의 감소가 있을 수는 있지만, 대환대출 등 여신 포트폴리오 확장으로 인한 이자수익 증가, 업비트 제휴 사업을 통한 수수료 수익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