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권 규모가 변수…8000억원 이상 청구되면 합병 무산 가능
12일~26일까지 합병 반대의사 접수…은행ㆍ증권사 컨택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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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의 주가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SK E&S와의 합병 작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보다 낮아 차익실현을 노리는 매물이 쏟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물밑에서 증권사와 은행을 통한 자금조달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대 8000억원까지 현금이 필요할 수 있는 만큼, 유동성을 확보해두려는 것이다.
최근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10만2000원~3000원 수준에 형성돼 있다. 3개월간 10만~12만원 사이에서 박스권을 보이는 모양새다. 이달 5일 글로벌 증시 급락으로 9만17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곧 박스권 수준을 회복했다.
다만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11만1943원) 대비 10% 가량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발표 당일인 지난달 17일 종가가 11만9700원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주가는 15% 가량 쪼그라들었다. 아직은 차익 실현을 노리고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요인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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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양사 합병의 변수로 남아 있다.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8000억원을 넘는 경우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계약을 해지하거나 합병 조건을 변경할 수 있다. 이는 약 715만주를 매입할 수 있는 금액에 해당한다. SK이노베이션은 주식매수청구권 규모를 줄이기 위해 내부적으로 주가 부양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매크로 환경이 급변하며 하락을 피하지 못한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오는 26일까지 SK E&S와의 합병을 반대하는 주주들의 의사를 접수한다. 서면 등을 통해 반대 의사를 표시한 주주들은 합병승인 주주총회일인 27일부터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주주들의 규모에 따라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결정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주식매수청구권 규모가 8000억원을 넘는다고 해서 양사 합병이 즉시 무산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양사 합병에 따른 사업 시너지를 고려할 경우 1조원 안팎의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은 전기차 캐즘(chasm;대중화 이전의 수요 정체 현상) 여파로 재무부담이 악화되고 있어 계열사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조 단위에 이르는 자금조달을 위해 은행과 증권사 등과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 시중은행은 3조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지 시장 상황을 살피고 있다. 주식매수청구권을 비롯해 계열 자회사들이 발행한 채권의 상환 요청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국내 대형증권사 역시 SK이노베이션 측과 자금조달과 관련한 여러 옵션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의 주가 부진으로 인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라며 "SK이노베이션 측에서는 자금조달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