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기대감에 오른 PBR 적용 가능?…증시 부진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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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GI서울보증보험(이하 서울보증보험)이 기업공개(IPO)에 재도전한다. 지난해처럼 손해보험사 중심 밸류에이션(가치평가)로 공모가를 산정할 가능성이 큰 가운데, 전년대비 크게 오른 손보사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서울보증에도 적용하는 것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서울보증보험은 13일 한국거래소(이하 거래소)에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이하 예심) 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해 10월 기관투자자(이하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둔 데 따라 상장 계획을 철회한 지 10개월 만이다.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이다.
서울보증보험은 9년 만의 공공기관 상장 사례인 만큼 상징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주관사 선정 당시에도 딜 주선을 위한 경쟁이 치열했던 이유다.
상장 완주를 위해선 지난해보다 나은 조건을 제시해야 할 것이란 지적이 많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지금 청구할 경우 연말쯤 공모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라며 "작년 상장에 나섰을 때와 달리 공모조건이 어떻게 달라졌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핵심은 기업가치다. 지난해 서울보증보험은 공모가 희망 밴드 상단 기준 목표 시가총액으로 3조6168억원 수준을 제시했다. 올해엔 이보다 낮게 공모가를 책정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이다.
지난해 서울보증보험은 피어그룹에 국내 손해보험사인 삼성화재해상보험, DB손해보험을, 해외 기업으로는 프랑스 보증보험회사인 코파스(Coface), 미국 종합보험회사인 트래블러스(Travelers) 등 2곳을 포함시켰다. 이에 대해, 희망하던 몸값 3조원 수준을 맞추려 했다는 평가가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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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손보사들의 평균 주가가 10개월 사이 50% 가까이 상승했다는 점이다. 몇 년간 부진한 흐름을 보이던 손해보험사들의 주가가 반등하기 시작한 것은 연초부터다. 장기적으로 성장성이 제한적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10월 서울보증보험이 상장을 추진하던 당시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의 PBR은 각각 0.67배, 0.48배 수준이었다. 지난 1분기 기준 이들의 PBR은 각각 0.88배, 0.62배를 기록하고 있다.
손해보험사들은 일단 상반기까진 시장 기대 수준의 실적을 내놓고 있다.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한화손해보험은 이번 상반기에 반기 기준 최대 이익을 달성했다. 삼성화재 또한 상반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DB손해보험 또한 상반기 기준 순익은 전년동기 대비 23%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실적과는 별개로 물론 주주환원 정책 수준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긴 하다"며 "연말까진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현 수준의 손보사 밸류에이션을 서울보증이 적용한다면 반발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보증보험의 실적에 대한 기대감은 매우 옅은 상황이다. 서울보증보험의 올해 1분기 순익은 269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60.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손익 감소세보다 보험손익 감소 폭이 훨씬 컸다는 점에서 '이익의 질' 및 '성장성'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분기 실적 전망 역시 시장에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많은 않다. 보증보험 특성상 경기 상황에 따라 손해율 및 구상률의 변동성이 높은 까닭에 보험부문의 이익변동성이 내재돼 있다는 평가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최근 경기 저하 및 정책적 지원 등의 종료로 손해율이 상승하고 구상률이 하락하면서 수익성이 다소 저하됐다"라고 평가했다.
최근 공모시장 분위기가 가라앉은 점도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최근 증시에 입성한 발행사들의 주가가 상장 당일 하락하는 모습이 적지 않게 나타나서다. 이노스페이스에 이어 최근 상장한 뱅크웨어글로벌의 주가는, 희망 공모가 밴드 하단 가격으로 공모가를 책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상장 첫날 하락마감했다.
수익성이 낮아질 경우 서울보증이 제시해온 '고배당주'로서의 장점도 퇴색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지난해 상장 추진 당시 제시한 배당성향 50%를 유지하더라도, 배당 재원인 순이익 규모 자체가 줄어들면 배당수익률은 타 금융사 대비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는 까닭이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주주환원율 50%는 이미 연간 5조원대 순이익을 내고 있는 대형 은행금융지주들이 선점한 테마라 신선하지 않다"며 "리츠 및 커버드콜 ETF 등 배당형 상품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안전한 배당주' 포지셔닝에 앞서 시장 기대에 맞는 유의미한 배당수익률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