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리츠·JR리츠도 수백억원대 추가 정산금 발생
이지스도 캐피탈콜 난항에 채무불이행 위기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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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해외부동산 부실로 투자금 손실 위기에 처한 국내 부동산 운용사들이 환헤지(hedge) 전략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수백억원에 달하는 추가 정산금을 지불해야 하는 운용사들은 전부 자금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환리스크 관리를 위해 체결했던 은행과의 계약들이, 급격한 환율 상승으로 인해 오히려 부담이 된 상황이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마스턴프리미어리츠는 올해 7월 환헤지 계약 만기 시점에서 70억원의 추가 정산금을 지불해야 했으나, 일부 현금 부족으로 펀드 계좌 가압류 위기까지 맞이했다. 이 과정에서 주주들과의 갈등도 불거졌고, 결국 모회사인 마스턴투자운용이 나서 자금을 대여하면서 사태를 해결했다.
국내 운용사들은 해외부동산에 투자할 때 환율 변동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대개 은행들과 외화 투자금에 대한 환헤지 파생 계약을 체결한다. 펀드 만기가 다가오면 환헤지 계약을 갱신(롤오버)해야 하는데, 계약 시점보다 환율이 상승할 경우 추가 정산금을 부담해야 한다.
2021년초 110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2023년말 기준 1300원을 넘어섰고, 원-유로 환율도 1300원대에서 1500원 이상으로 치솟았다. 2년 사이 약 20% 이상의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그만큼의 환헤지 손실금도 불어난 상황이다.
JR글로벌리츠는 환헤지 만기가 다가오면서 추가 출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내년 초에 만기가 돌아오는 원-달러 환계약만 해도 1억2000만달러(한화 약 1650억원) 규모로, 수백억원대의 추가 정산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2년 뒤에 도래하는 3억유로(약 4500억원) 규모의 해외부동산 롤오버도 있다. 1400원대 환율로 헤지 계약을 체결해 부담은 덜하지만, 최근 원-유로 환율이 1500원 가까이 치솟으면서 추가 출자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다. JR자산운용은 지난해 5월에도 헤지 계약 만기가 도래하자 230억원 규모의 현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정산한 바 있다.
벨기에ㆍ영국 등 유럽 자산에 주로 투자한 KB스타리츠 역시 내년 롤오버 시점에 수백억원대의 정산금이 발생할 전망이다. IPO 당시 체결된 약정에 따라 KB증권으로부터 자금을 대여 받아 해결할 예정이지만, 대여에 따른 이자 비용 역시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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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상장리츠가 아닌 공모펀드의 경우 부담이 더욱 크다. 리츠는 유상증자나 차입을 통해 정산금을 마련할 수 있지만, 공모펀드는 투자자들에게 추가 출자(캐피탈콜)를 요구해야만 하는 까닭이다.
유럽 물류센터에 투자하는 이지스자산운용의 공모펀드는 올해 상반기 환헤지 파생계약 만기가 도래했지만, 정산금 약 200억원에 대한 투자자들의 동의를 얻지 못해 올해 9월 채무불이행(EOD) 가능성이 높아졌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해도 유럽 자산은 '환헤지 프리미엄'이 있었는데, 이젠 디스카운트가 생기면서 자산 평가손실에 더해 환손실까지 추가된 상황"이라며 "많은 자산들의 파생계약 만기가 올해 하반기에 몰려있어 폭풍전야 분위기다"라고 설명했다.
리스크를 감수하고 환헤지 계약을 맺지 않아 오히려 이득을 본 사례도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투자한 호주 캔버라 연방교육청사 및 미국 애틀랜타 스테이트팜 사옥은 자산가치 하락에도 불구하고 환차익(환노출)으로 투자 손실을 대거 상쇄했다.
시장에서는 금융 당국의 경직된 규제 역시 환리스크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해외부동산 펀드에 대해 50% 이상의 환헤지 계약을 권고하고 있다. 주식 투자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환노출이 허용되는 것과 달리, 부동산에 대해 엄격한 환헤지 정책을 고수하면서 급격한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이다.
리츠업계 관계자는 "누구도 급격한 원화 약세를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당시엔 환헤지 계약 비중을 키우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지만, 당국의 권고도 일부 영향을 미쳤던 상황"이라며 "정산금 부족으로 계좌 압류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정산금 조달을 하지 못해 상장폐지까지 거론될 수 있기 때문에 당국의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