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밥캣 방지법'에 두산그룹 오너 일가 소환 거론
단골손님 금융지주, 올해는 우리·신한금융 집중포화
카카오, 정보유출 논란에 재소환…여야 제재 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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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통상 8월부터 국감 준비를 시작하는 만큼, 각 의원실과 기업 대관들은 분주해진 상황이다.
올해 4월 총선에선 초선 비중이 40%를 넘었고,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연합이 압도적인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국정 주도권을 확보하고자 하는 의원들에게 힘이 실리면서, 올해 국감 증인 신청은 지난해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쿠팡을 비롯한 두산, 포스코인터내셔널, 호반건설, 홈플러스, 우리금융지주 등 주요 기업들이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으로는 쿠팡과 큐텐그룹(티몬ㆍ위메프)이 꼽힌다. 이들 기업은 정무위, 환노위, 산자위는 물론 기재위까지 거의 모든 상임위에서 증인 채택이 논의되고 있어 '전방위 감사'가 예상된다.
쿠팡의 경우 '쿠팡맨' 노동 문제,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 도입, 해외직구 관세 혜택 논란 등 다양한 이슈가 제기될 전망이다. 큐텐은 최근 발생한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로 인해 온라인 플랫폼의 책임과 규제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김범석 쿠팡 의장과 큐텐 경영진에 대한 증인 출석 요구도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선 박정원 회장 등 두산그룹 오너 및 주요 경영진들을 국감에 소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상장사 합병 비율을 주가가 아닌 기업 본질가치를 기준으로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 일명 ‘두산 밥캣 방지법’을 발의한 김현정 의원실이 논의를 이끌고 있다. 그외 강훈식ㆍ김남근ㆍ민병덕 등 다수 야당 정무위원들도 발의에 동참, 두산그룹의 사업재편을 쟁점화하는 분위기다.
소액 주주들의 관심이 큰 사안인 만큼, 여당 의원들도 최근엔 증인 채택 거부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주요 경영진의 국감 출석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두산밥캣-로보틱스 합병은 재벌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인 만큼, 그룹 관계자의 증인 출석을 통해 합병 과정의 적법성과 투명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매년 정무위 국감의 단골손님이던 금융지주는 올해도 어김없이 호출될 전망이다.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부정대출 의혹을 받고 있는 우리금융과,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를 비롯해 횡령·배임 등 금융 사고가 잇따랐던 KB금융이 주로 언급된다. 하나금융 역시 홍콩ELS 사태에 따른 경영진 소환 가능성이 언급된다.
더존비즈온과 함께 제4인터넷은행 인가를 얻으려고 하는 신한금융 경영진들의 증인 출석도 거론된다. 신한금융의 경우 계열사 신한투자증권이 사모 분리형 BW(신주인수권부사채)를 편법 발행했다는 논란이 일었는데, 회사측은 '금감원에 체크한 결과 문제 없다고 답을 받았다'는 입장이지만 여전히 일부 의원실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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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국정감사의 단골 주제였던 카카오는 최근 김범수 창업자의 구속으로 정치권의 관심에서 잠시 벗어나는 듯했지만, 카카오페이가 중국 알리페이와의 개인신용정보 유출 문제로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카카오그룹 전체가 다시 국감의 주요 타깃이 될 가능성도 커졌다.
정무위뿐 아니라 국회 기재위도 카카오페이 제재에 동참하고 있다. 최근 송언석 기재위원장이 카카오페이 및 알리페이에 강력한 법적 제재조치를 촉구하면서, 카카오 고위 관계자들이 기재위 국감 증인으로 출석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여당 기재위 관계자는 "카카오페이 개인정보 유출 논란은 여야 관계없이 문제삼고 있는 사안"이라며 "과거 주로 다뤘던 '문어발 확장'뿐 아니라 정보 유출과 시세조종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노사 갈등이 첨예한 기업들도 주목받을 전망이다. 특히 홈플러스, 아시아나항공, 쿠팡 등이 노동 문제로 집중 조명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기업의 노사 갈등은 22대 국회에 새롭게 진출한 노조 출신 의원들의 관심사와 맞물려 더욱 뜨거운 논쟁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 내 노조 출신 의원들은 민주노총 출신이 5여명, 한국노총 출신이 10여명인데 양 세력 간 주도권 다툼이 치열한 상황"이라며 "이들이 노사 분쟁이 있는 기업들에 대해 발언권을 높이려 경쟁하면서, 기업 비판 수위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증인 채택을 둘러싼 여야의 팽팽한 줄다리기도 예상된다. 야당 산자위가 문제삼고 있는 정부의 동해안 심해가스ㆍ석유 시추 사업 '대왕고래'(포스코인터내셔널), 야당 기재위가 쟁점화하는 호반건설 편법 세습 논란 등이다. 아직 구체적인 증인 채택 단계에 이르지 않았지만, 양측 모두 해당 사안들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어 향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는 지점이다.
국회의 국정감사 준비 움직임에 발맞춰 기업들의 대관 활동도 분주해지고 있다. 특히 증인 채택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은 이미 8월부터 경영진의 해외 일정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감 기간 중 해외 체류를 이유로 증인 출석을 피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다만 원 구성 후 첫 국감인 만큼 강도가 훨씬 셀 것이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지난해 21대 마지막 국감에선 대부분의 총수들이 해외 일정을 이유로 비켜 갔지만, 올해는 소관 상임위 의원들이 벼르고 있어 피하기 쉽지 않다는 분위기도 짙다.
한 대관 담당 임원은 "국감 시즌이 다가오면서 주요 경영진의 해외 출장이나 해외 투자자 미팅 등의 일정을 조율 중인 상황"이라며 "다만 자기홍보를 해야 하는 초선 의원들이 많아 출석 압박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