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지분 담보로 자금 조달…추가 자금 확보 필수
유통 넘어 건설·로봇·기계 사업 영역 확장 전망
로보틱스 통한 푸드테크 시너지 창출에 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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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 김동선 부사장이 한화갤러리아 주식 공개매수에 나섰다. 그룹 계열사가 아닌 개인이 대규모로 진행하는 이번 공개매수는 그간 암묵적으로 거론됐던 김 부사장의 유통 사업부문 승계가 본격화되는 신호로 해석된다.
향후 김 부사장이 갤러리아를 포함한 한화그룹의 유통 계열사 경영권을 확보하고, 기계·로봇·건설부문 등 사업부를 분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화갤러리아는 김동선 부사장이 보통주 3400만주(지분율 17.5%)를 주당 1600원에 공개매수한다고 22일 공시했다. 총 매수 금액은 544억원으로, 최근 1개월 평균 주가 대비 34%, 직전 거래일 종가 대비 23% 할증된 가격이다. 이번 공개매수가 성공하면 김 부사장의 한화갤러리아 지분은 기존 2.3%에서 19.8%로 크게 늘어나게 된다.
이번 공개매수는 회사가 아닌 개인 명의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지난달 ㈜한화 지분 8%(600만주)에 대한 공개매수를 시도했지만, 매수 가격을 당시 종가에서 7.72% 할증된 수준으로 제시하며 목표치 이하인 약 5%(389만8993주) 확보에 그쳤다.
김 부사장의 20%대 할증 공개매수 소식에 한화갤러리아 주가는 하루만에 15% 이상 올랐다.
투자업계에서는 이번 공개매수가 김동선 부사장의 그룹 내 노선 정리를 의미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간 유통 부문을 맡을 것으로 예상됐던 시장의 관측을 현실화하는 동시에, 한화그룹 계열사들이 방산 및 에너지(김동관)ㆍ금융(김동원)ㆍ유통(김동선) 등 성격에 따라 본격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화그룹 전체 매출에서 유통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2023년 기준 한화갤러리아와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매출은 한화그룹 전체에서 5% 비중도 되지 않는다. 김 부사장이 유통을 넘어 보다 큰 사업 영역을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 부사장은 현재 ㈜한화 건설부문(이하 한화건설) 해외사업본부장, 한화로보틱스 전략기획담당,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략부문장 등을 맡고 있다. 한화건설과 한화로보틱스, 그리고 한화그룹의 기계 관련 계열사들이 김 부사장의 주요 관심 대상으로 거론된다.
한화건설의 경우, 김 부사장이 올해 초 해외사업본부장으로 선임되면서 회사에 7년 만에 복귀했다. 연간 매출 규모가 3조~4조원대에 달하는 곳으로, 김 부사장이 담당하는 다른 사업들 대비 큰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비교적 신생 회사인 한화로보틱스는 김동선 부사장이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기업이다. 협동로봇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F&B(식음료 서비스) 분야와의 시너지 창출을 모색하는 '푸드테크'에 몰두하고 있다.
한화푸드테크가 설립한 성남 판교 소재의 400평 규모 푸드테크 연구개발(R&D)센터는 김 부사장의 'M&A 전략실'로 전해진다. 실제 한화로보틱스는 푸드테크 관련 로봇 기술 개발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한화갤러리아와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등 사업장에도 로봇 기술 활용을 적용할 계획이다.
투자업계에선 최근 김동관 부회장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분할될 한화정밀기계와 한화모멘텀 등 기계와 소재 부문 계열사를 김동선 부사장에게 넘길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 부사장은 로보틱스를 중심으로 한 비(非)유통 신사업에 대한 갈증이 높았고, 특히 기계ㆍ장비ㆍ로봇 산업군 인수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온 것으로 전해진다. 한화그룹 형제들이 사업 재편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간 전략적 거래가 있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자금 마련 방식도 시장의 눈길을 끌고 있다. 김 부사장은 이번 공개매수 참여를 위해 보유 중인 ㈜한화 지분(보통주 126만여주)을 담보로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544억원 규모의 주식 담보 대출을 받았다. 대출금리는 4.86~5.18% 수준이다.
향후 추가적인 지분 확보나 사업 확장을 위해서는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금융권에서는 한화그룹의 추가적인 사업 재편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계열사 간 합병, 유상증자 참여, 우회적인 지분 확대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지배력을 강화해 나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번 공개매수는 김동선 부사장의 그룹 내 입지 강화를 위한 첫 단추"라며 "한화그룹이 최근 승계를 위한 사업재편 밑작업을 위해 관(官)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