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기습 통보, 일방적 해임" 주장
하이브 측 상대로 소송 등 대응 숙고 중
법원의 '주주간계약' 해지 결정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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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뉴진스의 소속사 어도어 대표이사가 전격 교체됐다. 민희진 전 대표 측은 하이브의 ‘일방적 해임’을 주장하고 있다. 민 전 대표의 법적 대응도 예상되는 가운데 결국 ‘주주간계약’ 유지 여부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현재 하이브가 민 전 대표와의 주주간계약 해지 확인의 소를 제기한 상태인데, 법원의 결정이 어도어 대표직과 거액의 풋옵션을 두고 민 전 대표의 운명을 가를 전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는 하이브의 어도어 대표이사 교체와 주주간계약 해지 통보와 관련해서 법적 소송전에 나설지 숙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 전 대표 측은 하이브가 대응에 속도를 내면서 추가적인 대응 방향과 관련해 법무법인 등과 대책 마련에 나선 분위기다.
민 전 대표는 법적 소송 선택지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 하이브 측이 어도어 프로듀싱 업무는 계속 민 대표가 이끌어간다고 밝혔지만, 대표직을 잃으면 해당 업무에서도 배제 수순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중론이다.
결국 주주간계약 이슈가 남은 갈등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하이브는 민 전 대표를 상대로 주주간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지난달 법원에 주주간계약 해지 확인의 소를 제기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앞서 법원이 가처분 결정을 내린 점을 고려하면, 하이브 측이 확실한 ‘추가 근거’가 없다면 주주간계약 해지가 불확실하다는 관측이 있다. 하이브는 지난 5월 31일 ‘민희진 대표이사 겸 사내이사 해임안건’에 대하여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려고 했으나, 법원은 하이브가 이 안건에 대해 찬성하는 내용의 의결권 행사를 할 수 없다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민 대표의 이사 해임 사유, 사임 사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하이브 측은 당시 법원의 결정은 ‘가처분’ 차원의 판단으로, 진행 중인 건에 대해서 좀 더 지켜보자는 의미가 컸다고 보고 있다. 이에 추가적인 증거 등을 보완해 주주간계약 소를 제기하고 법원의 결정을 노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주주간계약이 사라지면 민 전 대표에게 약속된 1000억원대 거액의 풋옵션도 없던 일이 된다. 갈등 격화로 ‘이별’이 예상된 이상 민 전 대표와 하이브 모두 해당 풋옵션 행사 여부가 사실상 남은 가장 중요한 문제로 꼽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 측과 민희진 전 대표 측이 어떠한 협의를 통해서 이번 조치가 이뤄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추가적인 법적 분쟁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며 “서로 지켜내야 할 것이 많은 상황이지만 ‘회사’인 하이브와 ‘개인’인 민 전 대표가 법적 분쟁에 들어서면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7일 오후 1시 어도어는 이사회를 열고 김주영 어도어 사내이사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김 신임 대표는 지난 5월 이사회에서 하이브 측이 선임한 CHRO(최고인사책임자)다. 김 대표는 유한킴벌리 인사팀장과 크래프톤 HR 본부장 등을 지낸 인사관리(HR) 전문가다. 어도어는 이로써 제작과 경영을 분리하게 됐다. 하이브 측의 이러한 움직임은 5월 민 전 대표를 제외한 모든 이사회 구성원이 하이브 측 임원으로 꾸려지면서 사실상 예고됐던 수순이기도 하다.
어도어 측은 “어도어 이사회는 안건 통지, 표결 처리까지 모두 상법과 정관이 정한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됐다”며 “개최 일정은 민희진 전 대표가 연기를 희망해 온 날짜 가운데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민 전 대표는 화상으로 참석했고, 이사회는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 어도어와 뉴진스의 미래를 위해 최선의 선택을 했다”라고 덧붙였다.
민 전 대표 측은 “일방적 해임”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민 전 대표 측은 “이번 해임 결정은 주주간 계약과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 결정에 정면으로 반하는 위법한 결정”이라며 “민희진 대표는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해임된 것이지 물러난 것이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사회 결정도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도어의 경영 체제 변경에 시장은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28일 오전 하이브 주가는 전일 대비 약 4% 소폭 반등해 거래 중이다. 분쟁의 소지가 제거됐다는 판단에 투자심리가 확대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메리츠 증권은 “이번 어도어 내부 조직도 제작과 경영을 분리해 멀티레이블 시스템을 보완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어도어는 이번 제작과 경영 분리에 대해서 "제작과 경영 분리는 다른 모든 레이블에 일관되게 적용해 온 (하이브 산하) 멀티 레이블 운용 원칙이었지만, 그간 어도어만 예외적으로 대표이사(민희진)가 제작과 경영을 모두 총괄해 왔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변화가 어도어의 기업가치나 하이브의 기업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지는 장기적으로 지켜봐야 한다. 방시혁 의장 및 하이브 측에서도 민희진 전 대표의 프로듀싱 능력을 높게 사 어도어 경영까지 맡겼던 상황이지만, 경영상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시장에서는 멀티레이블 체제에 대한 의구심도 이어지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