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자산은 회수해 기업 투자 확대할지 관심
중국 시장 부진에 한국·일본 투자 확대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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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부동산계의 큰손인 싱가포르투자청(GIC)이 연달아 서울 중심업무지구(CBD)의 핵심 오피스 빌딩 매각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성장 둔화로 인한 투자 손실 만회를 위한 회수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이후 한국 투자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GIC가 최근 소극적이던 국내 기업 투자에도 이름을 올리기 시작하는 등 투자 전략에 관심이 모인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GIC는 광화문에 위치한 ‘서울파이낸스센터(SFC)’ 매각 자문사 선정을 위해 소수의 외국계 자문사들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SFC는 GIC가 2000년 한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인수한 건물로, 약 24년 만에 매각에 나선 것이다. 당시 GIC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직후 SFC를 3500억원에 사들였다. 현재 SFC의 자산가치는 1조원대 중반으로 거론된다.
앞서 지난 4월 GIC는 서울 중구 무교동의 ‘더익스체인지 서울’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코람코자산운용-시티코어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더익스체인지는 GIC가 지난 2004년 760억원을 들여 모간스탠리로부터 인수했다. 우협에서 제시한 희망가는 2300억원대로 전해진다.
GIC가 국내 시장에서 오랜 기간 보유한 ‘알짜 자산’을 연이어 내놓는 배경으로 여러 해석이 뒤따르고 있다. GIC는 국내 진출 초기부터 SFC를 시작으로 강남파이낸스센터(GFC), 여의도 신한금융투자 빌딩, 성수동 아크로 서울포레스트 프라임오피스 등 굵직한 매물을 사들이며 국내 부동산 시장의 큰손으로 자리 잡은 바다.
최근 외국계 투자자들이 상업용 부동산 ‘고점’ 매각에 나선다는 시각도 있는 가운데, GIC의 자산 매각은 해외 손실을 만회하려는 포트폴리오 조정 차원이라는 해석에 좀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최근 GIC의 글로벌 투자 성적은 과거에 비해 좋지 않았다. GIC가 지난 7월 발간한 2023~2024년(3월말 결산 기준) 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년 연평균 실질 수익률이 3.9% 상승했는데 이는 작년의 4.6%와 비교해 낮아졌다. 해당 성장 속도는 2020년의 2.7% 투자 수익률 이후 가장 저조한 수준이다.
지난해 8월에는 제프리 젠수바키 GIC 최고투자책임자(CIO)가 “PE 투자 호황은 끝났다”라고 언급할 정도로 레버리지 투자에 비관적인 투자 시각을 드러낸 바 있다.
올해 보고서에서도 GIC는 “고금리의 장기화, 부동산 시장 등 중국 경제의 어려움, 그리고 지정학적 긴장 상황이 글로벌 투자 환경을 계속해서 어려움에 처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GIC는 “중기적인 수익 전망이 여전히 낮으며, 특히 선진국 시장에서 많은 위험 자산의 고평가로 인해 위험 대비 이익이 우호적이지 않다”라고 투자 환경에 대해 비관적 시각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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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황에서 GIC가 기본 투자 철학인 ‘장기 성과’ 집중을 위해 투자보다 ‘회수 안정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프리 젠수바키 CIO는 “펀드가 공급과 수요 전망이 좋지 않은 분야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언급했다. GIC는 아시아 지역에서는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가 이어지면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첨단 제조업과 산업 분야, 임대 주택 사업과 같은 틈새 분야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러한 투자 관점에서 GIC가 최근 한국이나 일본 시장을 주목하는 분위기가 전해진다. 아시아 내에서 여타 글로벌 큰 손들은 인도로 달려가고 있지만, 인도가 중국과 마찬가지로 법 제도 등이 까다롭다 보니 ‘회수’가 불확실한 시장이라는 점이 고려되고 있다.
한 글로벌 대형 PEF 관계자는 “GIC가 원래도 한국에 관심이 많았는데, 아무래도 중국에 초점이 좀 더 갔었지만 이제 중국 비중을 줄여야 하다 보니 한국과 일본을 늘리려고 하고 있다”며 “인도는 한번 소송에 걸리면 10년이 지나도 판결이 안 나오는 등 돈이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아서 (GIC가) 크게 주목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GIC는 국내에서 부동산 큰손이지만 기업 투자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알려진 최근 빅딜로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스타벅스 투자 등이 있다. 지난 2021년 신세계는 GIC와 손잡고 스타벅스 본사로부터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지분 전량을 인수했다. 2023년 GIC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인 퍼블릭인베스트먼트(PIF)와 함께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1조원대의 투자를 단행했다.
최근 부동산 자산은 회수하고 있지만 기업 투자나 물류센터 부동산 대체투자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달 8일 삼성중공업의 공시에 따르면 GIC는 삼성중공업 지분을 추가 매입해 지분이 6.078%로 확대됐다. GIC는 지난 6월 삼성중공업 지분 5.045%를 매입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이후 6월부터 7월까지 꾸준히 지분을 늘렸는데 현재까지 매입 금액만 약 5000억원에 가깝다. 국내 조선 업계의 호황과 맞물려 삼성중공업이 호실적을 기록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분석이다.
GIC는 ㈜LS가 추진 중이던 계열사 미국 전선 제조업체 슈페리어에식스(Superior Essex)에 대한 2억달러(약 2800억원) 규모의 투자유치에도 참여를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투자 건은 최근 미래에셋자산운용 PE부문과 KCGI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외에도 GIC는 최근 부천 내동 복합물류센터 투자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다. 에코비트 인수전에서도 숏리스트 중 하나였던 싱가포르 운용사 케펠인프라의 지원군으로 GIC가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다만 케펠은 에코비트 본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GIC는 지난달 한국 지사 대표에 재스민 루 런던 지사 부대표를 임명하는 등 새단장에 나서기도 했다. 재스민 루 신임 대표는 싱가포르 출신 여성 임원으로 GIC 런던 지사에서 유럽 임대 주택, 데이터센터에 투자한 경력을 갖고 있다. 한국 사무소도 올해 SFC 내 공유오피스에서 GFC 사무실로 이사한 점을 고려하면 한국 지사 확대 움직임도 예상된다. 현재 한국 사무소에는 PE, 인프라, 크레딧 등 분야 인력들이 근무하고 있다.
다른 글로벌 대형 PEF 관계자는 “중국이 빠지면 어디서든 메워야 하는데 일본 아니면 한국이 남을 수밖에 없다”며 “GIC가 국내서 부동산이야 적극적으로 해왔고 PE투자나 기업 투자는 원래 공개 안된 코인베스터로 투자를 했었는데, 특별한 건은 많이 없었고 트랙레코드가 쌓이면 앞으로는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