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ㆍ우리 2명은 불러야지"…금융지주 회장 소환 목소리 커진 정무위 국감
입력 2024.08.30 07:00
    취재노트
    올해도 해외 출장 계획하는 지주 회장들
    정무위 대응책은?…동행명령부터 검찰 고발까지
    與野 모두 KB·우리금융 타깃 목소리 높아져
    10월까지 진행될 금감원 제재가 핵심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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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22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를 한 달 가량 앞두고, 국내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의 거취가 주목을 받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들이 올해 국감 증인대에 오를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금융사의 내부통제 문제가 연이어 불거지면서, '올해는 과연 다를까’하는 궁금증이 고조되고 있다. 

      현재 지주 회장들은 매년 10월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 및 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을 위한 일정을 구상하고 있다. 피치 못할 사정을 내세워 국감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으려는 출장으로 풀이된다. 

      작년에도 윤종규 KB금융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 등 5대 회장들은 일제히 모로코에서 열리는 연차 총회에 집결했다. 국감에는 각 은행의 준법감시인만 출석해 '맹탕 국감'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올해도 국회는 출장길에 오른 회장들을 바라보기만 할까. 정무위가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지주 회장이 제출한 불출석 사유서를 거절하고 동행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국회 사무처 직원들이 특별사법경찰 권한을 부여받고 국회로 지주회장을 강제로 끌고올 수 있다. 

      다만 이 동행명령은 최악의 수단이 될 수 있다. 대상자에겐 그 자체로 치욕일뿐더러, 동행을 거부하면 국회를 모욕한 죄로 5년 이하 징역 등에 처할 수 있는 까닭이다. 통상 최순실 씨,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 등 정치권 관계자를 대상으로 발부됐을 뿐, 지주 회장을 대상으로 한 동행명령장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그나마 온건하게는 11월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종합국감 증인으로 지주 회장들을 소환할수 있다. 이 역시도 출장 일정을 연장해가며 거부한다면, 남은 마지막 수단은 검찰 고발이다. 지난해 윤 전 KB금융 회장의 불출석으로 검찰 고발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부결됐다. 

      불출석시 지주 회장들을 대상으로 고발 조치하겠다는 논의는 주로 야당이 이끌고 있다. 특히 초선의원들이 많은데, 이들은 첫 국감 데뷔를 인상적으로 치르겠다는 열의가 높다. 

      KB금융과 우리금융을 중심으로 여당까지 가세하면서, 분위기가 한쪽으로 기우는 중이다. 못해도 이들 두 명은 증인대에 세우겠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KB금융은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사태와 잇따른 횡령·배임 사고를, 우리금융은 손태승 전 회장의 부당대출 의혹을 문제삼고 있다. 

      요즘엔 평가가 달라지고 있지만, 한때 윤석열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손꼽혔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발언 수위도 심상치 않다. 

      이 원장은 "임종룡 회장과 조병규 행장이 손 전 회장의 대규모 부당대출에 대해 보고 받은 정황을 확인했다"며 "할 수 있는 권한을 최대한 가동해서 검사와 제재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장이 이례적으로 현 경영진의 위법 사실을 언급하면서, 금융권에서는 이번 제재 수위가 높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여당 의원들도 증인 신청을 무작정 반대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짙다. 윤 전 KB금융 회장 고발에 앞장섰던 윤한홍 의원(현 정무위원장) 외에도, 강민국 등 일부 여당 의원실에선 금융지주를 향해 비판적인 목소리가 높다. 

      야당 정무위 관계자는 "IMF 총회에 굳이 금융지주 회장이 참석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특히 출장일정을 억지로 연장했던 KB금융은 올해도 빠질 경우 고발 조치하겠단 생각"이라며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에서도 임종룡 회장을 벼르고 있는 곳이 많아 올해는 빠져나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융지주들도 달라진 분위기를 감지해 눈치를 살피고 있다. 이 원장이 가계부채 증가를 두고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을 문제삼자마자,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즉각 주담대 대출 만기와 한도를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사안을 지켜보던 경쟁사들마저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장이 한 마디 하자마자 제일 먼저 엎드린 것"이라며 "양사가 정부 눈치를 얼마나 살피고 있는지 눈에 보이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아직 증인 후보를 확정하기엔 이르다. 실제로 윤곽이 나오는 건 9월 말 정도로, 아직 한 달 간의 시간이 남아 있다. 큐텐그룹의 티몬·위메프 사태 등 정무위 현안이 시시각각 바뀌고 있고, 의원들이 워낙 여론에 민감한 탓에 한 달 앞의 일을 장담하긴 어렵다. 

      결국 우리와 KB 등은 이번 논란의 '생명력'이 짧기를 기도할 수밖에 없다. 지주 관계자들 사이에선 제2의 티메프 사태를 바라고 있다는 웃을 수만은 없는 농담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반대로 증인석에 지주 회장을 세우고 싶은 이들은 10월까지 끌고 갈 '아이템'을 마련하는 데 혈안이다. 그간 벼르고 있던 의원실은 금융권의 여러 익스포저를 분석하고 있다. 금감원도 하나증권의 리테일 채권영업, 우리은행의 부당대출 등 다양한 사안을 두고 추가 검사에 나섰다. 

      지주에겐 불행하게도, 금감원엔 아직 이슈화 할 아이템이 많이 남아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금감원은 다음달 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교보증권 등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랩·신탁 운용과 관련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근 시일 내 우리은행 부당대출에 대한 제재심을 개최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지주 회장들의 국감 출석 여부는 시간과의 싸움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주의 편은 아닌 듯하다. 금감원의 추가 조사와 제재 움직임, 정무위 내부의 변화된 분위기로 금융권의 긴장감은 10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간은 금감원의 모래시계 속으로 흘러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