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평가 기준 놓고 감사원-연기금 이견도
장기화에 LP·GP 불안감 고조…'국감용 아니냐' 의혹
국감 앞둔 연기금들 문제 생길까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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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연기금 및 공제회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작년부터 시작된 감사원의 감사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기금들 사이에서는 특정 기관투자자(LP)를 겨냥한 조사가 아니냐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해부터 국내 주요 연기금을 대상으로 본감사를 1년 넘게 진행하고 있다. 당초 올해 5월 감사를 종결하겠다고 공지했지만, 아직까지 조치결과서 초안도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감사원 실지감사는 감사결과 및 처분요구에 대한 조치결과서가 완성돼야 비로소 마무리 단계에 들어설 수 있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5월 말 감사를 종결했다고 했지만 아직도 조치서 초안 작업 중"이라며 "연기금을 대상으로 수차례 수정 및 감사원 의견 반영을 요구하고 있어 결과 발표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국내 주요 연기금·공제회를 대상으로 한 이번 감사는 해외 대체투자 운용 및 관리실태에 집중됐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교직원공제회, 행정공제회, 군인공제회, 과학기술인공제회, 소방공제회, 경찰공제회, 지방재정공제회, 건설근로자공제회, 한국투자공사(KIC) 등 10여곳이 감사 대상으로 선정됐다.
특히 감사원은 해외 상업용 부동산의 자산가치평가 방법과 위탁운용사 선정 기준을 면밀히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기금들이 해외부동산 투자의 실제 손실 규모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해외부동산 펀드의 운용사(GP) 선정 과정에 불투명한 요소는 없었는지를 철저히 검토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감사원은 위탁운용사가 투자한 해외부동산에 대해 운용사 자체 평가 외에 별도의 외부기관 평가를 추가로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요구에 일부 연기금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감사 기간이 길어졌다.
한 공제회 관계자는 "운용사가 이미 외부 평가를 받아 작성한 자료인데, 추가로 외부 평가를 요구하는 것은 중복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감사원의 감사 기간이 장기화되면서, 감사 대상인 LP들과 이들의 출자를 기다리는 운용사(GP)들 사이에 불안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연기금들은 특히 감사원의 최종 조치결과서 발표 시기와 내용에 주목한다. 10월 국정감사를 앞둔 상황에서, 감사원의 조치결과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정무위원회 등 소관 상임위의 국감 증인 선정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례적으로 길어진 감사 기간을 두고 이들 사이에선 '국감용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감사의 초점이 '쟁점화'에 맞춰져 있어, 감사원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때까지 조사가 지속될 수 있다는 의구심도 높다. 감사원이 초안을 계속 반려하는 이유가 원하는 결과나 답변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겠냐는 것이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특정 기관을 주 타깃으로 삼은 것 같다는 평가가 많다"며 "너희의 투자가 틀렸고, 잘못된 것을 인정하라는 식의 압박을 받고 있어 국감을 앞두고 긴장감이 높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