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재추진 여지에 주가 불안정 높아
가이던스에 블록딜 등 주가 관리 의구심↑
한숨 깊어지는 국민연금 등 밥캣 주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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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의 사업구조 개편 계획 철회로 두산밥캣 주주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주가 하락으로 인한 손실에 더해, 현재가의 20%가 넘는 가격으로 주식을 팔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마저 사라진 까닭이다.
두산그룹이 밥캣의 분할 및 합병을 재추진하겠다는 여지를 남겨두면서, 그룹 내 '캐시카우'로 평가받던 밥캣이 사업재편 희생양이 됐다는 주주들의 불만도 거세다.
두산밥캣 주가는 30일 장중 전일 대비 7% 이상 하락했다. 전일 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100% 자회사로 만드는 '포괄적 주식교환 계획' 철회가 발표된 이후 주가가 지속 하락하면서 4만원 선이 다시 붕괴됐다.
이 날 주가 하락의 배경으로는 전날 발표된 합병 계획 철회가 꼽힌다. 당초 두산밥캣 주주들은 주식교환 합병 방식에 따라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받았다. 행사가는 주당 5만459원으로, 합병 발표 직전(5만1000) 가치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두산그룹이 지난달 밥캣-로보틱스 합병안을 발표한 이후 5만원대에서 3만3000원대까지 수직 하락한 밥캣 주가는 매수청구권에 대한 기대감으로 최근 일부 회복세를 보였다. 매수청구권이라는 '안전판'이 사라지자 곧바로 급락세가 연출된 것이다.
밥캣 주주들은 추가 손실 위험에 노출됐다는 평가다. 두산그룹의 사업재편 시도에 따라 '얻은 것 없이 잃기만 했다'는 주주들의 원성이 거세지는 배경이다.
키움증권은 이날 두산밥캣 주가를 하향 조정하며 "흡수합병 공시가 나온 이후로 기존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실망감에 주가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계획 철회가 두산 사업재편의 완전한 종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 간 분할합병을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투자업계에서는 밥캣의 잔여 지분을 로보틱스가 인수하는 방식으로 재편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달 주주서한을 통해 "추후 시장과의 소통 및 제도개선 내용에 따라 사업구조 개편을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두산그룹이 밥캣 주가를 낮게 유지하려는 유인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밥캣 지분을 로보틱스에 넘기려면, 밥캣 주가는 눌려있고 로보틱스 주가는 상승해야 합병비율 면에서 두산그룹에 유리한 까닭이다.
기관투자자(LP)들 사이에서는 두산그룹이 이미 두산밥캣의 주가를 낮추려는 시도를 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앞서 밥캣은 지난해 2분기와 올해 1분기 시장에 제공하는 컨센서스 가이던스(기업의 자체 실적 전망치)를 하향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때마다 6만원선을 회복해가던 주가는 다시 4만원대 후반에서 5만원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당시 증권가에서는 두산의 가이던스를 두고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국 건설 시장 호황으로 굴착기 등 건설장비업체 실적이 늘어나는 분위기에서 두산만 역행했다는 지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두산밥캣의 경쟁사인 캐터필라가 같은 시기에 가이던스를 상향 조정했다는 점에서 의문이 컸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두산밥캣의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던 시기에 두산에너빌리티가 지분 5%를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도하면서 주가가 10%가량 떨어진 사례도 있었다. 당시 밥캣 주가는 연초 3만3150원에서 5만9900원까지 80% 이상 상승했지만, 블록딜 직후 처분 단가인 5만5200원 근처를 오르내렸다.
주주들 사이에선 두산그룹이 향후 두산밥캣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과 노력을 보여주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의 사업재편 과정에서 발생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명확한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사업재편 시도와 철회 과정에서 두산밥캣 주주들은 주가 하락으로 인한 손실에 주식매수청구권 박탈, 앞으로의 불확실성까지 여러 위험에 노출됐다"며 "금융 당국과 두산그룹이 직접 주주 가치 제고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