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이어 기관 전반으로 PEF 출자에 보수적
에쿼티 매력 떨어진단 평…부진한 운용 성과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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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대형 연기금·공제회 등 출자 시장 큰손들이 사모펀드(PEF) 출자보다 인수금융과 같은 대출 자산에 관심을 키우고 있다. 올 들어 위험자산(RWA) 관리에 나선 금융사들이 기업금융으로 옮겨간 데 이어 PEF 업계의 조달 환경이 더욱 나빠지는 모습이다. 회수 성과가 불투명한 에쿼티(지분) 투자 매력이 떨어진 것이 근본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군인공제회나 노란우산공제회 등 기관에서 PEF 투자를 줄이고 인수금융 부문 출자를 늘리려는 분위기가 전해진다. 부동산 프로젝트금융(PF) 시장이 막힌 것도 영향을 미쳤지만 블라인드 펀드 성과가 마땅찮은 가운데, 안정적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고 대기자금을 빨리 굴릴 수 있는 자산으로 시선을 돌리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PEF 운용사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나타내고 있다. 작년 이후 출자자(LP)들의 지갑이 얇아지고 있는 터에 기관 전반에서 갈수록 보수적 태도가 늘어나고 있는 탓이다.
PEF 운용사 한 관계자는 "원래 연기금이나 공제회들은 이자율이 낮다는 이유로 인수금융엔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기류가 달라지고 있다"라며 "5~6%대 금리여도 빨리 회수하고 재투자할 수 있는 안전 출자를 선호하는 것 같다. 운용사(GP)들에는 희소식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달리 보자면 금융사들에 이어 큰손들마저 에쿼티 투자보다 인수금융과 같은 대출이 낫다고 판단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금융사들이 올해 RWA 관리 차원에서 PEF 투자에 보수적으로 돌아선 것은 맞지만, 내부적으로는 에쿼티 자산의 수익성에 대한 회의감이 상당히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PEF에 직접 출자하면 400%의 위험가중치(RW)가 적용돼 영업자본이 묶이는데 운용 수익은 별로였다는 것이다. 100% RW가 적용되는 인수금융 형태로 대출을 나서는 게 자본적정성은 물론 수익성 관리까지 양면으로 유리해진 셈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PEF 출자와 인수금융에 똑같이 100억원을 투입했다고 가정하면 각각 400억원, 100억원의 위험가중자산으로 반영되는데 돈은 인수금융이 더 잘 벌리는 것"이라며 "단순히 RWA 관리 이전에 PEF 출자의 낮은 가성비, 투자 매력이 적지 않게 작용했다"라고 말했다.
PEF 운용사들의 부진한 성과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PEF 사이 손바뀜 거래를 제외하면 마땅한 회수 실적도 보이지 않고 처치 곤란한 포트폴리오가 늘어나는 데 대한 우려도 전해진다. PEF들이 대형화하면서 운용자산(AUM)을 키우고 수수료 기반을 확보한 데 비해 LP들은 충분한 수익을 얻지 못한 것 아니냐는 얘기다. 대형 PEF 운용사가 다음 펀딩을 위해 미소진자금을 무리하게 활용하는 문제도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작년 이후 단기간 내에 쏟아진 조 단위 거래에서 인수 직후 부실이 터지는 사례가 늘었다. LP들 사이에선 대형 PE들이 펀드를 무책임하게 활용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라며 "심지어 PE 내부 운용인력 사이에서 이 같은 기조를 걱정하는 목소리까지 접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