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 4년 만에 대체투자 PEF 출자…연기금급 허들에 업계 '술렁'
입력 2024.09.04 07:00
    LOC 30% 이상·약정액 60% 소진 조건에
    PEF 업계 "대형사만 지원 가능할 것"
    GP 규모 따라 엇갈리는 분위기지만
    올해 출자 못 받은 GP들은 대형사도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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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4년 만에 대체투자용 블라인드 펀드 출자에 나선 MG새마을금고중앙회를 두고 국내 사모펀드(PEF)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대체투자 위탁운용사 선정 기준이 일반 연기금 및 공제회 수준으로 강화된 까닭이다. 

      이번 기준 변경으로, 올해 '마수걸이' 펀드를 계획했던 일부 중소형 PEF들은 한숨을 내쉬는 모양새다. 연내 콘테스트에서 성적을 내지 못했던 대형 운용사들 사이에서도 진입장벽이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지난달 30일 대체투자 위탁운용사 선정 공고를 통해 대체투자 블라인드 펀드 운용사를 선정한다고 공지했다. 출자 규모는 총 5000억원으로 메자닌 전략의 크레딧 펀드에 4000억원, 바이아웃 및 그로스 전략의 펀드에 1000억원을 각각 출자할 계획이다.

      출자 시장의 '큰손'인 새마을금고의 복귀를 기대했던 운용업계 사이에선 당혹스러움이 감돈다. 이번 공고에서 출자확약(LOC) 요건과 약정액 소진 비율이라는 조건이 추가된 까닭이다. 

      새마을금고는 올해 운용사 지원 요건으로 최소 결성규모 총액의 30% 이상에 대한 법적 구속력 있는 출자확약을 요구했다. 4000억원 규모의 크레딧 펀드를 결성하려면, 최소 1200억원은 타 기관투자자(LP)로부터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새마을금고는 또한 핵심운용인력이 운용 중인 블라인드 펀드의 약정액 60% 이상을 소진해야 한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이는 2020년 마지막 대체투자 PEF 선정 당시와는 크게 달라진 기준이다. 당시 새마을금고는 LOC나 펀드 소진율 제한 없이 운용 업력 2년 이상, 누적 운용 규모 3000억원 이상 등의 운용사라면 지원 자격을 부여했다. 

      새마을금고의 새 지원 조건은 공무원연금공단, 노란우산공제, 수출입은행 등 다른 LP들의 기준과 유사한 수준이다. 국내 대형 연기금 및 공제회들은 최소 약정액에 따라 LOC 10~20% 수준의 제한을 두고 있다.  

      투자업계에선 이번 기준 변경으로 지원 가능한 운용사의 수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LOC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이미 1500억원이 넘는 상당한 규모의 출자를 확보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출자를 받지 못한 운용사들은 이번 공고에 지원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실상 대형 운용사만 받겠다는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한 중견 운용사 대표는 "지원 요건에 맞는 곳은 국내에선 10개 이하일 것"이라며 "그중에서도 올해 상반기 콘테스트를 진행한 5여곳으로부터 출자를 받은 운용사들만 지원이 가능하단 분위기다. 대형사라고 해도 올해 출자를 받지 못했다면 조건을 맞추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MG새마을금고의 기준 변경은 과거 신생 운용사 발탁으로 인한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검증되지 않은 신생 운용사를 선정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만큼, 이번에는 보수적으로 접근하겠다는 행보로 풀이된다. 

      한 공제회 관계자는 "이미 상당한 금액의 출자를 받았다는 것은 기존 수익률이 나쁘지 않다는 의미이고, 펀드 결성 가능성도 높다는 뜻"이라며 "돈을 줬다가 매칭에 실패하는 리스크를 완전히 제거하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PEF 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매칭 여력이 있는 대형 운용사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대형 PEF 운용사 임원은 "검증된 운용사를 선별하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업계 전반의 신뢰도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우리로서는 환영할 만한 변화고, 그간 쌓아온 트랙레코드와 운용 능력을 인정 받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면 중소형 및 신생 운용사들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올해 대형 LP 중 '루키 리그'를 선정하는 곳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제외하고 전무한 까닭이다. 

      하반기 출자사업을 진행할 LP들과 GP(운용사)들의 미팅이 한창인 가운데, 이번 새마을금고의 공고는 업계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새마을금고를 기점으로 'LOC 30%'라는 기준이 보편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신생 운용사 대표는 "'눈먼 돈'을 노리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중소형사들이 기회를 얻기 힘들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누적 회수 금액을 기준으로 삼되, 지난 5년간으로 기간을 한정하고 일정 금액 이하는 지원 불가로 하는 등의 방식이 더 합리적이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