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계약 두고 삼성물산과 대주단 설명 달라
선순위가 전체 4000억 대출의 80%…한국證·롯데손보 등 손실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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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동 옛 쉐라톤 팔레스 호텔 부지에 최고급 주거단지를 건설하려는 '더팰리스73' 계획이 무산됐다. 분양률 저조로 삼성물산과 맺은 시공계약이 무효가 됐고, 대주단은 대출금 회수를 결정했다. 시공사인 삼성물산과 대주단은 미묘한 입장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옛 쉐라톤 팔레스 호텔 부지에 고급 주거 시설을 짓는 '더팰리스73' 개발 사업이 좌초될 위기다. 최근 대주단이 최종적으로 브릿지론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사업 추진이 불가능해졌다. 시행사는 사업장 매각 등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상황으로는 공매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더팰리스73은 서초구 반포동에 지하 4층~지상 35층 2개동, 아파트 58세대와 오피스텔 15실 등 총 73세대의 고급 주거시설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앞서 금융권에서 일으킨 브릿지론만 4000억원에 달하는 대형프로젝트로 최고 분양가가 500억원에 달한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언제나 평등하지 않은 세상을 꿈꾸는 당신에게 바칩니다"라는 홍보 문구로 화제가 된 곳이다.
고분양가와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분양률이 저조했고, 대주단은 대출금 회수를 결정했다. 분양률이 낮아 삼성물산과 시행사 측의 도급 계약이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점도 판단의 한 요소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당초 삼성물산의 도급계약서에는 일정 수준 이상의 분양률을 달성해야 계약이 유효하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진다. 고급 주거단지 개발 사업은 분양가가 높아 상당한 장래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반면 미분양 하나하나가 사업성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더팰리스 73의 분양률은 50%를 밑돈 것으로 파악되는데 결국, 계약 조건에 부합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분양률 저조로 삼성물산이 사업에서 발을 뺄 수 있는 상황이 됐고, 대주단도 대출금 회수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해당 개발 사업은 업계 최상위권 건설사인 삼성물산과 시공계약을 맺었다는 점을 내세웠다. 시공사 계약이 무효로 돌아갈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만으로 해당 사업의 사업성을 높게 평가하지 않았을 수 있다.
더팰리스73 사업 시행사인 더랜드는 2020년 최초 대출을 받은 뒤 이미 네 차례나 만기연장을 받은 상황이었다. 금융당국의 새로운 PF 사업성 평가 기준에 따르면 더팰리스73 사업은 정상적인 사업 추진이 어려운 유의·부실 우려 사업장이다. 대주단 측에서 쌓아야 할 충당금도 전체 투자금의 75%나 됐다. 대주단은 더 이상의 자금 투입은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대주단 측 관계자는 "시행사와 대주단이 개발사업 정상화를 위해 협의를 진행 중에 있다"며 "삼성물산과의 도급계약에는 분양률 등의 조건을 충족하지 않으면 해지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됐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본 PF 전환 실패와 시공사와는 무관하다는 분위기다. 분양률 저조가 본 PF 전환 실패의 직접적 원인이고, 자금조달이 실패함에 따라 시공사로서 역할을 하기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대주단 결정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단 의미인데, 업계 화제를 모았던 하이엔드 주거브랜드 개발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시공사와 대주단의 이해가 다른 부분으로 해석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 측은 분양률이 본 PF에 성공하지 못한 가장 결정적 요인이라고 본다. 도급 계약은 사업장의 상황에 따라 정리되기도 하는 등 유동적이라는 것"이라며 "대주단의 결정에 삼성물산이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에 굉장히 부담스러워하는 기류다"라고 말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 등 최상위권 건설사의 참여가 대주단의 사업성 평가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개발 사업이 좌초될 위기인데 책임소재로 거론되고 싶은 곳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주단은 시행사와 원만한 합의를 통해 투자금 회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시행사측은 해외투자자 유치를 모색하는 상황으로 알려진다. 사업장 매각만 된다면 대주단 측에서도 손실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후의 수단으로 공매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그렇게 되면 대주단의 손실을 불가피해보인다. 브릿지론 4050억원 가운데 선순위 대출이 81%를 차지하고 있어 선순위 대주단도 채권 상각 등 고통 분담에 나서야 할 가능성이 크다. 선순위 주요 대주단으로는 롯데손해보험(1000억원), 현대해상화재보험(500억원), 14개 지역의 새마을금고(500억원), 한국투자증권등이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대주단 주선사로 1200억원에 달하는 유동화증권을 매입확약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