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의 WM 중시 전략도 영향 미쳐
어수선한 IB부문 정기인사 결과도 관심
IB에 책임 묻기엔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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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투자은행(IB) 부문 인력들의 줄이탈로 어려움을 겪었다. 자본시장 침체기에 자금이 묶인 영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룹의 방향성이 자산관리(WM)로 모아지며 입지가 좁아진 것이 크다. 조직이 어수선한 상황이라 IB 부문이 연말 인사에서 후한 평가를 받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래에셋증권 IB 부문은 2019년 이후 8000억원 수준, 또는 그 이상의 영업수익을 올렸다. 2022년에도 8584억원의 영업수익을 올렸는데 작년엔 5632억원으로 꺾였다. 올해 상반기까지 영업수익은 3000억원을 조금 넘어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IB 부문은 실적이 둔화하며 회사 내 존재감도 줄었다. 위험성이 높은 지분(Equity) 투자는 사실상 진행하기 어려워졌다. 국내외에 묶인 자금이 많아 투자할 수 있는 여유가 많지 않았다. 매년 IB를 강조해 온 최현만 회장은 작년 정기 인사를 통해 물러났다.
근본적인 문제는 미래에셋증권이 전처럼 IB에 무게를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최 회장 퇴임 후 증권에도 더 적극적으로 WM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프랑스 마중가타워, CJ CGV 해외법인 등 투자에서 고전하며 IB에 대한 관심이 줄었다는 시각도 있다.
역할이 줄자 많은 IB 인력들이 미래에셋증권을 떠났다. 올해 출범한 우리투자증권이 미래에셋증권 출신 인력들을 공격적으로 영입했다. IB에 힘을 싣는 BNK투자증권으로도 미래에셋증권 임직원들이 옮겨 갔다. PE 조직은 유명무실해지면서 사실상 'IB 와해'라는 평도 따랐다.
팀단위 이탈까지 나타나자 김미섭 미래에셋증권 부회장이 진화에 나섰다. 지난 6월말 IB 직원을 대상으로 타운홀 미팅을 열었다. 김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회사가 WM을 강화하는 것은 맞지만 IB는 포기하지 않는다고 했다. IB를 강화하라는 그룹의 명을 받았다고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타운홀 미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박현주 회장이 인터뷰를 통해 WM에 더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원과 영업 환경 개선을 기대했던 IB 인력들 사이에서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김미섭 부회장이 인력 이탈 흐름을 끊기 위해 타운홀 미팅을 긴급히 소집했고 IB 부문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며 "이후 박현주 회장의 인터뷰 내용이 알려지면서 IB 개선 작업의 탄력감이 떨어진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 정기인사에서 IB 부문에 대해 어떤 평가가 이뤄질지가 관심이다. 기업금융을 이끄는 IB1부문은 올해 내내 어수선한 모습을 보였고, 부동산이 주력인 IB2부문은 해외 투자 부실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있다. 다만 회사가 WM을 지향점 삼아 나아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잡음이라면 쇄신 인사로는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회사측도 문책성 인사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인사 전까지 상황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도 있다. 올해 PE에선 KKR과 투자했던 BMC소프트웨어를 팔아 1000억원가량의 차익을 거뒀고, CJ CGV 해외법인 회수 문제도 진척을 보였다. 이탈이 많았던 인수금융 부서도 앵커에쿼티파트너스의 메타엠 리파이낸싱을 단독주선하는 등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인력 유출이 이어지며 침체된 분위기가 있었지만 이번 분기부터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며 "우려가 있긴 하겠지만 다시 열심히들 하는 분위기라 미리 걱정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