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한화오션 등 계열사별로 충원
산자부 정책실장·국정원 3급 등 영입 눈길
사업 재편 대비 정치적 리스크 관리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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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이 대규모 퇴직 공직자 영입을 통해 대관(對官)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17명의 전직 고위 공무원을 영입했는데, 현재 취업심사를 진행 중인 인원과 작년 말 인사까지 합치면 수십 명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한화그룹의 승계 과정에서 이뤄질 계열사 분리 및 사업재편 밑작업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올해 국방부ㆍ국가정보원ㆍ산업통상자원부ㆍ금융위원회 등 다양한 정부 부처 출신 인사들이 한화그룹 주요 계열사에 고위직으로 취임하고 있다.
계열사별로 살펴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가장 활발한 영입을 진행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국가정보원과 국무조정실을 비롯한 9명의 전직 공무원을 영입했으며, 현재 금융위원회 인사의 취업심사를 진행 중이다. 이를 포함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영입 인원은 10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한화오션도 6명의 전직 고위 공무원을 영입했다. 대부분 해군 출신으로, 해운 및 조선 분야 강화를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한화손해보험은 2명의 경찰청 출신 인사를 영입해 사고조사 역량을 보강했다. 한화솔루션과 한화시스템도 각각 산자부와 국방부 출신 전직 공무원을 확보했다.
한화그룹 고위 경영진으로 영입된 사례도 다수다. 주영준 전 산자부 산업정책실장은 올해 상반기 한화퓨처프루프의 사장으로 취임했다. 국내외 에너지 회사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진행될 산자부 승인 심사에 대응하는 역할을 부여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하반기엔 정승균 전 해군 중장도 한화오션 부사장으로 영입됐다. 특수선 해외사업단장을 맡아 김동관 부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하는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수주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군내 네트워크를 활용해 수주전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겠다는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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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기업들이 관료 출신을 대거 영입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 그중에서도 한화그룹은 대관 임원도 공채 출신을 선호하는 '순혈주의'가 짙었던 기업이다.
한화그룹의 이 같은 변화는 오너가(家)에서 대관 소통 강화의 필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주요 사업 분야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비롯, 현 김승현 회장에서 세 아들로 이어지는 승계 과정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다.
계열사 분리를 위해선 물적분할 등 지배구조 변경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정치적 리스크를 관리하고 당국의 가이드라인을 따르기 위해, 관료 출신 인사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산자부, 국정원, 과기정통부까지 올해 들어 한화그룹의 대관 충원 움직임이 활발해진 것은 본격적인 계열 분리 시기가 다가왔다는 뜻"이라며 "인력 충원 과정에서도 사업 재편을 대비해 관(官)과의 소통을 강화해달라는 의사를 내비쳤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