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 수위에 부담 커진 금융위 내 개혁 움직임
제재심 연기에 속으로 환영하는 기업들
로펌 계약 미루고 대관 활동 확대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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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감독원의 제재심의위원회(이하 제재심) 개최가 지연되면서 제재 대상 기업들의 속내가 복잡해지고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금감원 제재 절차 개혁 움직임이 감지되는 가운데, 우리금융지주ㆍ카카오페이ㆍ마스턴투자운용 등은 제재심 연기를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금감원의 변화가 제재의 강도와 방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1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현재 금감원 제재심 민간위원 수는 기존 20명에서 절반 이하로 줄었다. 제재심을 20인 체제로 개편한 이래 가장 적은 수준이다. 지난해 17명이었던 민간위원은 올해 10명까지 감소했다. 오는 11월이 되면 변호사 출신 2명의 임기가 추가로 만료되면서 총 9명으로 줄어든다.
당국은 임기가 만료된 위원들의 자리를 새로 채우지 않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변화가 단순한 인원 감축이 아닌, 제재심의 근본적인 구조 변경을 예고하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금감원 제재심은 올해 월 3회 수준으로 개최됐는데, 대부분 징계를 요구하는 '필벌주의' 성향이 강해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두고 상위기관인 금융위원회에서는 부담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사에 대한 징계 수위는 금감원이 아닌 금융위에서 최종 결정된다. 금감원 제재심에서 의결한 내용은 증권선물위원회 등 금융위 회의를 거쳐 확정되는 까닭이다. 금감원은 검찰의 역할을, 금융위는 재판부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금감원 제재심 결과를 금융위가 뒤집기 쉽지 않아 제재심 내용이 90% 이상 관철된 탓에 금감원의 입지가 강화돼왔다. 금융지주 비판에 앞장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행보도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이에 대해 금융위에선 최근 제재심 개혁을 통해 금감원을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제재심 민간위원은 금융위와 금감원이 각각 절반씩 추천하는 구조인데, 금융위가 금감원 추천 위원들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며 "사안에 따라 달라지는 제재심 구성원에 대해서도 금융위 측에서 의구심을 표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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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제재심을 금융위 자문기구인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자조심)와 유사한 형태로 개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안에 따라 금감원이 직접 민간위원을 소집하는 제재심과 달리, 자조심은 각 부에 민간위원 3명씩 고정으로 배치된다. 담당자가 정해지기 때문에, 제재의 일관성과 전문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이는 제재심을 기다리고 있는 기업들에게 희소식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특히 11월 이후에 임기 종료가 몰려 있어, 올해 연말부터 제재심이 열리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이지스자산운용과 마스턴투자운용은 대주주의 사익 추구 의혹으로 금감원 제재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중국 알리페이에 신용정보를 넘긴 의혹, 우리금융지주도 전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부적정 대출 의혹으로 금감원의 제재심을 기다리는 중이다.
일부 회사들은 전략적으로 로펌 계약을 미루거나 대관 활동을 확대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새로운 제재심 구조에 대비하고, 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제재 절차를 진행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로펌을 통한 법률 대응보다 정치권이나 당국과의 대관 활동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있다"며 "제재심이 자조심처럼 바뀐다면 기업 입장에서도 사안 담당자가 뚜렷하기 때문에 대관 활동이 더욱 편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