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방송 송출 목표 준비…국내서 자본 확충할 듯
한국 콘텐츠 49%, 홈쇼핑 30% 송출 면허가 강점
고전 중인 미디어·엔터·홈쇼핑 기업 투자 나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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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국에서 텔레비전(TV) 관련 산업은 사양길로 접어든 지 오래다. 갈수록 스마트폰과 OTT가 득세하면서 전통 방송사업자들도 위기를 맞고 있다. 화제작도 시청률 10%를 넘기기 힘든 상황에서 지상파 방송국은 물론 케이블TV 사업자들도 수익성 악화에 허덕이고 있다.
반면 일본은 지진 등 재난이 많은 특성상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많은 다른 미디어보다 TV 방송에 대한 신뢰가 강하다. 한국 지상파 3사의 파리 올림픽 개막식 평균 시청률은 1% 수준이었지만 일본 유력 채널은 10% 중반에 달했다. 작년 세계야구클래식(WBC)에서 오타니가 마지막 공을 던질 때 시청률은 46%까지 치솟았다.
일본의 TV 채널은 크게 지상파, 위성방송(BS, Broadcasting Satellite), 고화질 위성방송((BS)4K)으로 나뉜다. 지상파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 방영하고, 위성방송은 이런 컨텐츠들을 재방송하거나 영화·홈쇼핑 등 특수 콘텐츠를 내보낸다. (BS)4K는 도쿄올림픽 이전 상용화를 목표로 집중 보급됐고 최근엔 거의 대부분 지역에서 방송을 접할 수 있다.
한국과 달리 일본 TV 리모컨은 1~12번까지 번호가 있어 12번 채널까지 원터치로 접근할 수 있다. 앞 번호일수록 프라임 채널인데 1~8번은 핵심 방송 6사(NHK, 후지테레비, 아사히테레비, TBS, 니혼테레비, 테레비도쿄)가 나눠서 갖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각 방송의 1~3번 채널은 NHK가 독식하다시피 해왔다.
일본 정부는 이전 'NHK Premium'으로 운영되던 (BS)4K의 3번 채널을 내놓고 새로운 방송사업자를 물색했다. 일본 상장사 등이 경쟁에 뛰어들었는데 작년 말 한국 기업 사이디라이트가 라이선스를 따냈다. 일본 정부가 대형 사업자보다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신생회사에 가점을 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기업이 일본의 기간사업자로서 핵심 방송 채널을 따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이디라이트는 2015년 설립된 한국 기업으로 주로 일본 시장에서 4K 방송콘텐츠를 제작, 공급해 왔다. 일본 내 1위 OTT 아마존프라임, 1위 광고제작사 동북신사 등이 주요 고객사다. 일본에서 방송을 하는 만큼 일본 법인(사이디라이트Japan)을 세워 사업을 운영할 계획이다. 채널명은 OCO TV다.
OCO TV는 내년 방송 송출을 목표로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티엔파트너스와 손잡고 자본금 확충에 나섰다. 연 수십억원 규모로 예상되는 위성방송 사용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해둬야 한다는 현지 인가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다.
일부 해외 방송사 등이 투자 의향을 보이기도 했는데 그보다는 국내에서 전략적투자자(SI)를 모으려 하고 있다. 한국 쪽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단기 투자자보다는 장기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기업이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 치열했던 YTN 인수전에서 드러났듯 방송 송출에 대한 수요는 적지 않다.
일본 주요 채널은 일본 콘텐츠 위주로 송출해야 하지만 OCO TV는 절반가량(49%)을 아시아 콘텐츠로 채울 수 있도록 인가 받았다. 한국 기업이 주도하는 만큼 아시아 콘텐츠 대부분을 한국 콘텐츠로 채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 아이돌 콘서트 등의 배급 루트가 될 수 있는 셈이다.
CJ나 카카오 등 미디어 관련 기업들은 한국에서 고전하고 있다. M&A 등을 통해 외연을 넓히려 했지만 시너지 효과는 크지 않고 재무부담만 늘기도 했다. 자체 콘텐츠를 수월하게 소화할 수 있는 해외 통로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하이브나 SM엔터 등 주요 엔터사 역시 각종 논란과 실적 부진에 시달리며 당분간 웃을 일이 없다. 일본 채널에 투자해 콘서트 영상을 송출하고 신생 아이돌을 홍보할 기회를 잡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일본은 K-POP의 최대 수요처 중 하나지만 현재까지 일본 TV에서 아이돌 콘서트를 볼 기회는 제한적이다.
한국 홈쇼핑 업체도 잠재적 투자자로 거론된다. SK, CJ, 롯데, GS, 현대백화점 등 유수의 대기업이 저마다 홈쇼핑 사업을 하고 있지만 한국 내 TV 시청률 부진 여파에선 자유롭지 않다. OCO TV는 최대 30% 비중까지 홈쇼핑에 할애할 수 있는 면허를 확보했는데 홈쇼핑 기업들이 이에 주목할지 관심사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본 프라임 채널 확보는 한국 콘텐츠를 일본에 원활히 유통할 수 있는 창구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국내 대기업들이 OCO TV 투자에 관심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