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한화·LG 국내 대기업 등 '우군 섭렵' 총력중
여론전 뜨겁지만…시장은 "명분보단 수익률이 핵심"
"공개매수가 상향 없다"지만…남은 카드는 결국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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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격화하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국내 대기업을 비롯해 외국인 주주들과 접촉에 나서는 등 우군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영풍과 MBK파트너스 연합이 공개매수 가격(66만원)을 더 높일지 주목되는 가운데 MBK 측은 여전히 상향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고려아연(최윤범) 측이 대항공개매수에 나설 가능성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 측은 이번주 다수의 해외 기관투자자들과 미팅을 갖고 현재의 경영권 분쟁 상황에 대해 설명할 계획이다. 이달 초 기준 고려아연의 외국인 지분율은 18.2%로 적지 않다. 영풍과 최윤범 회장 우호지분을 제외하면 32.9% 지분이 남는데, 여기서 현재 보유 중인 자사주와 국민연금 지분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는 22.92%의 유통물량이 남게 된다. 이중 18%를 외국인이 차지한 셈이다.
앞서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인 영풍은 MBK파트너스에 자사가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절반과 1주를 넘기고, 고려아연 지분 6.97~14.6%를 공개 매수하겠다고 밝혔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이달 초 기준 고려아연의 지분 구도는 최윤범 회장 및 우호지분이 34.0%, 영풍 및 특수관계인이 33.1%, 국민연금 7.6%, 자사주 5.5%, 외국인 18.2%, 기타 1.6%로 구성돼 있다. 지금까지는 주가 흐름상 주주들이 공개매수에 응해 주주구성이 크게 변동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이 평소에 이슈가 있어 해외 투자자의 큰 관심을 받던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정보가 전달되고 투자자들이 지금 상황에 대해 어떤 식으로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라며 “해외 기관들 중에서는 패시브 펀드로 들어가 있는 곳들도 많고, 자세한 정보가 없는 상황이니 일단 이사회에서 이 사안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한다”고 말했다.
MBK파트너스 측은 “최윤범 회장은 주식회사의 근본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를 무력화했고, 고려아연 이사회 기능은 심각하게 훼손됐다”라고 주장했다. 고려아연 사외이사 7인은 “사모펀드의 적대적 M&A, 전체주주의 장기적 이익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 현 경영진 적극 지지” 제목으로 현 경영진을 지지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물론 외국인 지분이 이번 공개매수의 당락을 가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지금의 MBK-영풍 연합의 공개매수 계획에 따르면 7%의 추가 지분을 마련하고자 한다. 연기금과 기타 지분 등을 채우면 7% 이상의 지분을 확보한다. 하지만 통상 경영권 분쟁에 '중립'을 보여 온 국민연금이 공개매수에 응할 것인지 확신할 수는 없다는 관측도 있다.
외국인 지분은 오히려 이번 경영권 분쟁 이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MBK파트너스 측이 경영권을 인수한 후에 이사회 입성을 노리게 될텐데, 향후 주주총회에서 ‘MBK-영풍 vs. 고려아연(최윤범 회장)’의 위임장 경쟁이 발생하면, 이번 인수 건에 대한 외국인들의 시각이 어떤 지가 ‘캐스팅 보트’가 될 수도 있다.
시장에서는 MBK의 공개매수가 상향 가능성, 고려아연의 대항공개매수 가능성에 집중하고 있다. 언론을 통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에 맞불을 놓을 대항 공개매수를 준비 중이라고 보도되면서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MBK-영풍 측이 제시한 공개매수가는 66만원이다. 23일 고려아연의 주가는 72만 3000원에서 마감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독립 리서치업체 스마트카르마는 리포트에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에 대한 공개매수가를 종전 66만원에서 35%가량 상승한 90만원으로 올리면 연기금이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분석을 실었다. 스마트카르마는 앞서 21일 리서치 노트를 통해 MBK파트너스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 때, 단가를 기존 주당 2만원에서 2만4000원으로 한차례 상향했다. 경영권 분쟁이 조현범 회장 측으로 기울었다는 관측이 확산되며 한국앤컴퍼니의 주가가 하락했고, 조 명예회장의 장내 매집에 대한 위법 가능성이 수면 위로 오르면서 경영권 확보를 위한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것이었다.
한 기관투자자(LP) CIO는 "통상 기관투자자들은 공개매수에 응해야 하는 경우가 자주 있지는 않지만, 주식매수청구권 등 유사한 상황에서도 명분보다는 철저히 투자 관점에서 수익을 얻을 수 있느냐를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한 기관투자자는 “투자자들은 수익이 되냐 안되냐가 핵심인데, 지금 어떤 분석이나 관측이 의미가 없다. 이젠 ‘공개매수가를 올리느냐 마느냐’를 보고 있다”며 “지분 싸움에서는 한화나 LG 등 주주들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가 중요해 보이고, 주가는 일단 이벤트가 발생하기 이전엔 SM엔터테인먼트 공개매수 때처럼 변동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MBK 측은 공개매수 가격 인상 가능성을 일축하며 "기존 계획이 변함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앞서부터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측의 대항공개매수 움직임을 사전 차단해 왔다. 재무적투자자(FI)나 전략적투자자(SI)의 투자금 회수(엑시트) 방안이 뚜렷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배임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일각에선 한화그룹과 LG화학, 한국앤컴퍼니 등 고려아연 주식을 10%가량 보유한 대기업들이 이르면 이번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지지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최윤범 회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그룹 오너들이 연이 깊다고 알려져 있다. MBK-영풍 측으로 경영권이 넘어가면 '미래 시너지'를 위한 협업 구도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 이들은 일단 관망세를 보이고 있었지만, 최 회장 측의 우군으로 나설 가능성이 커지면서 사실상 ‘재벌 vs PEF’ 양상이 확실해지고 있다는 평도 나온다.
MBK파트너스 측은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이 한화, LG, 한국투자증권, 한국앤컴퍼니, 소프트뱅크, 베인캐피탈, 스미토모 등 재계와 일본 기업, 해외 펀드 등을 접촉하고 있다고 보도된 가운데,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접촉 상대방을 공개한다는 것 자체가 다소 이례적”이라며 “대항공개매수와 같은 대규모 투자를 위한 협의는 비밀유지가 만남의 전제인 것이 불문율이고, 상대방으로서도 만남이 공개되는 것 자체로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대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