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전 회장, 현재 4대 지주 중 유일하게 고문으로 재직
연봉 연 3억원 추정...전직 부회장 포함 연간 지출 비용 10억
윤종규 고문 '역할론' 부각...그룹 현안 등 영향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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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규 전 KB금융그룹 회장이 뒤늦게 회사와 경영자문역(고문) 계약을 체결한 것을 두고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KB금융 경영에 일정 부분 역할을 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전직 회장이 고문으로 재임하고 있는 곳은 현재 KB금융이 유일하다. 윤 전 회장의 후임으로 양 회장과 경합을 벌였던 전직 부회장 두 명은 이미 고문으로 위촉된 상태다.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로 많은 금융소비자들이 여전히 고통을 겪고 있는데, 관련된 최고경영자들은 퇴임 후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윤종규 전 회장은 지난 6월말 지주와 경영자문역 계약을 체결했다. 기간은 1년이며, 사무실은 광화문 KB카드 사옥 인근 변호사회관에 마련됐다.
'윤종규 고문'의 연봉은 연 3억원 안팎으로 알려진다. 퇴임 당시 연봉(활동비 제외)의 70%까지 수령할 수 있는 KB금융 내규에 따라, 윤 전 회장은 고문료로 최대 연 3억2000만원까지 수령할 수 있다. 고문으로 재직 중인 허인ㆍ이동철 전 부회장 역시 각각 연 2억원 안팎의 연봉을 지급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무실 임차료ㆍ차량 지원 등 부수적으로 지급되는 비용을 합치면 3명의 고문에 연간 10억원 가량을 지출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윤 전 회장과 이 전 부회장은 인근 특급 호텔 휘트니스클럽 회원권도 지급 받아 이용하고 있다. 해당 호텔 멤버십 회원권의 시세는 현재 개인 1억5000만원, 법인 2인이 2억5000만원에 이른다. 이는 입회비로, 연간 1인 550만원의 이용료는 별도다. 멤버십이 아닌 연회원권의 경우에도 현재 1년 기준 법인 1인 1850만원, 2인 3300만원의 이용료를 받고 있다.
KB금융측은 "월 100만원 수준의 법인 연간회원권을 제공한 것"이라고 밝혔다. 고문들의 연봉에 대해서는 확인을 거부했다.
윤종규 전 회장을 비롯, 허인ㆍ이동철 전 부회장은 올 초 불거진 'ELS 사태'의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 인물들이라는 평가가 제기된다.
윤 전 회장은 그룹 경영을 총괄한 최고경영자였고, 허 전 부회장은 이번에 문제가 된 홍콩H지수 관련 ELS가 판매된 시기인 2021년 국민은행장으로 재임 중이었다. 이 전 부회장 역시 2019년부터 2021년말까지 리테일(소매금융) 부문 상품을 총괄하는 개인고객부문장을 맡았던 바 있다. 양 회장 역시 문제가 수면위로 막 떠오르던 지난해 개인고객 및 WM을 책임지는 부문장으로 재직 중이었다.
고객 눈에 '피눈물'을 나게 한 최고경영자들이 퇴임 후에도 연간 억 단위의 자금과 비용을 지원받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그동안 금융권에서는 회장ㆍ행장 등 계열사 최고경영자 퇴임 후 고문직 위촉을 통상적인 예우로 관행시해왔다. 하지만 금융사고로 인한 소비자의 피해 규모가 점차 커지며, 재직 시 사고에 대한 책임을 도외시한 채 예우만 받으려는 건 문제 아니냐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룹의 수익 및 평판에 대한 기여도에 대해 정확한 평가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퇴직 경영자들을 대우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현재 윤 전 회장은 4대 금융지주 중 고문직으로 근무 중인 유일한 전직 회장이다. 신한금융의 경우 지난해 조용병 전 회장이 은행연합회장에 당선되며 고문직에서 물러났다. 하나금융은 김정태 전 회장이 2년 간의 고문 계약을 마치고 지난해 말 회사를 떠났다. 우리금융 역시 손태승 전 회장이 지난해 고문직에서 사임한 바 있다.
윤 전 회장이 퇴임 후 7개월만에 고문 계약을 체결한 것을 두고서도 뒷말이 나온다. 윤 전 회장은 지난해 11월 20일 퇴임했는데, 당시 금융권은 손태승 전 회장의 '고액 고문료' 논란이 한창이었다. 해당 논란은 한 시민단체가 지난해 11월 초 손 전 회장이 2년간 연봉 4억원의 고액 고문료를 지급받고 있다며 고발한 것이 시초였다. 해당 논란은 11월말 손 전 회장이 고문직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전직 회장에 대한 고액 고문료가 한창 논란이 되던 시기에 임기가 만료된 윤 회장에게도 적지 않은 관심이 모였는데, 고문 위촉 시기를 뒤로 미루는 방법으로 이를 빠져나갔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당시 윤 회장은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출석하지 않으며 정치권, 특히 여당에 '찍혔다'는 평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 국회의원실 관계자는 "지난해 당시 윤종규 회장의 출석을 추진하던 의원들이 현재 정무위원장(윤한홍 의원) 및 여당 간사(강민국 의원)가 됐기 때문에, 올해 국감에 KB금융 CEO(양종희 회장) 소환 가능성이 매우 커진 상황"이라며 "지난해처럼 해외 일정과 '어거지' 출장 연기로 국감을 회피할 경우, 무조건 고발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의 관심은 '윤종규 고문'의 역할론에 모아진다. KB금융을 '리딩뱅크'의 반열에 올려둔 리더인만큼, 그룹 주요 현안에 대해 일정부분 비공식적으로 관여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물론 지주 본사(여의도)와 거리가 있는 광화문에 사무실을 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윤 전 회장의 '경영 참여'는 일반적인 퇴임 임원 수준으로 제한적일 거란 시각도 존재한다.
양 회장은 윤 전 회장과 한 달에 한 번 정도 접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KB금융측은 "CEO와 경영자문역간 공식적인 정례 일정은 없다"며 "윤 전 회장은 자문역으로서 어떠한 방식으로든 회의나 협의체에 참여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윤 전 회장의 고문직 임기 역시 남은 관심거리다. 금융권에는 경쟁사와 비슷하게 3년을 보장했을 거란 관측이 적지 않다. 이 경우 양 회장의 첫 임기 만료인 2026년 11월에도 윤 전 회장이 고문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게 된다.
오는 11월 1년의 고문 계약 만기가 도래하는 이동철ㆍ허인 전 부회장 역시 최소한 1년의 고문 자리를 더 보장받았을 거란 전망이 제기된다. 이 경우 주주들에게 돌아가야 할 수십억원의 수익이 내년에도 이들의 고문직을 유지하는 데 쓰이게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KB금융은 "현재 윤 전 회장 및 두 전 부회장의 경영자문역 위촉기간은 1년이며, (1년 이상의)별도 위촉 기간에 대한 약속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연장에 대한 대한 판단은 각 사의 협의체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