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640억 이자수익에 주관 수수료 33억
투자금융본부, 인당 30억원 수수료 창출 전망
재벌과 관계 악화 우려로 내부 불안감도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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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투자증권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뛰어들었다. 성공할 경우 대규모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공개매수 자금 대여와 주관 업무를 맡았는데, 수수료 조건이 증권사에 매우 우호적인 까닭이다.
29일 증권가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MBK파트너스(이하 MBK)와 영풍그룹의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과정에서 자금 대여로 인한 이자 수익과 주관 수수료 등으로 상당한 수익을 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공개매수는 MBK의 SPC(한국기업투자홀딩스)와 영풍이 고려아연 주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MBK는 최소 7%에서 최대 14%의 지분을 매수할 계획이다. 매수 가격은 주당 75만원으로, 공개매수 공고일 전일 종가 대비 34.9%의 프리미엄을 제시했다. 총 공개매수 대금은 최대 2조2687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NH투자증권은 공개매수 자금으로 1조4906억원을 대출하며, 연 5.7%의 이자율로 9개월간 차입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자 수익은 약 640억원에 달한다. 대출 만기 연장 시 이자 수익은 연간 850억원까지 증가할 수 있다.
여기에 공개매수 주관 수수료 33억원이 추가되며, 자금 조달 관련 자문 수수료, 향후 인수금융 주선 및 기관투자자 재매각(셀다운) 과정에서 발생하는 추가 수수료 등을 고려하면 총 수수료 수익은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이번 거래를 주관하는 NH투자증권의 투자금융본부는 이주현 상무가 이끌고 있으며, 이성 IB1부문 대표가 고려아연과의 거래를 총괄하고 있다. 투자금융본부의 인원은 35명 내외로, 단순 계산 시 직원 1인당 약 30억원 상당의 수수료를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투자금융본부 담당자들에게 배분될 성과급 총액도 100억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한 대형증권사 기업금융본부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이런 대형 거래에서 IB부문 직원들은 수수료 금액의 14~15% 정도를 성과급으로 지급받고 있다"며 "NH의 경우 이보다는 보수적으로 책정되지만, 최소 10% 수준에서 성과급이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공시 대규모 수익이 보장될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NH투자증권 내부에서는 불안감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향후 고려아연을 비롯한 재벌 기업들과의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NH투자증권 측은 "플랫폼(창구)만 전담할 뿐 기업간의 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다만 투자금융본부를 제외한 다른 영업부서에서는 MBK 파트너스와 같은 사모펀드를 지원함으로써 대기업들의 반감을 살 수 있다는 우려가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향후 주식발행(ECM)이나 채권발행(DCM) 등 주요 IB 업무에서 NH투자증권이 배제될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걱정도 적지 않다.
다른 부서 관계자는 "앞서 정영채 전 사장 체제에서는 SM엔터테인먼트나 한국타이어 등의 경영권 분쟁과 관련된 공개매수 거래에 최대한 관여하지 않았지만, 윤병운 현 사장 체제에선 전략적 기조가 달라졌다"며 "이런 논란의 소지가 있는 딜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손해는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NH투자증권의 이번 결정이 상당한 위험을 감수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이번 공개매수가 성공할 경우 NH증권은 국내 IB 업계에서의 입지를 한층 강화할 수 있지만, 동시에 고려아연 및 다른 대기업들과의 관계 악화 위험도 감수해야 하는 까닭이다.
한 증권사 임원은 "이번 딜의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단기적으로는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NH투자증권으로서는 고려아연과의 추가적인 거래 단절도 각오하고 참여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