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로펌'·'전관 영입' 수년 새 급성장
6대 로펌 턱밑까지 추격하며 '메기'로 부상
공격적 확장에 따른 성장통 우려하는 시선
대표변호사 참여한 'YK기획' 역할에도 주목
-
- 이미지 크게보기
- (그래픽=윤수민 기자)
법무법인 와이케이(YK)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YK는 출범 초기 특정 형사 분야에 집중했지만 이후 전국에 분사무소를 둔 네트워크 로펌 형태로 세를 급격히 불렸다. 이제는 중량급 전관과 변호사들을 적극 영입하며 기존 대형 법무법인들의 턱밑까지 따라붙었다. 대형 법무법인들은 아직은 YK가 큰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 보면서도 적잖이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YK는 지난 2012년 강경훈·김범한 대표변호사(이상 사법연수원 40기) 2인 체제로 출범했다. 초기엔 주로 두 창업자의 주력 분야인 형사 분야에서 존재감을 보였다. 성범죄와 마약 등 개인적인 형사 사건의 '매뉴얼화'에 집중하며 2019년까지 2400건의 형사 사건 성공 경험을 쌓았다.
YK는 2020년 법인으로 전환한 후 본격적인 확장 궤도에 들어섰다. 지방 주요 지점의 로펌을 아우르고 YK 이름을 걸고 영업하는 '네트워크 로펌' 전략을 펼쳤다. 지방 사무소는 현지 네트워크를 동원해 사건을 수임하고 보다 전문성을 가진 서울에서 논리와 전략을 보강하는 방식이다.
올 상반기 YK는 권순일 대법관(14기)을 대표변호사로 영입했고, 지난 8월에도 판사 출신 베테랑 변호사들을 대거 끌어들였다. 조세법 전문가 한만수(13기, 전 김앤장), 금융 전문가 추원식(26기, 광장), SK 이혼 소송을 맡은 상속법 전문가 배인구(25기, 로고스) 변호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도 대표 변호사로 합류했다.
-
YK는 적극적인 확장 전략을 바탕으로 작년 매출 803억원을 올리며 10대 법무법인으로 진입했다. 지난 7월 변호사 수 300명을 돌파했고, 9월엔 6대 법무법인인 화우와 비슷한 수준까지 높아졌다. 올해 매출은 1000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전문가 영입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대형 법무법인들은 작년까지만 해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일부 민감한 개인 송무에서 성과를 내는 수준이라고 YK를 평가했다. 여러 영역으로 발을 넓혔지만 아직 그에 걸맞는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담당 변호사가 수차례 바뀌는 등 혼선을 겪는 사례가 많았고, 수임-수행 변호사간 갈등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한다.
올해부터는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전엔 10위권 안팎의 중형사가 YK 영입 공세에 애를 먹었는데 이제는 대형 법무법인 출신들도 YK로 향하는 상황이다. 일부 성과가 주춤한 대형 법무법인에선 '이러다 YK에도 밀리는 것 아니냐'는 섣부른 걱정도 나온다. 개별 영입에 이어 중형 법무법인을 흡수할 것이란 시선도 있다.
어쨌든 YK의 부상은 부인할 수 없는 현상이다. 기존 로펌들도 '네트워크 로펌' 전략을 활용했었지만 YK처럼 급격한 성장 동력으로 작용한 예는 없었다. YK가 고착화한 법률자문 시장을 흔들 '메기'가 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YK의 중량급 인사 영입 배경과 전략에 대해서도 궁금증을 드러낸다.
한 대형 법무법인 경영진 변호사는 "YK가 급성장하면서 이제는 대표변호사 회의에 YK도 불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며 "기존 대형 법무법인과 다른 전략을 펴고 있어 자극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아직 확실한 대항마로 성장했다 보기엔 이르다는 반론은 있다. 변호사 수가 늘어날 때마다 받쳐줘야 하는 일감 수임 분배, 성과 배분 등 고민은 많아지는데 아직 그에 대한 경험은 부족할 것이란 지적이다. 상장이나 M&A를 앞둔 기업이 그렇듯 외형 확대에 목을 맨다는 시선도 있다.
다른 대형 법인 경영진 변호사는 "변호사 수가 100명, 300명, 500명이 될 때마다 고민의 수준이 달라지고 비용도 크게 늘어난다"며 "여러 영역으로 확장하며 종합 법무법인으로 가려고 하지만 그에 수반하는 인력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YK의 지배구조에 관심을 갖는 시각도 있다. YK는 개인들이 대형 법무법인에 일을 맡기기 어려운 성범죄, 마약, 학교폭력 등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검색을 거쳐 찾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검색 포털을 활용해 광고하고 수임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YK기획(온라인광고대행업 등)이라는 회사가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YK기획에는 강경훈·김범한 대표변호사 등 YK의 주요 인사들이 사내이사 등으로 재직하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YK기획이 YK의 광고료를 받아 광고를 대행하고 수임 데이터를 확보하는 구조라면 향후 YK기획의 소유권이 바뀜에 따라 YK의 지배구조가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