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회계법인이 회계법인 최초로 매출 1조원(컨설팅 제외)을 달성했다. 하지만 성장동력인 딜 부문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는 고민되는 부분이다. 

리더십 교체를 단행했지만 경쟁자인 삼정회계법인 대비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앞으로 삼정회계법인과의 빅2 경쟁에서 승부는 딜 부문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삼일회계법인은 2023년 회계연도(2023년 7월1일~2024년 6월30일)에 매출 1조231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253억원이다. 지난해 매출보다 5.2% 성장했다. 인건비로는 7459억원을 쓰면서 전년대비 7.2% 증가했다. 

전 부문이 고루 성장하면서 다른 빅4 회계법인과 차이를 보였다. 삼일은 회계감사, 세무자문, 경영자문수익이 각각 3601억원, 2597억원, 403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에 비해 각각 8.9%, 3.2%, 3.3%로 증가했다. 

타 회계법인들이 재무자문 실적이 감소한 것에 비해서 삼일회계법인만 증가하면서 실적을 방어했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인건비 절감에 나서지 않을 수 있었다. 

한 빅4 회계법인 관계자는 “빅4 중에서 유일하게 삼일회계법인만 전 부문이 성장하면서 인건비 절감에 나서지 않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다만 삼일의 고민거리는 미래 성장동력이다. 이번 실적 증가에서 감사부문이 성장을 이끌었지만, 이를 통한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 지정감사제가 도입되면서 과거처럼 영업의 중요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회계법인 사업 중에서 세무자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작다보니 이를 통한 성장도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4대 회계법인 중에선 경영자문 부문에서 삼일과 삼정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공시된 자료만 살펴보면 삼일은 재무자문에서 매출 4032억원을 기록했다. 삼정은 재무자문에서 4178억원을 기록했다. 

해당 숫자만 보면 삼정 매출이 큰 것으로 보이나 삼정은 컨설팅이 포함된 숫자이고, 삼일은 포함되지 않은 숫자다. 삼일이 올해 컨설팅에서 39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삼정과의 격차는 여전히 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삼일조차 컨설팅 매출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M&A 거래를 중심으로 한 딜 부문에서 확실한 차별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 때문에 삼일회계법인은 민준선 대표를 필두로 한 새로운 리더십 교체를 단행하기도 했다. 민 대표는 포스코, 산업은행 등 국내 주요 기업의 인수 및 매각 자문, 가치평가와 분할 자문 업무를 담당했다. 

민 대표에게는 비단 딜 부문뿐 아니라 삼일의 성장동력을 만들어야 하는 숙제가 주어졌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민 대표도 대기업과 PEF를 연결하는 자문업무 확대를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무엇보다 삼정 김이동 대표와의 '맞대결'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M&A 업계 내 인지도에선 김이동 대표가 다소 앞선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양한 딜 경험 측면에선 김 대표가 앞설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민 대표 입장에선 본인의 강점이 있는 대기업 부문에서 어떻게 차별화를 할 수 있을지에 따라서 성과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빅4 회계법인 관계자는 “감사, 컨설팅 부문에서 성장이 정체되는 상황에서 딜 부문에서 성과가 있어야 한다”라며 “미국 금리 인하 등으로 M&A 시장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점에서 이제부턴 진검 승부를 펼쳐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