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자사주 등 감안 시 의결권 과반 육박
최윤범 회장 이끄는 이사회 장악 본격화할 듯
정관에 이사 수 제한 없어 무더기 추천전 예고
분쟁 장기화 예상…최 회장 우호주주 판단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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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MBK파트너스와 영풍그룹 연합이 일단 승기를 점한 가운데 시선은 이제 고려아연 이사회로 모인다. 연합 측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 인사들이 포진한 이사회를 장악하기 위해 공세를 펼 전망이다. 최 회장 역시 이사회와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수를 짜낼 것으로 보여 양측의 공방전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은 지난 달 13일부터 이날까지 공개매수를 진행해 5.34%의 지분을 확보했다. MBK·영풍 연합 지분은 영풍과 장씨 오너일가가 보유하던 기존 지분 33.1%에 이번 공개매수로 확보한 지분을 더해 38.44%가 됐다.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를 통해 유통 주식(전체 유통주식 20% 가정) 15%를 모두 사들이면 MBK 연합의 실질 의결권은 45%를 넘어서게 된다. 주주총회에 주주가 100% 참여하지는 않기 때문에 사실상 의결권 과반 확보에 가까워진 셈이다. MBK연합은 보다 확실하게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해 지분 장내 매수와 우호 지분 설득 등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경영권 분쟁에서 고지를 선점하면서 MBK 측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MBK·영풍 연합 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번 공개매수 과정에서 드린 약속들을 책임 있는 최대주주로서 이행해 나가도록 하겠다”며 “우선 ‘고려아연 자기주식 공개매수’가 중단되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1라운드가 마무리된 가운데 이제는 이사회 장악 이슈가 핵심으로 떠올랐다. 연합은 내달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해 새로운 이사진을 추천할 예정이다.
상법에 의하면 임기가 남은 이사는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해임할 수 없다. 상법 상 이사의 해임은 특별결의 사안으로, 결의는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의 수와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수로 해야 한다. 2026년 3월까지 임기가 남은 최윤범 회장을 밀어내긴 어렵다.
이사의 선임은 보통결의(동의율 50%) 사안이라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진 13명 중 장형진 고문을 제외한 나머지 12명은 최 회장 측 인사다. MBK 연합이 임시 주총에서 12명 이상의 이사진을 새롭게 선임하면 이사회 과반을 차지하게 된다. 고려아연은 정관에 별도의 이사 수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이사 선임 경쟁이 과열될 경우 내년 3월 주주총회 시즌에 양측의 표 대결이 나타나는 등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될 수 있다. 과거에도 경영권 분쟁에서 양측이 수십명의 이사진을 선임하려는 사례들이 나타난 바 있다. MBK 연합이 우위를 점한 모습이긴 하지만 최 회장 측이 경영진이자 주주로서 각종 법적 권리를 행사하면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MBK와 영풍 입장에서는 확실하게 경영권을 장악하려면 최윤범 회장을 내쳐야 하고, 최 회장을 포함해 최 회장 우군인 이사들을 당장 해임할 수는 없으니 우호 이사진을 늘리는 경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고려아연 우호지분으로 알려진 주주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사다. 현대차그룹(지분율 5.05%)과 한화그룹(7.75%), LG화학(1.89%) 등 대기업들은 최 회장의 비전인 '트로이카 드라이브'에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앞서 최 회장이 김동관 한화 부회장과 접선에 나서는 등 설득에 나선 분위기도 전해진 바다.
다만 현대차, 한화, LG화학 등 대기업들은 아직까지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아 주주총회에서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줄 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다. 이들이 고려아연을 지지하지 않으면 MBK 연합이 더 유리해진다.
분쟁 전 18% 수준의 지분을 갖고 있던 외국인 주주들이 과연 어느 쪽에 손을 들어줄 지도 주목된다. 다만 패시브 펀드 등으로 지분을 들고 있는 경우,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국민연금(7.8%)은 통상적으로 경영권 분쟁 사안에는 개입하지 않아 왔다.
고려아연 측은 이날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 결과에 대해 "상대(MBK파트너스 연합)가 제시한 목표치에는 미달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추후 적절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