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고려아연 갈등에 "PT 앞당겨달라"…출자 기회 노리는 사모펀드들
입력 2024.10.17 07:00
    MBK 국감 겨냥한 PEF들 전략적 움직임?
    노란우산·과기공 등 숏리스트 중복 경쟁에
    하반기 LP들 선정 절차 속도전 '촉각'
    '해외리그' 분류론까지…LP들 고민 깊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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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MBK파트너스와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간의 경영권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국내 사모펀드(PEF)들이 기관 출자사업 발표를 앞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주요 기관투자자(LP)들의 펀드 설정 과정에서 MBK의 입지가 흔들리자, 경쟁 PEF들이 이를 기회로 삼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상황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숏리스트에 MBK가 포함되자, PEF업계는 LP들을 향해 일정을 앞당겨 달라고 요청하는 분위기다. 이는 단순 펀드 결성 시한 문제가 아닌, MBK를 향한 정치권의 압박이 강한 국정감사 시기에 경쟁 PEF들이 입지를 강화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한 LP는 PEF들의 요청을 수용해 프레젠테이션(PT)과 실사 일정을 한 주 이상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공제회 측도 운용사들의 요청으로 선정 절차 진행 속도를 높이고 있어, LP들 사이에서도 여러모로 눈치를 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주요 LP들의 출자사업 선정 발표는 이달 중순 이후와 다음 달에 집중될 예정이다. 총 4곳을 선정하는 4700억원 규모의 노란우산공제 일반 부문에는 MBK와 아이엠엠프라이빗에쿼티(IMM PE),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 제이앤프라이빗에쿼티(PE), JKL파트너스, 프리미어파트너스 등 6곳이 숏리스트에 올랐다. 

      역대 최대치인 2850억원 규모의 과학기술인공제회(이하 과기공) 정기 출자사업 대형 부문 경쟁에도 MBK파트너스, 프리미어파트너스, JKL파트너스,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 등이 이름을 올렸다. 

      앞서 하반기 출자를 앞둔 국민연금공단 크레딧ㆍ부실자산 부문은 앞서 일반 PEF 분야에 신청한 운용사는 중복 지원할 수 없도록 제한을 뒀다. MG새마을금고중앙회는 크레딧 분야에 투자 조건과 출자확약(LOC) 30% 이상 및 기존 블라인드펀드 약정액 60% 이상 소진 등의 조건을, 수출입은행은 약정액의 1.5배 이상을 경제안보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세웠다. 

      이 같은 상황에서 MBK를 비롯한 PEF들은 노란우산공제와 과기공 선정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다. 상대적으로 제한 조건이 적고 허들이 낮아 PEF들의 참여가 용이한 까닭이다. 

      한앤컴퍼니와 UCK파트너스처럼 이미 펀드레이징을 마친 운용사를 제외한 대다수 PEF들에겐 이들이 조 단위 펀드 결성의 기회를 제공하는 몇 안 되는 출자처로 인식된다. 

      PEF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를 통해 대형 PEF 부문 경쟁률을 재편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MBK파트너스를 KKR이나 칼라일 등 글로벌 대형 PEF들과 함께 '해외리그'로 분류하자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GP(운용사)들 사이에선 MBK처럼 아시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글로벌 사모펀드를 빅네임과 같은 선상에 두고 별도로 관리하자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MBK파트너스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쟁 PEF들은 이를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출자사업 선점을 통해 시장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MBK에 대한 견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현재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라는 판단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LP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PEF들의 요구에 따라 신속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면서도, 섣부른 결정으로 인한 리스크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MBK파트너스와 고려아연의 갈등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그리고 이것이 PEF 시장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불확실한 영향이다. 

      한 LP 관계자는 "고려아연 사태를 기회로 여기는 PEF들이 일부 있지만, 이들의 요청을 고려하되 회원(투자자)들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단 생각"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