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수요예측 분위기 '미지근'...국내외 기관들 마지막까지 '고민'
입력 2024.10.16 16:51
    이달 10~16일 기관 대상 수요예측 진행
    마지막날까지 동향 파악해 주문 축소 수정
    주문조차 하지 않은 투자자들도 상당수
    고밸류 우려 피하지 못했다는 평가
    케이뱅크 "중소기업대출로 성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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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케이뱅크의 기업공개(IPO) 수요예측 분위기가 예상보다 미지근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국내외 기관들은 수요예측 마지막날까지 주문 여부와 수량, 가격 등을 두고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파악된다. 

      상당수 기관들이 공모가 밴드 중하단 수준으로 주문을 넣은 것으로 파악된다. 배정 물량 손해를 각오하고, 밴드 이하 가격을 신청한 기관도 눈에 띄었다. 최근 대부분의 IPO 수요예측에서 기관들이 첫날 주문을 넣고 '초일가점'을 받아 최대한 많은 물량을 확보하려던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16일 증권가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이달 10일부터 이날까지 국내외 기관들을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했다. 공모가를 확정한 뒤 21일부터 이틀간 공모청약을 실시할 계획이다. 케이뱅크의 전체 공모 주식수는 8200만주이며 공모희망가는 9500~1만2000원이다. 대표주관사는 NH투자증권, KB증권, 뱅크오브아메리카가 맡았다. 신한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은 인수사로 참여했다.

      올해 IPO 시장의 특성인 '수요예측 물량 쟁탈전'과는 거리가 먼 분위기였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아무 고민 없이 '초일가점'을 노리던 기관들이 마지막날까지 가격과 규모에 대한 고민을 거듭했다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공모주 담당 운용역은 "주문을 하더라도 공모가 밴드 하단이나 하단 아래로 주문할 계획"이라며 "개인투자자들의 수요가 크게 줄어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 밴드 하단에 받아도 수익 실현이 가능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자산운용사 주식 운용역은 "수요예측 첫날 밴드 내 가격을 적어 주문을 넣었는데, 마지막날 수량을 줄이고 가격을 더 낮춰서 수정할지를 두고 내부 논의를 진행했다"며 "아예 주문조차 넣지 않겠다는 기관들도 꽤 있어 고민이 더 컸다"고 말했다. 

      케이뱅크가 기대를 걸었던 해외 분위기도 애매한 상황이라는 전언이다. 설명회(IR) 당시 가수요 신청을 받아 배정된 물량을 모두 채웠지만, 이후 실제 배정을 받아 공모금을 납입할지엔 물음표가 따라붙고 있다는 것이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 수요예측 기간 동안 홍콩ㆍ싱가포르 등지의 소버린펀드(국부펀드)나 롱펀드(장기투자펀드)가 참여했다는 이야기가 나와야 타 기관들도 적극적으로 수요예측에 들어가는데, 수요예측 마지막날까지도 잠잠했다"며 "일부 지역에서는 공모가를 20% 인하하라는 얘기까지 나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고(高) 밸류' 우려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케이뱅크는 기업가치 산정을 위해 비교기업(피어그룹)으로 카카오뱅크와 일본 증시에 상장된 SBI스미신넷뱅크(SBI Sumish Net Bank),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된 뱅코프(Bancorp) 등 해외기업 2곳을 선정해 적용 PBR(순자산가치)을 2.56배로 산정했다. 고밸류 논란을 피하기 위해 PBR 5배 이상인 기업을 제외했음에도 카카오뱅크(1.62배)보다 PBR이 높다는 점에 대해서 흥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높은 업비트 의존도와 은행업 특성상 낮은 성장률 등 공모주로서 매력도가 낮은 점 역시 수요예측 흥행이 어려웠던 주요 요인들로 꼽힌다. 케이뱅크는 가상자산거래소인 업비트와 실명계좌 계약을 맺은 후 급격하게 성장했으나, 그만큼 업비트에 대한 의존도에 대한 리스크가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케이뱅크는 최근 우상향하는 실적을 보여주긴 했으나, 지금이 피크아웃일 수 있다는 우려가 크고, 업비트와의 계약도 내년 종료된다"며 "업사이드가 별로 없는 종목이라 공모주로서 매력도가 굉장히 떨어진다"고 말했다. 

      케이뱅크는 IR 과정에서 이런 우려에 대해 최대한 해명했지만, 기관들의 마음을 완전히 돌리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15일 진행된 케이뱅크 IPO 간담회에서 최우형 케이뱅크 최고경영자(CEO)는 앞으로의 성장성이나 고밸류 우려에 중소기업대출 확대라는 해답을 내놓았다. 

      비교기업인 카카오뱅크가 고점 대비 주가가 300% 이하로 떨어진 상황에서 케이뱅크가 투자자들에 대해 어떤 신뢰를 줄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 최 대표는 "다른 인터넷뱅크들은 가계대출에 집중하고 있지만, 케이뱅크는 중소기업대출에 주력하고 있어, 성장성 내지는 수익성 측면에서 업사이드 포텐셜을 많이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또한 상장 이후 재무적투자자(FI)들의 콜앤드래그 조항이 해소되면서 새로 유입될 7250억원의 상당부분도 중소기업대출 지원에 사용할 것이란 계획을 밝혔다. 또한 "케이뱅크의 잉여자본은 굉장히 적절한 수준이며, 내년 상장되고 새로 유입될 7250억원 또한 (중소기업) 사장님들의 자금난 해소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던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