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프 인수전도 '산 넘어 산'…AP홀딩스와 경영권 갈등 예고
티웨이항공도 공개매수까지 검토했으나 중단 절차 밟아
LCC업계 전망 먹구름 속 PEF들은 2배 이상 차익 실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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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호텔 사업 기반을 넓히려는 대명소노그룹이 티웨이항공에 이어 에어프레미아 인수를 시도하면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사모펀드 운용사(PEF)들의 투자 회수와 새로운 투자자의 등장으로 경영권 갈등이 불거지는 가운데, 업계 재편 움직임도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명소노그룹(이하 대명소노)의 호텔ㆍ리조트 운영사 소노인터내셔널은 이달 에어프레미아의 2대 주주인 사모펀드 JC파트너스가 보유한 지분 약 11%를 471억원에 인수했다. JC파트너스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의 지분 절반을 인수하는 간접적인 방식이다.
소노인터내셔널은 내년 6월 이후부터 JC파트너스의 잔여 지분 11%에 대해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도 보유하고 있다. 이 옵션을 행사하면 에어프레미아 지분 22.1%를 확보하게 된다. 대명소노그룹은 이를 기반으로 에어프레미아의 경영권까지 확보할 전망이다.
다만 에어프레미아 인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6월경 JC파트너스가 보유한 드래그얼롱(동반매각청구권) 조항이 발동되면, 에어프레미아의 공개경쟁 입찰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JC파트너스의 잔여 지분뿐만 아니라 AP홀딩스의 지분(30.4%)도 함께 매각 대상이 되는데, 공개입찰 과정에서 제3자 혹은 AP홀딩스의 추가 지분 확보 시도가 대명소노의 인수 계획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AP홀딩스가 이미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대명소노가 협의 없이 단독으로 경영권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AP홀딩스와의 협상이나 공개입찰 과정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AP홀딩스는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과 문보국 전 레저큐 대표가 공동 설립한 법인이다. 김 회장이 항공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경영권 확보를 위한 복잡한 협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JC파트너스 측과 에어프레미아 공동 경영 체제를 지속 유지해 왔으며, 최근까지도 경영권 유지 의지를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프레미아 인수 상황은 대명소노가 이미 경험한 티웨이항공 사례와 유사한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앞서 대명소노는 올해 7월 JKL파트너스로부터 티웨이항공 지분 약 15%를 1056억원에 매입하며 2대 주주 자리에 올랐다. 이어 8월에는 계열사 대명소노시즌과 소노인터내셔널을 통해 JKL파트너스의 잔여 지분 11.87%를 약 842억원에 추가 인수했다.
대명소노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티웨이항공 지분 26.77%를 확보, 최대주주인 예림당(29.74%)과의 지분 격차를 3%포인트 이내로 좁히는 데 성공했지만 경영권 인수 작업은 현재 차질을 빚고 있다.
지분 매입 과정에서 주가가 상승하고 과열 경쟁 양상으로 인수 가격 범위가 넓어지자, 대명소노는 현재 인수 작업을 일시 중단한 상태다. 한때 로펌 1곳 이상에 공개매수를 문의하기도 했으나, 대부분의 자문사가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고 전해진다.
IB업계 관계자는 "대명소노그룹이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 양쪽에서 2대 주주로 올라서면서 항공업 진출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며 "하지만 양사 모두 기존 최대주주의 경영권 방어 의지가 강해 향후 경영권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사모펀드들은 투자 회수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JKL파트너스는 2021년과 2022년에 걸쳐 총 1017억원을 티웨이항공에 투자했는데, 이번 매각을 통해 약 2000억원의 수익을 거두며 투자금의 2배에 달하는 회수에 성공했다. 펀드 내부수익률(IRR)은 약 23%를 기록하면서 당초 목표였던 20%를 크게 상회했다.
JC파트너스는 에어프레미아 투자로 연 51.1%의 IRR을 기록하며 약 1500억원의 차익을 실현했다. JC파트너스는 2021년 3월 에어프레미아를 인수하고 유상증자 등으로 총 832억원을 투자했으며, 이번 매각으로 2400원을 회수하게 된다. 매각 차익만 1500억원이 넘는다.
향후 LCC 업계의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는 점에서, 사모펀드들의 이러한 투자 회수 움직임은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으로 인한 시장 독과점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LCC 3사(에어부산ㆍ에어서울ㆍ진에어)의 통합도 예정돼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통합 대한항공이 출범하면 LCC들은 규모의 경제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특정 노선에서 대형 항공사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우면 LCC들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며 "항공업은 외생변수에 취약한 특성이 있어 현재의 호황이 지속될지는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LCC 업계 주주들이 직면한 다양한 과제 속에서 시장의 시선은 투자 타이밍을 절묘하게 잡아 높은 수익을 실현한 사모펀드들에게 쏠린다. 시장에서는 최종 승자는 적절한 시기에 투자금을 회수한 사모펀드들이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향후 LCC업계는 사모펀드의 투자 회수와 새로운 투자자의 등장으로 인한 경영권 갈등, 그리고 시장 재편이라는 복합적인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명소노의 행보와 기존 주주들의 대응, 그리고 남은 사모펀드들의 투자 회수 시기 등이 업계의 주요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VIG파트너스는 지난해 이스타항공의 경영권 지분을 매입했으며, 지난 2022년에는 소시어스PE가 에어인천의 바이아웃(경영권인수)을 완료한 상황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LCC 업계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사모펀드들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빠져나가고 있는 현재가 LCC들의 기업 가치가 가장 높은 시기일 수 있다"며 "남은 주주들은 향후 시장 변화에 대비한 전략 수립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