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CNS 상장 가시권…맥쿼리는 조(兆)단위 수혜, ㈜LG 현금 유입은 '미미'
입력 2024.10.21 07:00
    LG CNS 상장예심 청구, 내년 초 증시 입성 전망
    구주매출 상당수 맥쿼리PE 몫
    기대감에 몰렸던 ㈜LG 주목도는 오히려 떨어질 수도
    신선함 없는 대기업 SI 계열 상장…SDS 주가 부진도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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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기업공개(IPO) 시장의 만년 기대주였던 LG CNS가 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하며 상장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장외시장에선 이미 시가총액 약 9조원을 넘어선 상황이고, 적어도 상장 후 예상기업가치 7조원 내외로 거론되면서 내년 초 IPO 시장의 랜드마크 거래를 예고한 상태다.

      LG CNS을 상장을 통해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되는 곳은 단연 2대주주 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즈운용(이하 맥쿼리PE)이다.

      2020년 LG CNS 지분 87%를 보유하고 있던 ㈜LG는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던 LG CNS 지분 약 85% 가운데 35%를 대상으로 투자자를 모집했다. 당시 KKR, IMM 등 굵직한 운용사들의 경쟁이 펼쳐졌는데 결국 맥쿼리PE가 승기를 잡으며 현재 2대주주로 남아있다. 당시 맥쿼리PE는 LG CNS의 기업가치를 약 2조9000억원으로 책정했고 총 1조원가량을 투자했다. 주주간 계약엔 투자 이후 5년 내 기업공개, 즉 내년 4월까지 IPO를 추진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LG CNS 지분매각은 LG그룹의 실트론 사태 이후 LG그룹이 외부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첫 사례였다. 이번 IPO의 구조 역시 구주매출 50%, 신주발행 50%로 맥쿼리PE의 투자금 회수를 위한 목적이 강하다. 상장 후 기업가치가 약 7~8조원에 맥쿼리PE가 분을 구주매출로 회수에 나선다고 가정하면 맥쿼리PE는 1조원 이상의 투자수익을 거두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맥쿼리PE는 이미 배당과 리파이낸싱 등으로 2000억원가량을 회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LG실트론 사태의 트라우마를 딛고 주주와의 상장 약속을 지키는 LG그룹의 행보는 눈여겨볼 만 하지만 실익은 별개의 문제다. 일단 공모과정에서 구주매출을 통해 지분율을 낮추기엔 흥행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고, 구광모(1.12%) 회장을 비롯해 오너 일가가 구주매출에 나서는 것 역시 부담이란 평가다. 그룹차원에서 실질적으로 막대한 현금 유입에 큰 도움이 되는 거래는 아니란 의미다.

      물론 ㈜LG가 당장 손에 쥘 수 있는 현금은 미미하더라도 장부가액으로 평가받고 있는 비상장회사의 지분가치를 시가로 인정 받아 지주회사의 순자산가치(NAV)를 높일 수 있단 효과는 기대된다. 현재 LG CNS의 지분 49.5%를 보유하고 있는 ㈜LG는 지분가치를 장부가액(1950억원)만 반영해 놓은 상태다.

      국내 운용사 한 관계자는 "지주회사는 상장 자회사의 가치에 할인율를 적용해 밸류에이션을 책정하고, 비상장 자회사의 경우 더 큰 할인율을 적용하는게 일반적이다"며 "LG CNS의 상장을 통해 조 단위 시장가치를 형성하게 되면 ㈜LG의 순자산가치 또한 높아지는 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자산가치의 증가와 같은 긍정적인 효과가 ㈜LG의 주가 상승, 즉 기업가치 증대와 직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이미 LG CNS는 ㈜LG의 연결기준 매출 및 지분법 손익에서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상장을 통해 ㈜LG 재무제표에 미칠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평가도 있다.

      ㈜LG의 주가는 그룹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LG전자(지분율 33.7%)와 LG화학(33.3%)의 주가와 실적 추이에 연동돼 있는 모습이 나타나기 때문에 LG CNS가 상장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내지 않는다면 주가에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투자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LG의 경우 굵직한 자회사들이 이미 상장돼 있고 이미 해당 자회사의 밸류에이션이 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LG CNS의 상장으로 기업가치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본다”며 “LG CNS의 상장 기대감으로 쏠려있던 ㈜LG에 대한 주목도가 LG CNS로 옮겨가게 되면 오히려 수급 차원에선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내년 초 IPO 시장 상황을 당장 예단하긴 어렵지만 안정적인 내부거래 물량을 확보하고 있는 대기업 발(發) 초대형 IPO 거래란 점에선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이미 성장성이 정체됐다고 평가받고 있고, 더 이상 투자자들에게 신선하지 않는 대기업 SI 업체에 대한 투자심리가 살아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

      실제로 2014년 상장한 삼성SDS는 수년 째 공모가(19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주가를 유지하고 있다. 몇 안되는 피어그룹으로 분류되는 삼성SDS의 주가가 부진한 상황은 LG CNS의 공모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LG CNS가 기관 및 개인 투자자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삼성SDS와 확연하게 구별할 수 있는 마케팅 포인트가 필요하다는 평가다. ㈜LG 투자자들의 실익이 모호한 상황에서, 투자자의 막대한 자금 회수만을 위한 상장 작업으로 비쳐질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의 쪼개기 상장으로 뭇매를 맞았던 전철을 밟을 수 있을 것이란 냉정한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