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목표가 11만원→9만원...괴리율은 36%로 치솟아
외국계 "HBM 시장서 경쟁사 따라잡을 거란 전망 옅어져"
국내사 "소액 주주 반발도 고려...컨콜 듣고 조정할 것"
-
"이번에도 '10만전자' (삼성전자의 주가가 10만원을 넘는 것) 낙관론이 팽배했던 시기가 고점이었습니다. 이제는 10년 평균 주가이자 주가순자산비율(PBR) 0.95배인 5만4000원까지는 열어놔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한 증권사 IT 담당 연구원)
삼성전자의 주가가 속절 없이 무너지고 있다. '기술 초(超)격차'를 유지하지 못한 '테크 주식'에 대한 실망감이 매물로 표출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적이 순항하고 있었다면 드러나지 않았을 '지배구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까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불과 두 달 전 앞다퉈 '10만전자'를 외치며 '매수'를 권고했던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도 당황한 기색이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상황 변화를 빠르게 감지하고 큰 폭으로 목표 주가를 낮추고 있다. 반면 일부 국내 증권사들은 목표주가 하향 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방 시장에 대해 여전히 낙관론이 남아있는데다, 소액 주주들의 반발도 고려사항으로 꼽힌다.
22일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에 투자 의견을 낸 국내외 30개 증권사가 제시한 평균 목표주가는 현재 약 9만원이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대비 2.2% 급락해 1주당 5만77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평균 목표주가 대비 현재 주가의 괴리율은 36%까지 벌어졌다.
지난 8월말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에 대한 30개 증권사의 평균 목표주가는 11만1000원에 달했다. 지난 7월초 인공지능(AI) 수혜 기대감으로 삼성전자 주가가 9만원 근처까지 오르자, 주요 증권사 리서치들은 앞다퉈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SK증권이 12만원을 제시하는 등, 30개 증권사 중 17곳이 10만원 이상의 목표주가를 내놨다.
그 뒤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은 현 시점 기준, 10만원 이상의 목표주가를 유지하고 있는 증권사 리서치는 4곳으로 줄었다. 9월 이후 19곳의 리서치가 삼성전자 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특히 맥쿼리증권은 직전 12만원대에서 6만4000원으로 49%나 하향 조정했다. 국내사 중에선 아이엠투자증권이 직전 목표가 대비 22% 하향 조정해 7만원대 목표 주가를 제시했다.
-
삼성전자가 녹록지 않은 상황인 건 사실이라는 평가다. AI서버향(向)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상반기 증시에서 기대하던 수준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디램(DDR5 SDRAM) 등 기존 '레거시 메모리' 시장의 회복세는 기대보다 더뎠던데다, 경기 침체 우려가 다시 드리우며 수익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반도체 겨울설'을 제시한 모건스탠리를 비롯, 골드만삭스ㆍ맥쿼리ㆍ씨티ㆍHSBC 등 주요 외국계 증권사 리서치들은 기대 이하의 HBM 성과와 레거시 반도체 수요 부진을 고려해 큰 폭으로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한 외국계 증권사 반도체 담당 연구원은 "디램 시장 상황이 그렇게 나쁘다고 볼 순 없는데 품질 등 이슈로 삼성전자 제품만 제대로 팔리지 않고 있다"며 "AI는 물론 레거시 시장에서도 삼성전자만 밀려나는 상황이라 안 좋게 보는 시각이 업계 전반에 공유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외국계 증권사 연구원은 "HBM4에서 단숨에 SK하이닉스 등 경쟁사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제는 이 같은 기대감이 점점 옅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불구, 상당수 국내 증권사 리서치는 기존 투자 의견과 목표 주가를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례로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10일 레포트를 통해 "현재는 주가 반등 논리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며 "하이엔드 제품과 레거시 제품 간 수요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다소 기다림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짚었다. 하지만 투자 의견(매수)과 목표 주가(9만5000원)는 유지했다.
업황 자체가 좋지 않은 상황이며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닌데도 불구, 목표 주가를 유지하는 결정을 내린 이유는 무엇일까.
한 증권사 ITㆍ전자 담당 연구원은 "국내 주요 리서치들은 레거시 반도체 시장이 올해 과잉공급에서 내년 과잉수요로 전환된다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며 "투자 의견 및 목표 주가 조정 역시 실적 컨퍼런스콜 등 회사의 입장을 듣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너무 공격적으로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하면 손실을 입고 있는 개인 주주들에게서 항의 전화가 오는 경우도 있다"며 "최근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의 배경으로 중국의 경기 부양 정책에 올라타려는 아시아 인베스터들의 환금 수요도 언급되고 있는만큼, 좀 더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