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냐 해외냐, 직접 vs 간접, 주식?채권?대체?…공제회 CIO들, 투자처 찾기 골머리
입력 2024.10.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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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내년 투자계획 수립을 앞두고 국내 공제회 최고투자책임자(CIO)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금리 인하기에서 '특히' 매력적인 투자처가 없는 상황이라 각각의 상황에 맞게 우선순위를 조절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설명이다. 당장 다음 달 상황을 기약하기 어려운 변동성이 높은 시장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비상장 주식, 사모 대출 등에서 새로운 기회를 보겠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공제회 CIO는 "지금은 경제 환경이 불안해 자산을 공격적으로 늘리기 어렵고 회원들의 자금 소요에 대응해야 할 수도 있어 유동성을 쥐고 있어야 한다"라면서도 "수익은 내야 하니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지만 해외 재간접 투자는 엣지를 내기는 어렵고 대체 투자도 내부 역량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금리 인하기에 들어오면서 공제회들은 채권 투자는 한동안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다는 공통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투자 등급의 채권들의 금리가 조달 금리보다 낮은 상황이라 역마진이 발생할 수 있어 채권 투자를 늘리기는 힘들다는 관측이다. 

      다른 공제회 CIO는 “아직 내년 자산 배분 수립을 안 한 상태인데, 글로벌 정책 금리가 내려오면서 채권 금리가 내려와 전반적인 자산군의 기대수익률이 동시에 내려오고 있어 과거보다 전략을 섣불리 세우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과거에는 에쿼티보다 채권이나 사모 대출 등 투자가 수익 측면에서 좀 더 나아 보이는 게 있었지만, 지금은 차이가 없어 고민이 크다”라고 말했다.  

      공제회마다 포트폴리오 및 최근 수익률, 목표 수익률 등 상황이 다르다 보니 우선순위는 제각각이다. 눈에 띄는 투자처가 잘 보이지 않다 보니, '전략' 수립보다는 '전술' 조정에 가깝다는 평도 나온다. 

      회원들에게 안정적이면서도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 줘야 하기 때문에 공제회들은 대체투자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에 부동산 자산 비중이 높은 공제회들의 경우, 인프라나 사모 크레딧 등의 비중을 늘리고 부동산 지분투자는 선별적인 투자를 나서고 있다. 

      금리가 높은 현시점에서는 이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안정적인 크레딧 투자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분위기다. 국민연금의 경우 주식과 채권 비중이 80% 이상으로 높다 보니 대체투자를 활발하게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이 많이 내려온 자산들의 경우 매수 기회가 될 수도 있어 투자 기회를 찾고 있는 분위기도 전해진다. 한동안 사모펀드(PEF)나 벤처캐피탈(VC) 등 비상장 주식이 외면받았지만, 최근에는 가치에 비해 가격이 비싸지 않은 자산들은 매수 기회라고 보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도 테크 주식을 제외하면 아직 가격 수준이 매력적인 자산들이 있다는 설명이다. 

      올해 주요 기관들은 연말까지 PEF 출자 사업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현재 중소기업중앙회, 우정사업본부(보험)가 PEF 출자 사업을 진행 중이고 과학기술인공제회도 숏리스트를 선정하고 최종 선정을 남겨두고 있다. 군인공제회도 출자 사업을 진행 중이다. 앞서 공무원연금, 국민연금공단 등이 올해 PEF 출자 사업을 진행했다. 

      공제회들은 올해 VC 출자 사업에도 잇따라 나섰다. 건설근로자공제회, 군인공제회, 지방행정공제회, 과학기술인공제회, 우정사업본부(보험), 국민연금 등이 올해 VC 출자 사업을 완료했거나 진행 중이다. 

      또 다른 공제회 CIO는 “안전성을 생각하면 에쿼티 자산을 공격적으로 늘릴 수는 없지만, AI(인공지능) 등 테크 분야 주식이 나쁜 것은 아니라 주식 투자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라며 “PE나 VC 등 프라이빗 섹터는 아직도 금리 타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장기적인 시각에서는 지금 투자하는 것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진행되고 있는 감사원의 조사 결과도 변수가 될 수 있다. 감사원은 지난해부터 주요 연기금을 대상으로 본감사를 1년 넘게 진행 중이다. 

      감사원이 집중하는 부문은 부동산 등 대체 자산들의 공정가치에 대한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다만 이러한 측면은 대체 투자에선 불가피한 부분이라 감사원에서 권고나 지적은 가능하지만, 특별한 조치(?)에 들어가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한 공제회 관계자는 “감사원 검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고 계속 의견만 주고받고 있다. 감사원 결과가 투자 계획 자체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금부터 내년 계획을 어느 정도 짜고 있는데 1년 단위의 성적이 중요한 공제회 특성상 연말까지 유동성을 보고 확정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