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분쟁,내년까지 장기전 불가피
英헤지펀드,SK스퀘어 점찍어…주주제안 갈까
두산·KT&G 향한 공세도…정기주총 대비 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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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불어오며 내년 정기주주총회를 준비하는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주총은 내년에 열리지만, 의결권을 갖는 주주명부 확정은 올해 말 이뤄지는 까닭이다. 행동주의 펀드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고, 유난히 잦았던 경영권 분쟁의 ‘연장전’도 예상되고 있다.
한 달 째 이어진 고려아연 공개매수 국면이 마무리된 가운데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향후 경영권 분쟁은 내년 초 정기 주주총회 표 대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MBK·영풍 측은 14일 종료된 공개매수를 통해 5.34%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우호 지분을 33.13%에서 38.47%로 늘렸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측 공개매수도 23일 완료됐다.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 확보한 지분 중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제외하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 우호지분은 기존의 33.99%에서 35.40%가 됐다.
MBK 측이 추진하는 임시 주총은 이르면 연내 개최될 수도 있다. 남은 주식을 사들이기 위한 장내 매수 경쟁도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양측 지분율 차이가 크지 않아 약간의 지분만으로도 판도가 뒤집힐 수 있다.
국민연금 등 주주들의 선택도 관건이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고려아연 지분에 대해 "장기적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의결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현대차그룹, LG그룹, 한화 등 대기업들도 변수다. 경영권 분쟁 초반 최 회장의 백기사(우호세력)로 분류되기도 했으나, 이들이 어느 한쪽의 편을 들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그룹들은 자문사 등을 통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했지만 현재도 마땅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은)이미 초기부터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될 것이 예상된 바고, 최 회장은 경영권을 절대 놓을 수가 없기 때문에 쉽게 결론이 나기 어려울 것”이라며 “MBK와 영풍 측이 최 회장 측에 지분을 팔고 떠나는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내년 주총까지는 분쟁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잠잠했던 행동주의펀드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영국의 헤지펀드 팰리서캐피탈이 SK스퀘어 지분을 1% 넘게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팰리서캐피탈은 SK스퀘어에 2년 전부터 투자를 이어왔고, 최근 미국의 한 컨퍼런스에서 이 사실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팰리서캐피탈은 SK스퀘어의 10대 주주 중 하나다.
팰리서 측이 향후 SK를 상대로 본격적인 공세에 나설 지 관심이 모인다. 팰리서 측은 앞서 삼성물산에 대한 주주행동 공세를 펼친 바 있다. 팰리서 측은 현재까지 ‘우호적인’ 선에서 주주관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팰리서 측은 지난 약 1년의 기간동안 SK측 경영진 및 사외이사 등과 논의를 이어왔고, ‘경영권 분쟁’의 가능성은 일축하고 SK스퀘어가 ‘효율적인 지배구조를 가진’ 기술 회사로 성장하는 것이 투자 목표라고 밝혔다.
다만 향후 주주제안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주주행동주의를 보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상장사의 의결권이 있는 지분 1% 이상을 6개월 이상 보유한 주주는 주주제안을 할 수 있다. 배당 확대, 이사 및 감사 선임 등이 골자다.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표 대결로 이사회 입성을 노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세기의 이혼’을 겪고 있는 SK그룹 상황을 고려하면 해외 헤지펀드들이 충분히 관심을 가질만하다는 관측이 나온 바다. 지난 5월 서울고등법원이 SK㈜ 주식 포함 1조원을 훌쩍 넘는 재산을 분할하라고 판결함에 따라 SK그룹의 지배구조에 미칠 영향이 주목되면서다.
이혼 건에 대해 해외 투자자들은 오너의 ‘개인적’ 이슈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최 회장 자산 대부분이 주식이기 때문에 재산분할 과정에서 대량의 현금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점은 유념하고 있다. SK스퀘어의 가치를 증대해야 하는 유인이 생겨 지배구조 개편 등 다양한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는 점도 이혼을 ‘중요한 쟁점’으로 지켜보는 이유다.
대법원이 칼자루를 쥐고 있는 가운데 ‘심리불속행기각’이 나왔다면 9~10월 내외로 나왔어야 한다는 관측이다. 법조계에서는 전원합의체가 아닌 소부로 속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렇다보니 장외전이 분주한데, ‘감정 여론’을 손대기는 어려우니 논리를 앞세우며 최 회장에 힘을 싣는 이야기들도 많아지는 분위기다.
토종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두산밥캣에 대한 공세에 나섰다. 얼라인파트너스는 두산밥캣 지분을 1% 보유하고 배당을 비롯한 주주환원율을 높이고 비주력 자산 등을 매각하는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했다.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는 KT&G에 한국인삼공사를 인수하겠다는 제안서를 발송했다.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 등 이슈가 있는 기업들은 이미 의결권 대행사나 자문사를 통해 컨설팅을 받거나 주주들을 만나면서 주총 대비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