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소득 등 복잡한 공개매수 구조에…경쟁사 향해 SOS
증권가 시스템 경쟁 본격화…NH 독식 판도 변화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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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식시장에서 공개매수 거래를 대부분 주도하고 있는 NH투자증권이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리테일(개인투자자) 시장 점유율이 높지 않은 탓에, 실제 공개매수 대상 주식의 보유 고객층이 취약한 것이다. 이는 향후 공개매수 시장이 증권사들의 시스템 구축 경쟁에 좌우될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25일 증권가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최근 MBK-영풍그룹 측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를 주관하는 과정에서 키움증권 등 국내 증권사들에 협조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주식을 매집하는 과정에서 주식을 보유한 고객 기반이 충분치 않아, MBK-영풍 측에서 공개매수 실패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던 까닭이다.
앞서 NH투자증권은 각 지점 프라이빗뱅커(PB)를 통해 국내 투자자문사들을 대상으로 공개매수 참여를 독려했으나 이마저도 신통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NH투자증권은 한국예탁결제원의 공문을 통해 키움증권 내 고려아연 주식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NH투자증권의 공개매수 창구를 안내해달라고 요청했다. 키움증권은 2005년 이후 국내 주식시장 점유율 1위를 지속 유지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이 키움증권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및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활용해 공개매수 성공률을 높이려 했던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키움증권은 자체적으로 공개매수 플랫폼 구축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NH를 지원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향후 성장이 예상되는 공개매수 시장을 두고 증권사 간 경쟁이 본격화된 예시"라고 설명했다.
최근 진행된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는 기존 공개매수와는 다른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이 전제돼 있어, 장외거래 차익에 대한 증권거래세 및 양도소득세뿐 아니라 배당소득 과세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에 금융투자업계는 향후 유사한 공개매수 거래에 대비해 시스템 고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이 전제된 공개매수의 경우 취득원가 파악과 원천징수 처리가 가능한 별도 시스템이 요구된다. 단순 공개매수 플랫폼 구축을 넘어선 과제인 셈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을 전제로 한 공개매수는 배당소득 과세 대상이라 기존 시스템으론 처리가 어렵다"며 "금투세 시스템과 유사한 수준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KB증권과 키움증권 등은 이미 공개매수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내다보고 관련 시스템을 준비 중이다. 특히 KB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이번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의 자사주 공개매수 주관사로 참여한 것도 향후 시장 확대에 대비한 '테스트 베드' 성격이라는 평가다.
NH투자증권은 그간 주요 공개매수 거래를 독점하다시피 했다. 올해 실시된 20건의 공개매수 중 15건의 주관업무를 NH투자증권이 맡았다.
증권업계에선 고려아연처럼 공개매수 거래 구조가 복잡해질 수록, 오히려 여러 증권사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 결합된 형태처럼 새로운 구조의 거래가 증가하면서, 기존 시스템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키움증권과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등 개인투자자 기반이 탄탄한 증권사들이 관련 시스템을 완비하게 되면 공개매수 시장의 경쟁 구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각 증권사의 고객 기반과 시스템 경쟁력이 새로운 경쟁 요소로 부상하면, NH증권의 시장 독식 구조도 위태하다는 지적이다.
한 IB(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당장 NH투자증권의 독식 구조를 깨긴 어려워도, 유사한 거래 늘어날수록 기존 시스템이 커버 못하는 대항 구조도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