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대어 놓칠라 케이뱅크 포기했는데 '빈손'
美 상장되면 외국계 IB가 주도...국내사는 '무용지물'
이승건 대표 대출 제공한 주관사와 관계도 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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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가 미국 증시 상장으로 선회하면서 국내 주관사단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케이뱅크 상장 주관을 포기하면서까지 토스를 선택했던 증권사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토스는 전날 일부 주관사들에게 미국 증시 상장을 우선 추진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토스는 올해 2월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을 대표주관사로, 삼성증권을 공동주관사로 선정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토스가 최근 케이뱅크의 상장 철회 여파를 의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케이뱅크는 이달 진행한 수요예측 참여율 저조로 상장을 전격 철회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의 실패 사례가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며 "토스의 경우 적자 규모가 더 크고 원하는 기업가치도 높아 국내 시장에서 설득이 쉽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 작용한 듯하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은 모두 토스를 선택하면서 케이뱅크 상장 주관 제안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받고도 아예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삼성증권은 제출 여부를 두고 고심하다 최종적으로 제출하지 않았다.
토스 측에서 명시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양사가 국내 디지털은행 시장에서 경쟁하는 라이벌 관계인 데다 상장 시기도 겹쳐, 토스 상장 주관사단으로 선정된 증권사들은 케이뱅크 주관사 참여에 상당한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증권사들 사이에서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관사들은 올해 최대어로 꼽히는 토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케이뱅크 같은 다른 대형 거래를 포기했다. 수개월간 실무진을 투입해 상장을 준비해왔지만 이제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셈이다.
이 과정에서 토스와 주관사단의 소통 부족으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일부 증권사들은 언론 보도를 통해 상장 계획 변경 소식을 접하기도 했다. 한 증권사는 보도 내용을 확인하고 직접 토스 측에 연락을 취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주관사 관계자는 "올해 마땅한 딜이 없는 상황에서 토스를 선택했는데, 이런 식으로 끝난다면 내년 실적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의사 결정 과정에서 '국내 상장이 어려울 수 있다'는 내용의 전화 한통을 받은 것이 전부인 것도 당황스럽다"고 토로했다.
미국 상장이 성사될 경우 현재 주관사단은 실질적으로 역할을 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들이 모두 미국 증시 상장을 위한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외국계 투자은행(IB)이 주도적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주관사 중 한 곳은 이승건 대표의 개인 대출로 인해 내부적으로 더욱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가 과거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 FTX로부터 받은 640억원 규모의 대출금을 해당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갚은 까닭이다. 증권사 내부에서도 관련 내용의 진위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 대출이 주식담보대출 형태로 이뤄졌다면, 미국 상장 과정에서 새로운 문제가 될 수 있다. 상장 시 최대주주의 주식에 대한 의무보유 기간(보호예수)이 설정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담보 해제가 선행돼야 한다. 담보권을 가진 증권사 입장에서는 채권 회수의 우선순위를 포기해야 하는 만큼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IB들이 나스닥 상장 시 자사 뉴욕 지점을 통해 주관사 역할을 맡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수개월간 공들였던 국내 주관사들은 결국 아무 것도 남지 않게 된다"며 "대신 김앤장, 태평양 등 대형 법무법인들에게는 법률자문사로서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토스 측은 "미국 상장을 적극 검토하고 있지만, 국내 상장도 여전히 열어두고 있으며 국내 주관사단과의 계약도 해지된 것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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