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플 5배도 '높다'…'F&B 투자는 복불복' 시선
엑시트 고려하면 '확장성' 있는 가성비 브랜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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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올해도 M&A 시장에서 여러 식음료(F&B) 관련 거래가 진행되거나 추진된 가운데 투심은 양극화 양상을 보였다. ‘싸거나’ ‘확장성이 좋은’ 브랜드에 투심이 집중됐고, 가맹점 수를 늘릴 여력이 남았느냐에 따라 거래 성패가 갈렸다. 인지도가 높더라도 '고점'을 지난 것으로 간주되는 브랜드들은 투자회수(Exit)의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자의 관심을 받기 쉽지 않았다.
최근 PEF 운용사 포레스트파트너스는 육류 프랜차이즈 명륜진사갈비 인수에 나섰다. 거래규모는 총 1600억원으로, 거래배수(EV/EBITDA)는 약 5배가 적용됐다. 통상 F&B 기업의 거래에 적용되는 거래 배수가 10배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비교적 낮은 수치지만, 이마저도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란 평이 나오는 분위기다.
F&B 투자는 가맹점 수를 얼마나 늘릴 여지가 있는지가 핵심으로 작용하고 있다. F&B 침체기(?)에서 홀로 고공행진을 보였던 역전할머니맥주(법인명 역전FnC)도 빠르게 가맹점 수를 늘리면서 성장세를 보였다. F&B 시장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하이엔드 브랜드로 투심이 몰리는 분위기도 있었는데, 아예 ‘하이엔드’ 이거나 확장성 있는 ‘가성비’ 브랜드만 밸류업 여지가 있다는 평가다.
M&A 시장에서 F&B 거래가 한창 인기있을 때 주요 PEF들의 F&B 엑시트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당시에는 PE들이 F&B 딜을 많이 했고 유동성에 힘입어 ‘고점’으로 엑시트를 했다.
앞서 앵커에쿼티파트너는 투썸플레이스를 멀티플 약 10배를 적용한 가격에 인수해 칼라일에는 약 13배를 적용해 넘겼다. 유니슨은 공차를 약 7배에 인수해 TA어소시에이츠에 약 11배에 매각했다. VIG는 버커킹을 약 8배에 인수해 어피니티에 약 11배에 넘기며 엑시트했다. 스카이레이크는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를 인수할 때 약 6배를 적용했고, MBK파트너스에 약 10배를 적용해 넘겼다.
지금은 F&B 시장 성장도 더뎌지면서 다음에도 높은 거래 배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PEF의 F&B 투자가 주춤해지면서 전략적투자자(SI)를 찾을 수 있느냐가 중요해졌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밸류 눈높이가 여전히 좁혀지지 않아 매물을 한동안 들고 다녀도 원매자를 찾지 못한 경우가 다수”라면서 “SI가 해외 확장 등 특정 요소에 ‘꽂혀서’ 인수에 나서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회수가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오랜 기간 주인을 찾지 못한 매물들이 최근 거래된 점은 긍정적이란 평이다. 한국 맥도날드가 카타르의 카말 알마나에 넘어갔고, JM커피그룹의 저가커피 체인 컴포즈커피는 필리핀의 글로벌 외식기업 졸리비에 매각됐다.
컴포즈커피 매각가는 4700억원으로, 3년 전 경쟁사인 메가커피의 매각가 1400억원의 3배를 웃돈다. 컴포즈 커피는 2년 전에도 매각을 추진하다 무산된 바 있는데, 매장 수를 꾸준히 늘린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졸리비 측은 국내보다는 동남아 등 해외 확장성을 고려했고, 특히 오너가가 ‘K팝’ 등 한국에 관심이 높은 점도 영향을 끼쳤다고 전해진다.
‘독도 김’으로 알려진 국내 김 제조업체 성경식품도 연내 새 주인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어펄마캐피탈은 2017년 말 1000억원에 성경식품을 인수한 후 2020년 개미식품을 볼트온했다. 개미식품은 올해 일본 닛신식품에 분리 매각됐다. 매출은 2017년 600억원대였고, 작년 1000억원을 넘었다. 어펄마캐피탈의 희망가는 3000억원대로 알려졌는데, 작년 실적 대비 거래배수는 17배다.
어펄마캐피탈은 최근까지 성경식품 매각 본입찰을 실시하고 농심, 삼천리 등과 협상을 이어온 바다. 다만 삼천리는 “인수를 검토했으나 중단했고 인수 의사가 없다”라고 28일 공시했다.
잠재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건 해외 확장성이다. 어펄마캐피탈 인수 당시 1%에 불과하던 해외 매출 비중이 40%까지 늘어났다. 특히 북미 지역 확장 이슈를 가장 중점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김 시장은 동원, CJ, 성경식품이 각각 20% 내외의 시장 점유율을 가진 과점 체제로 급격한 성장을 기대하긴 어렵다.
베이커리 브랜드인 런던베이글뮤지엄(런던베이글)도 올해 상반기부터 투자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운영사인 엘비엠은 복수의 전략적 투자자(SI) 및 재무적 투자자(FI)에게 인수 의사를 타진하고 있지만 아직 마땅한 투자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가장 큰 걸림돌은 높은 몸값인데, 런던베이글뮤지엄 희망치는 3000억원대로 알려졌다. 거래배수 20배가 훌쩍 넘는 수준이다. 런던베이글은 매장에 ‘오픈런’ 웨이팅이 몇 시간일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 유통 채널이 넓어지고 유사 브랜드들이 많아지면서 이전만큼의 인기는 아니다. 디저트 업계는 유행에 민감한만큼 ‘가장 잘나갈 때’의 멀티플은 리스크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중견 PEF 대표는 “F&B의 경우 통상 캐시 창출 면에서 밸류를 단기간에 끌어올릴 수 있는 포인트를 보고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원래 이쪽 투자를 많이 하지 않는 투자자들의 경우 그 지점을 공략하기가 쉽지 않아 부담스럽다”라며 “이렇다 보니 최근 비교적 고밸류로 시장에 나오는 F&B는 브랜드가 ‘인기가 많아도’ 선뜻 투자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