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ㆍKB는 100억 미만에 '사법 리스크' 직면
실사기간 4일 불과 논란…기관경고·과징금 거론도
"뒤늦게 참여했다가 리스크만 떠안아" 비판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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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관련 금융사들의 명암이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NH투자증권과 메리츠증권은 확실한 수익을 거둔 반면, 공개매수와 유상증자를 동시에 맡은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은 상대적으로 적은 수수료에도 불구하고 금감원 현장검사까지 받게 됐다.
최근 금감원은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검사를 시작한 데 이어, 이틀 만에 KB증권에 대한 현장검사에도 착수했다. 두 증권사 모두 최윤범 회장 측이 진행하는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사무취급과 2조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주관을 맡았다. 미래에셋증권이 주 업무를 맡았고, KB증권은 미래에셋증권이 갖추지 않은 온라인 공개매수 청약 시스템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참여했다.
금감원은 특히 미래에셋증권이 진행한 유상증자 실사의 적절성 여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공개매수와 유상증자를 모두 담당했던 미래에셋증권 IB2본부 IB1팀은 불과 4영업일 만에 실사를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종료 전까지 증자를 검토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실사기간이 지나치게 짧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짧은 실사 정황 등을 감안했을 때, 당국은 고려아연과 미래에셋증권이 유상증자 계획을 알고도 공개매수 정정신고서에 해당 사실을 누락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품고 있다.
혐의가 확정될 경우, 미래에셋증권은 자본시장법상 제71조 부정거래 위탁 금지 및 시행령 68조 불건전영업 행위 위반으로 처벌받게 된다. 법조계에선 '기관 경고' 및 임직원 견책 제재, 과징금 가능성 등이 거론된다.
IB(투자은행) 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 고려아연처럼 AA+ 등급의 우량기업이라면 실사에 하루나 이틀 소요면 충분하다"면서도 "이번 건은 경영권 분쟁 중이고 공개매수와 유상증자가 연이어 진행된 특수한 상황인 만큼, 실사기간을 넉넉히 잡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은 이번 유상증자에 약 70억원의 수수료를 책정했다. 기본주선 수수료 33억원에, 납입 청약대금의 15bp(0.15%)에 해당하는 추가주선 수수료는 별도로 지급된다. 청약주식수가 모집주식수를 넘으면, 성과 수수료로 최대 29억원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유상증자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약 100억원에 가까운 수수료를 벌어들이는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의 행보를 두고 비판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NH투자증권과 메리츠증권이 일찍이 경영권 분쟁에 발을 들이면서 수백억원대 이자수익을 확보한 것과 달리, 두 증권사는 100억원도 채 안 되는 수수료를 기대하고 뛰어들었으나 당국의 눈총을 받게 됐다.
실제로 NH투자증권과 메리츠증권은 이미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한 상태다. NH투자증권은 MBK파트너스 측에 1조5000억원 수준의 공개매수 자금을 연 5.7% 금리로 제공, 9개월간 640억원의 이자수익을 거둘 전망이다. 공개매수 주관 수수료와 자문료 등을 포함하면 총 수익은 800억원을 훌쩍 웃돈다.
메리츠증권도 연 6.5% 금리로 1조원 규모의 사모사채를 인수해 6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금리 자금이 필요한 기업들의 구원투수 역할을 하며 본연의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입지도 공고히 했다는 게 증권가의 시선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NH투자증권과 뒤늦게 경영권 분쟁에 뛰어들었다가 오히려 발목을 잡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익 대비 리스크가 컸던 이번 딜을 두고, 초기에 확실한 수익모델을 가져가지 못한 채 무리하게 참여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사태는 청와대에서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사안인 만큼, 애초에 유증 자체가 무리한 시도였다는 얘기가 많이 나왔다"며 "리스크가 분명한 사안을 수수료를 기대하고 뛰어든 것 자체가 판단 미스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 측은 "현장 검사 중인 사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으며 금감원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