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주주인 미래에셋운용도 손실 걱정에 유증 참여
타이거ETF 상위 비중 SK리츠 매도로 이어질 전망
"대규모 유증에 리츠 팔아서 리츠 사는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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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리츠가 진행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유상증자를 앞두고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화리츠의 기존 투자자들이 유상증자 참여를 위해 다른 리츠를 매도하는 일명 '돌려막기' 현상이 나타나면서다.
그중에서도 한화리츠 핵심 주주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투자 비중이 높은 SK리츠에 대한 매도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리츠의 473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앞두고 기존 주주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화리츠는 지난달 확정된 1차 발행가액 4340원을 기준으로 1억900만주의 신주를 발행할 예정이다. 이번 유상증자는 한화생명과 한화손해보험이 유상증자 물량의 절반 가까이인 46.18%(5032만주)를 책임지기로 했다.
한화리츠는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한화생명(46.18%), 미래에셋자산운용(18.21%), 코람코주택도시기금리츠(8.50%), 교보생명(5.67%) 등이 프리IPO 단계부터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 기존 주주도 유상증자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화리츠 주가는 공모가(5000원) 대비 30% 가량 하락한 상태다. 기존 주식의 1.5배에 달하는 대규모 유상증자인 만큼 지분 희석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주요 기관투자자들은 지분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유상증자 참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중에서도 미래에셋자산운용은 ETF 자금을 통해 이번 유상증자에 참여할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리츠들을 주로 담는 '타이거 리츠부동산인프라 ETF'가 주 자금이다.
리츠업계 한 관계자는 "미래에셋운용의 경우 기존 주주로서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으면 손실이 너무 커져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코람코, 교보생명 등도 참여 의사가 있어 실권주를 걱정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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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한화리츠의 대규모 유상증자는 리츠 시장 전반의 수급 불균형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리츠 시장은 이지스자산운용, 코람코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3개 운용사가 출자를 주도하고 있다. 주택도시기금(HUG)의 신규 투자가 중단돼 앵커리츠의 자금이 부족한 데다, 타이거ETF 등 기존 기관투자자들도 추가 출자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화리츠의 유상증자는 특히 SK리츠의 주가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SK리츠가 타이거ETF의 15% 이상을 차지하는 상위 구성 종목인 데다, ETF 비중이 크고 거래량도 많아 현금화하기 용이한 종목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SK리츠 주가가 이달 빠진 이유도 수급 문제 때문"이라며 "한화리츠 청약일인 11일을 앞두고선 매도 압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결국 리츠 시장 전반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관투자자들이 주가 방어에 성공한 신한알파리츠와 ESR켄달스퀘어리츠, SK리츠 등을 매도하고 저평가된 리츠로 갈아타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신규 자금 유입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유상증자가 이어질 경우, 리츠 시장의 변동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신규 자산을 편입해 배당을 늘리려면 유증을 해야만 하는데, 유증을 하면 주가가 빠지는 역설이 반복되고 있다"며 "이번 한화리츠를 기점으로 리츠업계 유증이 끝나야 시장이 안정화 구간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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