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대출 여파에 우리은행장 교체까지
분위기 쇄신에 자회사 M&A 활용할까
과거 실패 많았고 현 상황 돌파도 난망
증권 사업 막혔고 보험 편입은 불투명
우리PE 등 자회사 관리 역량에도 의문
-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의 부당대출 사건 여파로 우리은행장이 교체됐다. 부당대출 보고 지연 의혹을 받는 조병규 행장이 차기 행장 선임 논의가 본격화하는 중 사의를 표했고, 후임으로 정진완 현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이 정해졌다.
임종룡 회장 입장에선 갑작스런 행장 이탈로 인한 그룹 전반의 동요를 빠르게 추스리는 것이 중요해졌다. 취약한 자회사 라인업을 강화할 M&A가 분위기 반전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금융지주 회장들은 위기 탈출, 혹은 공적 쌓기를 위해 M&A 카드를 전가의 보도로 활용하곤 했다.
우리금융의 처지를 감안하면 자회사 M&A로 실효를 거둘지 의구심이 든다. 오랜 민영화를 거치며 주력 자회사들이 조각조각 팔려 나갔고, 이를 다시 채우는 데 애를 먹었다. 가격 격차, 안팎의 이견, 결단력 부족 등에 발목 잡혔다. 당장 부당대출 문제를 푸는 것도 벅차다.
증권사 인수는 지난 수년간 공회전이었다. 올해 우리종합금융과 한국포스증권 합병으로 '우리투자증권'을 부활시켰으나 절름발이 상태다. 투자중개업 라이선스는 받았는데 거래소 회원사로 등록되지 않아 실제 주식 거래는 할 수 없다. 거래소는 우리투자증권과 대주주의 '사회적 신용' 자격 요건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과거에도 아쉬운 사례가 있었다. 우리금융은 손태승 우리은행장 시절 교보생명과 교보증권 인수 협상을 진행했다. 계약 체결 직전까지 갔으나 막판에 발을 뺐다. 당시 지주사 전환 추진 중이라 굳이 시끄러운 일을 만들지 말자는 분위기였다. 어차피 이뤄질 지주사 전환을 위해, 지주사 밑 계열사를 채워둘 드문 기회를 날렸다는 평가가 따랐다.
동양생명·ABL생명 인수는 빨간불이 켜졌다. 우리금융이 정기검사에서 3등급을 받으면 자회사 편입이 어려워진다.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12% 아래로 떨어진 게 부담이고, 부당대출 논란을 정면 돌파해 인수 계약까지 체결한 것도 무리수가 된 분위기다. 당국이 부당대출 조사 수위를 높이던 시기 '지연보고는 아니었다' 반박하며 사안을 키웠다.
앞서 롯데손해보험 인수는 실패했다. 다른 금융지주들이 외형 성장 전략을 폐기한 터라 우리금융이 가장 앞선 후보였으나 결국 빈손으로 끝났다. 매도자의 급한 사정을 활용하면 낮은 가격에 살 수 있을 것이란 시선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론 전략 실패였다.
우리금융이 자회사 M&A 성과를 낸 건 우리은행 시절 우리금융캐피탈·저축은행(전 아주캐피탈·저축은행) 인수 정도다. 사모펀드(PEF)에 인수 자금을 댔다가 몇 년 후 우리금융이 직접 사들였다. 공교롭게도 두 회사 역시 이번 부당대출 문제로 얽혔다. 우리은행에서 제동이 걸리지 않으니 위험이 계열사로까지 확대된 형국이다.
이처럼 우리금융 자회사 관리 역량에도 의문 부호가 붙어 있다. 우리금융 자회사 수장 자리는 중요한 자리라기보다는 한직에 가깝다. 고위 임원이 커리어 말미에 잠시 쉬어가는 곳이란 성격이 짙고, 시장에 전문성 부재를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금융이 눈독 들인 금융사의 임직원들은 문외한 낙하산 인사가 올까 불안에 떨기도 했다.
우리프라이빗에쿼티자산운용(우리PE)이 대표적이다. 회장 교체에 맞춰 부임한 대표들이 경력 말년을 보냈다. 일부 인사에겐 '좌천성' 부임지가 됐다. 2017년말 손태승 전 회장이 취임하며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당시 IB그룹장)이 우리PE 대표로 갔다. 권 전 행장은 부인 수개월 만에 새마을금고 중앙회 신용공제 대표로 갔다 2020년 우리은행장으로 돌아왔다. 첫 임기 1년에 추가 1년 임기만 받는 등 손 전 회장과의 공생은 순탄치 않았다.
이후 우리PE를 이끈 김경우 전 대표는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취임 후에도 연임에 성공했다. 다만 임 회장 역시 우리PE의 사업엔 관심이 없었다. 우리PE가 수천억원 규모 대형 거래를 추진하자 큰 돈이 되지 않으면 무리하지 말라 만류한 사례도 있었다.
우리PE는 올해부터 강신국 대표가 이끌고 있다. 작년 우리은행장 후보 중 하나였다가 낙마했고, 파생상품 손실 사고 이후 퇴직했다 우리PE로 돌아왔다. 강 대표는 작년 정권 고위층이 관심을 갖는 후보란 시각이 있었는데, 그렇다면 정부가 임종룡 회장을 보는 눈길이 고울 리 없다.
임종룡 회장이 이번 부당대출 문제를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임 회장 재임 시에도 부당대출이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어느 경우든 우리금융의 자회사 확장 전략은 장기간 표류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