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불확실성에 추가 이탈 가능성
당국 발빠른 개입...'무제한 유동성' 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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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 비상계엄 사태의 여파가 거세다. 외국인이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대거 이탈하며, 코스피지수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당국이 10조원 규모의 증시안정펀드를 가동할 계획을 즉각 발표하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서면서, 시장의 우려보다 낙폭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4일 오전 10시 기준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44.81포인트(1.79%) 하락한 2455.29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1.97% 내린 2450.76에 출발했다. 이후 낙폭을 키우며 장중 한때 2% 넘게 떨어지기도 했다.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1%대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SK하이닉스가 장 초반 하락세를 딛고 강보합으로 돌아서며 지수를 견인하고 있다. 금융불안을 반영하며 금융주ㆍ증권주는 급락 중이다. KB금융이 5%, 신한금융은 4%대 낙폭을 보였다.
증시 약세는 지난밤 비상계엄 사태로 놀란 외국인의 순매도세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개장 1시간 만인 오전 10시 기준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000억원에 가까운 순매도 물량을 쏟아냈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증시 불안에 따른 외국인들의 투자금 회수가 오후에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나증권은 "외국인이 변동성 확대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투자금 일부를 회수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상대적으로 부족한 국내시장 유동성을 고려할 때 외국인의 투자금 회수가 실현될 경우 낙폭을 확대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당초 개장 전 시장이 우려했던 것 만큼 증시의 낙폭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이는 정부의 발빠른 대응 때문이란 분석이다.
금융위는 개장 전인 오전 8시 30분 금융위원회 대회의실에서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한 후, 10조원 규모의 증권시장 안정화펀드와 4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화펀드를 즉시 가동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시장 안정화를 위해 '무제한 유동성' 공급 방침을 내세운 것이다.
이에 외국인을 제외한 기관과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수에 나서며 지수를 방어하고 있다. 같은 시간, 개인은 1925억원, 기관은 809억원을 순매수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증시 개장 이후 단기적 가격 변동성은 피할 수 없겠지만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금융당국의 시장 안정화 조치가 적극적으로 시행될 수 있어 변동성 증폭은 제한적일 것이다"고 전망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블랙스완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 사태가 우라나라에 긍정보다는 부정적 영향을 더 많이 미칠 것이며 특히 신뢰 및 신용이 중요한 금융시장에서는 더더욱 그렇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