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전략·투자까지 총괄하는 사실상 2인자 등극
정통 재무라인 약진…이승조 전무(CFO) 부사장 승진
인도법인 IPO 성과에 구자용 IR담당도 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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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이 2024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최근 최고경영진(CEO) 인사를 통해 부회장으로 승진한 장재훈 부회장이 그룹 기획 부문의 핵심인 기획조정담당을 겸직하게 되면서 사실상 2인자 체제를 공고히 했단 평가를 받는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73명 ▲기아 43명 ▲현대모비스 20명 등 총 239명을 대상으로 임원 승진 인사를 10일 실시했다. 차기 경영자 후보군으로 꼽히는 부사장·전무 승진은 총 53명으로, 기획·기술 등 분야에서 승진자를 대거 배출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으나 회사·사업별 성과 기여도에 대한 검증을 강화해 임원 승진인사는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를 통해 완성차 담당 부회장으로 승진한 장재훈 부회장이 기획조정담당을 겸직하게 됐다.
현대차는 "장 부회장은 그룹 관점에서 사업·전략의 최적화를 통해 성과 극대화를 추구하고 신사업 육성과 투자를 총괄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지난 2022년 부회장 직급이 사실상 사라졌으나 올해 장 부회장의 승진으로 부회장 체제를 다시 가동했다.
장 부회장의 승진과 더불어 그룹의 전략기획 부문의 핵심 조직인 기획조정실 내 인사들은 면직되거나 자리를 떠났다. 기획조정실장이었던 김걸 사장이 정몽구 재단 부이사장 자리를 맡으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기획조정1실장을 맡던 김우주 전무는 기아로 발령이 났다. 기획조정2실장인 한석원 부사장은 자리를 유지했으나, 한용빈 기획조정3실장(부사장)은 면직됐다.
과거 현대차그룹이 부회장 직제를 유지할 당시엔 윤여철(정책개발담당), 김용환(전략기획담당), 권문식(기획.인사.원가담당) 전 부회장 등이 '담당'이란 직책으로 각 부문을 총괄해 왔다. 다만 2022년 이후 부회장 직책이 사라지면서 부회장급이 총괄하는 '담당' 직책도 없어졌는데, 이번 인사를 통해 다시 부활하게 됐다.
장 회장은 현대차의 주축인 완성차 부문을 비롯해 그룹의 전략기획, 신사업 발굴과 투자까지 맡게 되면서 사실상 그룹 내 핵심 조직과 역할을 장악한 2인자로 부상했단 평가를 받는다.
연말 또는 내년 초 조직 개편을 통해 기획조정실장 및 기획조정 1~3실장 등 직책별 후속 인사가 발표하면 장 부회장의 측근 인사들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기 인사에선 현대차의 사내이사이자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최고전략책임자(CSO)를 맡고있는 이승조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재무목표 초과 달성 및 2030 전략수립의 성과를 인정받았다.
이 신임 부사장은 정의선 회장과 같은 고려대를 졸업했고, 경영관리실장부터 재경사업부장까지 정통 재무라인을 밟아온 인사다. 이승조 신임 부사장은 전무 시절, 부사장 직급이 맡던 CFO 직책을 맡으며 정 부회장의 신임도가 상당히 높은 인물로 평가받아왔다.
구자용 IR 담당임원도 이번 부사장 승진 인사에 포함됐다. 현대차가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모두 A등급을 획득한 점, 인도법인의 기업공개(IPO)의 성공에 대한 성과를 인정받았다. 인도법인의 IPO는 장 부회장이 직접 도한 핵심 과제로 알려져 있다.
기아는 사장단 인사에서 재무목표 초과 달성의 공로를 인정받은 주우정(구 재경본부장) 전 CFO를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로 내정한데 이어, 주우정 대표의 후임으로 재경본부를 요직과 미국판매법인 재무총괄 등을 거친 김승준 신임 전무를 CFO에 보임했다. 또 사상 최대 실적 달성에 기여한 성과를 인정해 이태훈 전무(글로벌사업관리본부장)도 부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향후에도 그룹의 미래 사업 전환을 위해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인재의 발탁과 육성 등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