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은 쇄신인사…대형 PEF 파트너 승진인사는 ‘조용’
입력 2024.12.23 07:00
    MBK·IMM PE 등 대형사 연말 인사 없을 듯
    올해 M&A 거래 기근·회수 성과 미미 영향
    핵심운용역들은 이미 파트너급으로 승진하기도
    내년 업계 구조조정 및 세대교체 가능성도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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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연말인사 시즌에 ‘승진파티’가 사라졌다. 대기업은 쇄신인사를 명분으로 인력 감축 및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대부분 조기 인사를 단행하고, 비상경영에 나서고 있는 판국이다. 

      이런 분위기는 대형 사모펀드(PEF)도 다르지 않다. 대형 PEF의 파트너급 승진은 거의 전무한 분위기다. 대형 M&A 거래가 실종됐고, 승진파티에 나설 정도로 뛰어난 회수 성과를 보인 딜도 눈에 띄지 않았다. 올 한해 내내 먹거리 찾기에 어려움을 겪었던 상황이 인사에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평가다. 

      내년에는 PEF 구조조정과 세대교체가 화두로 떠오를 것이란 관측이다. 

      연말 인사 시즌이 진행되며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롯데그룹 등 굴직한 대기업 사장단과 임원 인사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계열사 사장 교체 폭은 커졌으며, 임원은 ‘슬림화’하는 추세가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쇄신인사란 명분으로 대거 세대교체가 이뤄지기도 했다. 

      임원 승진자 숫자를 살펴보면 삼성전자는 전년 대비 6명, SK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 LG그룹 임원 승진자는 각각 7명, 13명, 16명 줄어들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임원인사에서 세대교체를 내세우고 있다. 이런 흐름은 금융권도 마찬가지다. 4대 금융지주 임원들의 나이가 젊어지고 있다. 임원인사를 단행한 우리금융은 부행장 절반이 교체되고, 70년대생이 전면 배치됐다. 내부에선 임원 나이기준으로 4년 정도는 젊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재계 분위기 속 PEF도 예외는 아니다. 아직 연말인사가 완전히 마무리 되진 않았지만, 대형 PEF에선 파트너 승진자가 전무할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MBK파트너스의 경우 올해 1월 스페셜 시츄에이션 한국투자 총괄 문주호 전무를 ‘파트너 겸 부사장’으로 승진 시켰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주도하고 있는 김광일 대표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연말인사에선 아직까진 이렇다 할 승진인사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등 어려운 현안 문제가 쌓여 있는 만큼 내년 초에 승진인사가 있을지 미지수다. 

      IMM PE도 올해는 파트너 승진자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연말 인사에선 김유진 오퍼레이션본부장과 유헌석 전무가 모두 부사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승진 배경으론 김 부사장은 할리스커피 매각 성공과 에이블씨엔씨, 한생 등 포트폴리오 기업 정상화가 거론됐다. 유 부사장은 에어퍼스트 소수지분 매각 성공에 기여한 점을 인정 받았다. 올해에 2조원 규모의 에코비트 인수에 성공했지만, '깜짝' 승진인사를 단행할 정도의 딜은 없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나마 스틱인베스트먼트가 건강상의 사유로 곽대환 대표가 물러나고 강신우 신임 대표를 선임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더불어서 그로쓰캐피탈본부에 이한주 상무가 파트너로 승진했으며, 전략실과 경영지원본부에 이도행, 공원표 상무가 각각 파트너로 승진했다. 대규모 인사에도 PE 본부에서 승진인사는 없었다. 

      글로벌 PEF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칼라일에선 2022년 연말인사에서 함석진 부대표가 매니징디렉터(MD) 승진을 한 이후 MD 승진자 배출이 없는 상황이다. 올해 여러 딜에서 인수 의지를 보였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는 점에서 올해 연말인사에서 파트너급 승진 인사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KKR은 지난해 김양한 부대표가 파트너 승진을 한 바 있다. 김 부대표는 SK E&S, 에코비트 투자 등에서 성과를 인정 받았다. 하지만 올해엔 KKR이 인프라 부문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거래가 없었다는 점에서 올해 승진 인사를 점치기 힘들다는 평가다. 

      이 외에도 CVC를 비롯한 다른 글로벌 PEF들도 승진인사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비단 글로벌, 국내 대형 PEF를 제외하고도 중소형 PEF들에서도 이렇다 할 승진인사는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중소형 PEF은 올해 딜 가뭄에 시달렸다. 매각은 커녕 단 한건의 인수도 못 한 곳들이 수두룩했으며, 펀드레이징 시장마저 얼어 붙어서 딜이 있어도 성사까지 이른 경우가 드물었다.

      PEF 시장이 양극화 하면서 일각에선 승진인사는 커녕 PEF 구조조정 가능성도 거론된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기관전용 PEF의 숫자는 1126개에 이른다. 이들 중 상당 부분은 개점휴업 상태로 전해진다. 금융당국에서도 PEF가 난립하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규제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 PEF 관계자는 “올해 M&A 시장이 딜 가뭄에 시달렸고, 대형 PEF에선 승진할 사람은 상당부분 이미 승진을 다했다”라며 “내년을 기점으로 PEF 구조조정과 더불어서 세대교체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