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율 뒤처지는 최 회장, 외국인 접촉 나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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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다급해졌다.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주주명부 폐쇄 시점에서 막판 지분율 끌어올리기에 나서면서다. 남은 건 국민연금과 소액주주의 지분율을 누가 가져오느냐다. 최 회장은 현재의 지분율 구조상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해외 펀드들이 주축인 소액주주 한 곳도 놓치지 말아야 하는 상황이다. 당장 연초 해외 투자설명회(NDR) 여부 등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MBK의 특수목적법인인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지난달 12일부터 이달 18일까지 자유재량매매(CD) 방식으로 고려아연 23만4451주를 장내에서 추가로 취득했다. 이로써 영풍-MBK 지분은 발행주식 총수의 40.97%, 자사주를 제외한 의결권 총수 기준으로 46.7%까지 오르게 됐다. 최 회장 측이 이달 발행주식 총사 기준 지분을 17.5%까지 늘린 가운데, 한화 등 우호지분이 모두 최 회장 측 손을 들어준다고 가정하면 발행주식 기준 지분율은 약 35%, 의결권 기준으로 40%가량이 예상된다. 대략 MBK가 지분율에선 6% 이상 앞선 것으로 파악된다.
남은 관건은 국민연금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어느 편에 손을 들어주느냐다. 지난 9월말 기준으로는 국민연금이 고려아연 지분 7.48%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이후 일부 지분을 매도, 현재는 4~5% 정도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지분 대부분은 해외 패시브 펀드들이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기권하거나 MBK 손을 들어줄 경우, 최 회장은 나머지 의결권 전부를 가져와야 그나마 실날 같은 승산이 있다.
시장의 관심은 최 회장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마음을 어떻게 얻느냐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초기만 하더라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최 회장에 우호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꾸준히 수천억원 이상의 이익을 내는 만큼 안정적인 회사 경영에 대한 신뢰감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달 최 회장의 갑작스런 유상증자 발표 후 외국인 투자자 표심 향방도 예측하기 힘들어졌다. 주주들 반발로 결국 예정된 유상증자가 취소됐고, 이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들 이탈 가능성도 점쳐지는 판국이다. 특히나 외국인 투자자의 경우 주주가치 훼손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는 점에서 해당 사태의 여파가 향후 임시주총 표결에서도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기관투자자는 "유상증자 이슈만 없었더라면 소액주주, 국민연금 등을 우군으로 돌릴 수 있었지만 현재 상황은 녹록지 않다"라고 말했다.
최 회장 측에서 연초 해외 논딜로드쇼(NDR)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달 말까진 해외는 크리스마스 휴가 시즌이다 보니, NDR에 나설 상황은 아니다. 빨라야 연초에나 가능하다는 점에서 자문사들과 관련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한 자문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해외 NDR 움직임은 없지만 조만간 자문사들과 관련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막판까지 변수다.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관련 과거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이슈로 보건복지부 장관과 기금운용본부장이 형사처벌 된 ‘트라우마’가 있다. 특히 비상계엄 이후 정치권 혼란마저 이어지는 가운데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부담을 덜기 위해 지배구조개선자문위원회의 의견을 받는 방식 등으로 의결권 행사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탄핵정국 속에서 개선위가 어느 정도 역할을 할지도 국민연금 의결권 결정에 관심사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