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손잡는 G마켓, 쿠팡·네이버 2강 구도 흔들 수 있을까
입력 2024.12.30 07:00
    JV로 이마트 재무부담 완화
    中 알리바바는 한국시장 정조준
    역직구 플랫폼 시너지 기대로
    쿠팡·네이버 독과점 타파 노려
    정치적 리스크는 변수로 작용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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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신세계그룹이 중국 알리바바그룹과 손잡고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린다. 쿠팡과 네이버의 양강 구도 속에서 고전하던 G마켓(이하 지마켓)의 돌파구를 찾기 위한 승부수지만, 시장은 시너지 창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낮은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는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의 결합만으로는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란 시선에서다. 

      이마트는 지난 26일 알리바바그룹 산하 알리바바인터내셔널과의 합작법인(JV) '그랜드오푸스홀딩㈜'을 설립한다고 공시했다. 지마켓 지분 100%를 현물출자해 JV의 50% 지분을 확보하고, 알리바바는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지분 및 현금을 출자해 나머지 50%를 가져가는 구조다.

      JV 설립에 앞서 지마켓의 지분 구조 정리도 마무리됐다. 지마켓 지배회사(아폴로코리아)의 2대 주주였던 이베이KTA는 지난달 보유하고 있던 아폴로코리아 지분 19.99%를 사모펀드에 매각했다. 잔여지분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보유하고 있던 이마트가 지마켓에 대한 추가 투자 부담을 피하기 위해 이베이KTA의 제3자 매각을 승인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양사의 결합을 두고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마켓(舊이베이코리아)은 신세계그룹이 인수한 이후 실적이 지속 악화됐다. G마켓의 거래액(GMV)은 2021년 16조원에서 올해 13조원까지 감소했고, 영업적자는 같은 기간 100억원에서 575억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신세계그룹은 2021년 지마켓 인수를 위해 3조4400억원을 투입했다. 이마트는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성수동 본사를 매각했고, 무형자산 감가상각비 1조6000억원을 10년간 분할 상각해야 하는 재무적 부담도 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마켓의 추가 투자 여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번 합작은 신세계그룹 입장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평가다. 알리바바와의 합작으로 지마켓이 이마트의 연결 실적에서 제외되면 이마트의 수익성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중국의 저가 상품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잠식하는 상황에서, 이를 견제하는 대신 알리바바와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성장 기회를 노릴 수 있다.

      정형권 지마켓 대표는 사내메일을 통해 "시장 변화에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선도 기업으로서의 주도권을 확보하고자 이번 합작법인 설립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알리바바코리아 총괄 출신으로, 올해 6월 지마켓의 새 수장으로 영입됐다. 업계에서는 정 대표가 이번 신세계-알리바바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의 가교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마켓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국내 셀러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 이른바 '역직구'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2006년 업계 최초로 영문 쇼핑몰을 열고 2013년 중문 쇼핑몰을 추가하는 등 역직구 플랫폼을 선도적으로 운영해왔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 알리바바와의 협력으로 중국을 포함한 50여개국의 판매 네트워크를 확보, 국내 셀러들의 해외 시장 진출이 한층 용이해질 전망이다. 알리바바는 한국 내 물류센터 확보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 역직구 사업 확대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지마켓이 트래픽 수치가 꺾이고 매출 반등을 못하면서 해외직구 등이 섞여 있는 '종합몰' 형태보단 역직구 카테고리에 집중하기로 했다"며 "역직구 확대를 위해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의 채널(케이베뉴)을 활용하자는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리바바 입장에서도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한 교두보가 필요했다.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의 지난달 월간활성이용자(MAU)는 967만명으로 쿠팡(3219만명)의 3분의1 수준에 그친다. 특히 상품 품질 논란이 이어지며 성장에 한계를 보였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당초 SK스퀘어의 이커머스 기업 11번가 인수를 검토했다. 하지만 시장에서 거론되는 5000억원 규모 기업가치에 대한 이견과 셀러 중복 등 시너지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역직구 플랫폼 운영 경험과 글로벌 시장 진출 가능성 등을 고려해 지마켓과의 합작을 선택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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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일단 증권가는 신세계-알리바바 JV의 시너지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오픈마켓 형태인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의 명확한 시너지 전략을 떠올리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키움증권도 "JV의 거래액이 상위 2개 업체 대비 현저히 낮은 수준이고, 배송 편의 측면에서도 (쿠팡과의) 서비스 격차가 존재해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의 수익성도 의문 요소다. 알리익스프레스가 속한 알리바바의 국제 이커머스 사업부문 EBITA(상각전영업이익) 마진율이 올해 상반기 -11%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 시장에서도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저가 상품 위주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적자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적 리스크도 부담이다. 중국 자본의 한국 이커머스 시장 진출에 대한 정치권의 견제가 예상된다. 특히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제기될 수 있어 관련 당국의 심사도 변수다. 

      앞선 관계자는 "오픈마켓 단일 시장으로 보지 않고 종합 이커머스로 시장을 획정할 경우 시장 지배력이 크지 않아 공정거래위원회의 합작법인 심사는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 전망"이라며 "외국계 자본을 대상으로 한 '정서법' 극복을 위해 신세계와 알리바바 측도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결합의 파급효과는 이커머스를 넘어 물류업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알리바바그룹이 한국 내 물류센터 확보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어, CJ대한통운 등 물류업체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 재편 가능성도 제기된다. 11번가, 티몬ㆍ위메프 등이 매각을 추진 중이지만 뚜렷한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세계-알리바바의 결합이 쿠팡과 네이버 양강 구도에 변화를 줄지 주목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평가사들이 유통업계 전망을 부정적으로 내다보는 상황에서, 대형 유통사들의 이커머스 투자가 고객 충성도 부족으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며 "이번 합작이 시장의 근본적 변화로 이어질지, 단기 대응에 그칠지는 지켜볼 일"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