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대비 두배 넘는 가격에 인수
글로벌 업체와 비교해도 고밸류
펀드 소진 및 조성을 위한 어피너티 조급증?
어피너티 “시장 잠재성 고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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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계 PEF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너티)가 본격적인 롯데렌탈 인수작업에 들어간다. 본격적인 실사 작업이 시작되기 전이지만, 업계에선 벌써 '너무 비싸게 사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펀드레이징에 나서는 어피너티의 ‘조급증’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24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어피너티가 조만간 롯데렌탈 인수를 위한 실사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전해진다. 실사 과정을 거쳐 특별한 문제가 발견되지 않으면 내년 6월 정도에 인수가 마무리 될 것이란 관측이다. 롯데 측에서도 업계 1위인 만큼 높은 가격을 원해서 이렇게 인수자가 빨리 나올지 몰랐다는 목소리도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바인딩 MOU는 통상 구속력이 있는 만큼 실사 과정에서 가격 조정 폭이 제한되고, 인수를 하지 않을 경우 페널티 조항이 들어간다”라며 “어피너티 입장에선 이를 감내할 정도로 인수의지를 보인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상장사이다 보니 이미 많은 정보가 공개되어 있다는 점에서 실사과정에서 큰 문제가 발견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여전히 인수 가격을 놓고는 '비싸다'는 의견이 대세다.
어피너티가 바인딩 MOU를 체결한 가격은 지분 100% 기준 2조8000억원이다. 거래대상은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보유한 롯데렌탈 지분 56.2%, 인수대금 1조5729억원이다.
렌터카 업계 기업가치는 차량 감가상각이 크기 때문에 기업가치 대비 상각전이익(EV/EBITDA)과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어떤 밸류에이션 척도가 어울릴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롯데렌탈 기업공개(IPO) 당시엔 EV/EBITDA를 활용했다. 2021년 당시 EV/EBITDA 4.8배로 증시에 상장했다. 이후 주가는 한 차례도 공모가를 넘어서지 못했다. 이번 매각에 적용된 EV/EBITDA 멀티플은 5.2배로, 상장 당시보다도 10% 높은 수준이다. 현 주가에 적용된 EV/EBITDA 4.0배와 비교해도 30% 높다.
현재 롯데렌탈을 커버하는 리서치센터들은 PBR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 타깃 PBR로 0.9~1.0배를 적용해 목표가를 산정한 하우스가 많은데, 이번 매각 가격은 PBR 2배에서 형성됐다.
PER도 널리 쓰인다. 동종업체인 AJ네트웍스와 SK렌터카는 공모가를 산정할 때 PER을 주요 척도로 포함했다. 이번 인수가격에 적용된 PER은 32배에 이른다. 주식시장에서 롯데렌탈의 PER이 13~14배 수준에서 거래되는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비싼 가치를 인정한 셈이다. 이미 롯데렌탈은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경쟁 업체 대비 높은 PER 가치를 받고 있다.
해당 기업가치는 글로벌 렌터카 업체와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가격이라는 평가다. 사업 구조의 차이점이 있긴하나 동종업계로 분류되는 전세계 및 미국 최대 렌터카 업체 중 하나인 허츠(Hertz)의 시가총액은 10억달러에 불과하다. 한화로 1조5000억원 수준이다.
또다른 미국의 TOP3 업체 중 하나인 에이비스(Avis)의 시가총액은 30억달러(한화 4조원 중반~5조원) 수준이다. PER은 5~7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적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허츠는 차치하더라도 매출규모 면에서 7배 이상 차이가 나는 에이비스와 비교해도 롯데렌탈 인수대금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정도면 글로벌 업체를 인수해도 될 정도의 금액이란 평가가 나온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롯데렌탈의 인수가격은 글로벌 TOP 업체들 시가총액과도 큰 차이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다”라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어피너티가 해당 가격에 인수에 나서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은 드라이파우더(투자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금액)가 거론된다. 어피너티는 2018년 60억달러 규모 5호 펀드를 조성했는데 요기요, SK렌터카를 투자하고도 조단위 규모의 자금이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출자자(LP)들로부터 투자 집행 요구가 큰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5호 펀드의 만기를 연장하긴 했지만, 관리 보수 등에서 LP들 눈치를 안 볼 수는 없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어피너티 측은 “펀드 기한 연장으로 소진 압박은 없다”라고 해명했다.
더불어 내년에는 6호 펀드레이징에 나선다는 점에서 투자성과가 필요한 시점이다. 5호 펀드 소진에 애를 먹은 만큼 6호 펀드는 5호 대비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더불어서 어피너티 한국팀의 글로벌에서 위상과도 연결 짓는 해석이 나온다. 어피너티는 민병철 대표 체제로 전환된 이후 한국팀 실적이 필요한 시점이다. 과거 어피너티의 오비맥주 등 ‘빅딜’은 박영택 전 회장을 비롯해 이철주 부회장, 이상훈 대표 등 한국팀이 이끌었다. 국내에선 장시간 MBK파트너스와 ‘양강 체제’를 구축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어피너티 싱가폴 팀이 인도네시아의 젤리 회사인 유피를 12억달러에 인수하는 등 중심축이 동남아로 옮겨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해당 거래는 올해 동남아시아 바이아웃 거래 중 최대규모다. 실제 현재 어피너티는 박영택 전 회장이 물러난 이후 주도권이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인 K.Y.탕(TANG Kok-Yew) 회장으로 넘어간 상태다.
다른 M&A 업계 관계자는 “어피너티 입장에선 롯데렌터카의 비용절감 등으로 밸류업을 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M&A 업계에선 여전히 납득하기 어려운 가격이란게 중론이다”라며 “그만큼 LP들이 압박이 강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다만 어피너티의 바램에도 롯데렌탈 노조에서 어피너티 인수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만큼 비용절감을 얼마나 추진할지는 지켜봐야 할거란 지적이 나온다.
어피너티는 이런 시장의 우려에 대해 “시장 잠재성, 시장 환경, 포트폴리오사와의 시너지 등을 다각도로 고려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