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계열사ㆍ자산 '인수제안' 쏟아지는데…매각 실행여부는 '안갯속'
입력 2025.01.15 07:00
    롯데렌탈 매각 단행하자 시장에선 '기대감'
    정작 매각하기 어려운 자산들 다수라 고민
    그룹내 매각 전문가도 이제 손꼽을 정도
    "총수 의중 파악 쉽지 않을 것"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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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롯데그룹은 건설에 이어 케미칼까지 위기론에 휩싸이며 어려움을 겪었다. 작년 하반기부터 시장과 적극 소통하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롯데렌탈 매각이 변곡점이 됐다. 치열한 경쟁 끝에 인수했던, 그룹 내 몇 없는 국내 1위 사업자를 속전속결로 팔았다. 보수적인 롯데도 회사를 팔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겼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상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에서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해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롯데헬스케어는 작년말 청산했고, 롯데면세점은 다이궁(중국 보따리상)과 거래를 전면 중단했다. 이런 기류를 감안하면 유통과 화학의 핵심을 제외한 모든 기업이 잠재 매물이 될 수도 있다.

      롯데그룹발 큰 장이 설 것이라 기대한 자문사와 투자사들이 앞다퉈 제안을 제시하고 있다. 롯데하이마트, 롯데웰푸드, 롯데캐피탈, 롯데 주류사업 등 지난 수년 간 가능성만 회자하던 자산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확실한 분위기 반등이 필요한 롯데그룹 입장에서도 놓치기 아까운 기회다. 신 회장도 '지금이 변화의 마지막 기회'라고 했다.

      한 투자사 임원은 "롯데그룹은 오랜 만에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는데 이번이 변화를 꾀할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며 "롯데렌탈 매각을 계기로 그룹의 중심 축을 제외한 사업들을 적극 내놓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이 유례없는 관심을 받는 것은 맞지만 얼마나 많은 거래가 실제로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룹의 매각 의지가 있더라도 실행에 나서기 어려운 자산들이 많다는 것이다.

      롯데하이마트는 롯데그룹에 편입된 후 가치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 인수 당시 기업가치는 1조8000억원이었는데 지금 시가총액은 10분의 1 수준이다. 롯데캐피탈은 미리 일본 쪽으로 넘겨둔 자산이라 한국에서 매각을 결정하기 부담스럽다. 롯데웰푸드나 주류사업은 외부에선 비주력사업이라 보지만 그룹 내 시각은 다른 분위기다.

      롯데그룹이 동시다발적으로 굵직한 자산 매각 거래를 수행할 역량은 충분치 않다. 갑자기 단기간에 제안과 연락이 쏟아지다보니 일일이 검토하고 대응하는 데도 애를 먹고 있다. 당장 눈앞의 롯데렌탈 매각을 마무리하는 게 벅차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매각설이 부상할 때마다 진원지를 찾는 등 예민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롯데그룹은 황각규 부회장 퇴진 후 투자시장 내 존재감이 줄었다. 황 전 부회장과 함께하던 전문가 집단도 대거 떠나면서 이제는 M&A 전문가라 할 사람이 손에 꼽는다. 신 회장을 가장 가까운 거리서 보좌하며 사업 조정을 이끄는 노준형 롯데지주 경영혁신실 사장도 이 분야 전문가로 보긴 어렵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움직일 조짐을 보이자 온갖 제안과 문의들이 쏟아지고 있다"면서도 "롯데렌탈 거래를 마무리 하는 것이 먼저라 나머지 제안은 검토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총수의 의중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결국 자산 매각은 신동빈 회장의 '재가'가 필요한 상황인데, 경영진 입장에선 신 회장의 뜻을 묻는 것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 '팔지 않을 수 없는' 명분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그 정도로 매력적인 자산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롯데그룹의 보수적인 기조를 감안하면 롯데렌탈을 판 것도 대단한 일"이라며 "경영진이 추가로 회장 재가를 얻어 새로운 매각 거래를 진행하기엔 부담스러운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